암투병후 살기위해 무려 2년간 활동을 쉬었던 여배우

(Feel터뷰!) 영화 ‘경주기행’의 박소담 배우를 만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경주기행'은 8년 전 수학여행을 이후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를 위한 엄마 옥실(이정은), 장주(공효진), 영주(박소담), 동주(이연)가 가족여행을 빙자한 복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극 중 둘째 딸 영주를 맡은 박소담과 20일 영화와 캐릭터, 회복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낸 박소담은 들뜬 모습이었다.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건강과 회복이었다.

2024년 '경주기행'의 촬영을 마친 후 개봉을 앞둔 2년 동안 영주로 온전히 살아온 시간을 전했다. 2021년 갑상샘암 수술을 받고 몸과 마음이 회복되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갔던 게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수술 후 3년 차까지 빨리 회복하려고만 노력했다. 괜찮은 척 여러 작품을 찍었고 심리적, 체력적 한계를 깨달았다. 힘들지만 내색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를 알았지만 포기하기 힘든 이유는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는 욕망이었고 말했다.하지만 2년간 오롯이 인간 박소담으로 살면서 잃은 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아쉽고 다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2년을 쉰 용기도 필요했다.

우울해지고 속상할 때면 '경주기행' 가족들이 조언도 많이 해주었고 웃게 해주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재정비 시간을 보낸 박소담은 한층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똑부러지는 둘째, 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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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기행'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인가?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많이 울었다. 다음 장을 넘기는 게 기대되면서도 두려웠다. 글이 워낙 탄탄하고 꼼꼼해서 촬영 때도 이해되지 않는 신이 없었고, 연기도 재미있었다. 캐스팅이 완성되고 첫 리딩 후 식사 자리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다들 가족 역할로 만나서인지, 마음을 열고 만나서인지, 좋아하는 음식도 비슷하고 성격도 잘 맞았다. 영주로서 촬영을 마치고 아무 캐릭터도 덧입히지 않은 채 2년째 영주만 생각하며 개봉까지 오게 되었다.

-힘든 시기를 보낸 만큼 '경주기행'을 대하는 마음이 달랐겠다.

그때마다 정은 언니가 큰 힘이 되었다. '이재, 곧 죽습니다'를 촬영 중에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저는 ‘죽음’ 역할인데 ‘이재(서인국)’ 역할에 이입해서 눈물도 많이 보였다. 삶의 감사함을 수술 후 느껴 잘 살고 싶었다. 그 시기에 한겨울 야외 액션 장면이 80%인 작품도 제안이 들어왔다. 하고 싶었지만 괜히 폐 끼칠 것 같아 고사했다. 이듬해 봄에 '경주기행'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여러 작품을 휘몰아치다가 들어갔다면 컨디션이 좋지 못했을 거다. 그때가 돼서야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면서 시간을 분배해서 쓰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선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둘째 딸 영주를 어떻게 해석했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게끔 철저히 지키려고 엑셀로 꼼꼼하게 정리하는 게 영주다. 그런 모습이 비슷해서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철저함이) 발각되지 않기 위함이기도 하고 성공해도 큰일인 복잡한 마음이 교차하는 인물이다. 막내를 잃고 8년 동안 시간이 멈추었다. 영주라면 일상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다가 복수를 위해 떠난 여행이라도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던 계획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엄마가 원하니까 최선을 다해 돕지만, 합법적 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복수의 성공과 실패만이 아닌, 가족의 안위와 행복이 우선인 인물이 영주다.

-똑똑하고 재능도 많은 집안의 엘리트다. 법대 출신이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 결핍도 영주만의 안타까운 서사다. 스타일링에 신경은 부분은 무엇인가?

공부도 잘하고 예민하고 세심한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감각도 좋더라. 친동생이 공부할 때나 뭘 볼 때, 안경 끼는 습관이 있는데 그 포인트를 집어넣었다. 영주라면 완벽한 모습을 추구했을 테니까, 비록 백수지만 머리 길이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스타일도 단정하게 잡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히메컷과 안경을 감독님께 제안 드렸다. 초반에는 고데기로 매일 머리를 단정하게 유지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살짝 부스스해지는 디테일의 연결을 살렸다. 아마 영주라면 고데기를 챙겨갔지만 결국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웃음)

-엄마 옥실에게 딸 중에 가장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모녀 사이 거리감도 크지만 유일하게 엄마의 편지를 받는 딸이기도 하다.

실제 정은 선배님이 써준 편지인데 촬영 전까지 일부러 펼쳐보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감정으로 가야 할지, 눈물을 흘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다. 막상 촬영 들어가니 고민은 사라지면서 영주와 엄마의 관계가 정리되었다.

-'기생충'에 이어 이정은과 호흡 맞춘 소감이 궁금하다.

정은 선배가 누구 엄마로 나온다는 기사만 보면 샘이 났다. (웃음) ‘내 엄마는 언제 해줄 거냐’면서 엄마 역할로 만나고 싶다고 빌었다. 드디어 모녀로 만났는데 생각과 달랐다. 제가 알던 선배는 세상 따뜻한 사람인데 영화 속에서는 서로 상처 주는 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많더라.

옥실의 에너지를 받아서 영주로서 맞설 수 있었다. 상대와 어떤 교감을 나누느냐가 중요하다. 학교 졸업하고 첫 상업 영화 현장이 '베테랑', '사도'라서 엄청난 대선배님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게 익숙해졌다. 이번에도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호흡에 전적으로 기댔다. 현장 가기 전에는 혼자 준비를 해가지만 막상 현장에서 모든 감각을 열고 느끼려고 노력했다.

-네 모녀 중 가장 공감된 캐릭터가 있다면?

맏딸 장주가 ‘나도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는데 눈물이 터졌다. 저도 장녀라서인지, 영화 속 장주가 늘 엄마 옆에서 보필하는 마음이 이해갔다. 아성 배우가 ‘첫째인데 둘째의 마음을 어떻게 잘 아냐’는 코멘트에 울컥했다. 최고의 칭찬이었다. (웃음)

전진을 위한 한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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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법이 하지 못한 복수를 대행한다. 결말의 호불호가 있을 텐데 본인의 만족도는 어떠한가?

엄마의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누구도 응원할 수 없고 응원해서도 안 된다. 다만 같은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빌어야 할 것 같다. 결말까지 보시고 이 가족이 다음 장을 어떻게 펼쳐갈지 기대할 수 있어서 재밌어지는 거다.

-2년 동안 좋아하는 연기도 멈추며 배우가 아닌 인간 박소담으로서 무엇을 하며 보냈나?

바쁘게 살아서 돌아보지 못했던 나를 자세히 돌보고 들여다보면서 살았다. 몸이 아프다 보니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생각이 많아지니 잠을 못 자고 소화력도 떨어지더라. 그때마다 ‘한번 해보라’는 정은 선배의 응원이 큰 위로가 되었고 비로소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무엇이 되더라도 일단 해보자고 생각했다. 쉬면서 매일 운동하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여행도 다녔다. 예전에는 꿈도 많이 꾸고 한 시간마다 깨서 힘들었는데 요즘은 매일 반신욕하면서 7-8시간 채워서 잘 잔다. 이십 대 때는 체력이 좋아서 몰랐던 거다. 서른 중반이 돼서야 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요즘은 이 사이클이 몸에 착 붙어서 잘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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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휴식기를 얻고 몸과 마음이 예전만큼 회복되기도 했지만, 어느 때보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말을 거듭하고 있다.

(웃음)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을 법하다.액션 연기를 더 해보고 싶다. 40대, 50대 언니들을 보니까 나이 들어도 계속할 수 있겠더라. (웃음) 액션 연기는 준비하면서도 재미있고 촬영도 재미있다. 물론 몸이 여기저기 아프지만 편집을 멋지게 해주니까 기대된다. 쉬면서 장르물도 많이 봤는데 법조계나 의학계처럼 전문직을 제대로 연기해 본 적이 없더라. 영주가 이루지 못한 변호사의 꿈도 이뤄보고 싶다.

-'오디세이'와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쌍끌이 극장가에 출사표를 던지게 되었다. '경주기행'만의 매력 포인트가 뭘까?

새벽부터 밤까지 회차가 있을 만큼 영화관이 호황일 때 우리 영화가 걸려 영광이다. '경주기행'만의 매력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서 접해봤을 소재지만,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란 점이다. 촘촘하게 담긴 서사를 느끼시고 어떤 이야기든 많은 대화를 나룰 영화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입소문이 나면 많은 분들이 영화관에 찾아와 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 장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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