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한층 보수적으로 조정한다.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전략적 축으로 삼고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중심의 고정비 구조를 유연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의 지속 가능성과 통상환경 변화 등 대외 변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30일 열린 2025년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당분간 재무건전성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며 "전년 대비 30% 이상 CAPEX를 축소하고 운영 효율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 1월 실적설명회에서 제시한 CAPEX 20∼30% 감축 방침보다 강도 높은 조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투자 대신 기존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이달 초에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미국 미시간주 부지의 유휴자산을 매입해 기존 시설 기반의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유럽 폴란드 공장에서도 EV향 생산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부사장은 "기투자된 건물의 잔여 공간과 유휴 설비를 적극 활용해 가동률을 높이고 수요 하방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자금조달 기조도 유동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국내에서 1조6000억원, 해외에서 2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완료했다. 이후 추가적인 조달 계획은 없는 상태다. 장승권 재무그룹장(전무)은 "CAPEX를 크게 줄인 만큼 올해 추가적인 조달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적인 재무 기조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시장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전환 기조가 ESS 수요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부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하면서,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높여온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현지화 전략은 관세 리스크를 피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에 8개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ESS용 배터리 생산 역시 미시간 공장을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부터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해당 제품은 기존 대비 3배 이상의 용량과 20% 이상 향상된 에너지 밀도를 구현해 가격경쟁력과 제품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미국 내 투자세액공제(ITC) 적용 대상이기도 하다.
김민수 ESS 기획관리 담당은 "북미 ESS 시장은 AI 인프라 확대와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연평균 20% 이상의 견조한 수요 성장이 예상된다"며 "미국 현지에서의 사업 협력 니즈 증가를 체감하는 만큼 추가 수주 기회를 확보해 ESS 시장 선점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