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행복도 지친다” ‘소확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키워드 ‘아보하’
‘2025 트렌드 코리아’에서 제시하는 두 번째 키워드는 ‘아보하’다. ‘아보하’는 행복의 과시로 변질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대한 피로이자 반발이다. 작더라도 확실하게 행복을 추구하고 또 그것을 과시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행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을까?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며 계층 간의 격차가 더 견고해지고 있으며, 자랑으로 가득한 소셜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지도 오래다. 무언가 더하지도 빼지도 않은 일상적인 소비가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안전지대인지도 모른다. 특별한 행복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도 오늘은, 아주 보통의 오늘은 중요하다.
김난도 교수는 지난 19년간 키워드를 만들어 오면서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주고 개인적으로 놀랐던 키워드가 ‘소확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는 사회이고, 경쟁이 치열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되는 열심히 사는 사회다. 소확행은 그렇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키워드고 세대 간에도 굉장히 논란을 많이 일으켰지만 각종 SNS에서 또는 언론에서 소확행은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아주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이번에 소확행을 뛰어넘는 새로운 키워드 제안은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의 준말이다.
소확행은 주변의 잔잔한 행복에서 자기 기쁨을 찾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랑하려고 했다면 이젠 행복조차도 지쳤다는 의미로 오늘 하루를 무난하게 무탈하게 큰 사고 없이 잘 넘겼으면 그걸로 됐다는 하루하루 일상에 침잠할 수 있는 키워드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가 너무 야망을 잃어가고 있고 옛날엔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했는데 열정을 잃고 있는 소비 트렌드가 아니야라고 걱정하시는 분도 있고 반면에 그동안 너무 달렸다.
있지도 않은 행복을 과장하고 자랑하기 위해 굉장히 피로한 시대를 살아온 그런 과시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오늘 보통의 하루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일상을 회복하는 키워드가 아보하다.
차차 확산되면서 소확행의 계보를 잇는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아보하라는 키워드를 통해 어떻게 대응, 어떤 삶의 태도, 어떤 마케팅을 개발해야 될까?
2024년 5월, 롯데웰푸드는 ‘행복한 몽쉘’이벤트를 진행했다. 몽쉘 일부 제품에서 의도하지 않게 방긋 웃는 표정의 초콜릿 장식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당신은 방금 행복한 몽쉘의 축복을 받았습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온라인에 올린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롯데웰푸드는 몽쉘의 물결 모양 초코 드리즐에서 다양한 표정을 발견해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한 이들 중 123명을 뽑아 선물을 증정했다. 소비자의 소소한 행운 선호 트렌드를 잘 포착해 기민하게 이벤트로 발전시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다.
삼성전자에서 선보인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 AI’에는 뜻밖의 기능이 있다. 바로 음성으로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이다. 청소를 시키면 “매일같이 청소하시는 모습이 참 깔끔하시네요”와 같이 칭찬을 해주는가 하면, 청소를 마친 후 “오늘은 평소보다 먼지가 많아서 뿌듯하네요” “청소 후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갑니다”와 같은 자화자찬을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음성 기능은 청소기 본연의 기능과 큰 상관은 없지만, 좀처럼 칭찬받을 일이 없는 현대인의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본 기사는 10월 16일 유튜브 ‘트렌드코리아 TV’에서는 ‘3분만에 보는 트렌드코리아2025 #2 아보하’와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25’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
글/ 박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