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맞히는 것부터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는 것까지, 모든 과정이 도전의 연속이다. 하지만 입문의 문턱을 넘는 순간, 테니스의 진정한 재미가 보인다.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설 때 비로소 테니스의 깊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김세현 코치는 말한다.
김세현
· 前) 국가대표 상비군
· KBS월드테니스장 코치
· 유튜브 채널 <세빌리현> 운영
김세현 코치만큼 테니스의 인기를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사람이 있을까. 전 테니스 선수이자 현재 테니스 코치로 활동하는 그는 뜨거워진 테니스 열풍 속에서 쉴 틈 없이 코트를 누빈다. 하루 대부분을 레슨 일정으로 보내고, 그룹 레슨까지 포함하면 그가 지도하는 수강생만 7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의 활동은 코트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튜브와 SNS를 통해 테니스를 전파하며 더 많은 이에게 테니스의 즐거움을 알리고 있다. 최전선에서 테니스의 매력을 전하는 그에게 테니스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테니스가 ‘신사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이유가 뭔가?
혼자 할 수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인 것 같다. 테니스는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즐기는 스포츠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는 물론, 기본 매너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단적으로, 경기 중에는 공의 인·아웃 판정을 두고 논란이 생기기 쉽다. 양 선수가 스스로 정직한 판정을 말해 줘야 하는 만큼 서로를 믿고 플레이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있어야 진정한 테니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라켓 스포츠 중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가장 많이 요구하는 종목인 것 같다.
흔히 배드민턴과 비교되곤 한다. 비슷한 점이 많다는 데 동의하나?
비슷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진입장벽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모두 라켓 스포츠지만, 테니스는 훨씬 높은 난도를 요구한다. 실제로 스포츠 종목별 난도를 분석했을 때, 테니스는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다.
배드민턴은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입문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반면에 테니스는 운동 난도가 높은 탓에 진입장벽 또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단 테니스의 매력을 알게 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더 도전 욕구를 자극하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어지는 스포츠다.
테니스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배우기 어렵다는 점이 오히려 가장 큰 매력이다. 테니스는 실력이 쉽게 늘지 않는다. 한두 달 배운다고 원하는 대로 공이 나가지도 않고, 실력이 정체되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만큼 하나하나 기술을 익히고, 정확한 샷이 들어갈 때의 쾌감이 크다. 어렵기 때문에 도전할 요소가 많고, 그래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 외에도 테니스의 매력은 다양하다. 야외에서 좋은 날씨를 즐기며 운동할 수 있다는 점, 세련된 테니스 웨어를 입고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즐거운 요소다. 또 혼자 할 수 없는 운동이라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실력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함께 쌓이는 스포츠다.
테니스의 운동량은 어느 정도인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고, 빨리빨리 반응해야 한다. 순간적인 스텝과 강한 스윙이 반복되면서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전신 근육을 고르게 쓰는 운동이라 체력 증진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단식 경기는 운동량이 상당하다. 코트를 오가며 끊임없이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어마어마하다. 반면, 복식 경기는 움직임이 비교적 적어 부담이 덜하다. 테니스는 단순히 공을 쳐 네트를 넘기는 게 아니라 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하는 사람도 많고, 꾸준히 하면 건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입문자를 교육할 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스텝이 가장 중요하다. 테니스는 움직이면서 공을 치는 스포츠다. 아무리 스윙이 좋아도 스텝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된 샷이 나올 수 없다. 발이 따라가야 공을 정확하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스텝을 강조한다.
어느 정도 기본기를 배우면 점점 뛰면서 치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본인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쳐야 하는지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한다. 테니스에서는 흔히 ‘리듬을 탄다’는 표현을 쓴다. 발로 리듬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공을 따라가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테니스는 정적인 운동이 아니라 쉼 없이 움직이는 운동이라는 걸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다.
스윙 측면에서 입문자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잘못된 자세로 손목을 쓰지 않도록 정확한 기본기 자세를 강조한다. 라켓을 뒤로 뺄 때는 위에서 뒤로 자연스럽게 포물선을 그리며 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초보자가 라켓을 아래로 빼거나 손목을 과하게 사용한다. 이렇게 되면 공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지고, 방향이 틀어지거나 공이 제대로 뜨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테니스 스윙은 작은 각도 차이로도 큰 영향을 받는다. 손목을 잘못 쓰거나 라켓을 잘못 빼면 공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고, 강하게 튀어나가거나 바닥에 꽂힐 수 있다. 그래서 스텝과 함께 올바른 스윙 궤적을 만드는 것을 중점으로 지도한다.
입문자가 지인들과 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에 도달하려면 얼마나 배워야 하나?
최소한 6개월 정도는 배우길 권한다. 테니스 자체가 쉽게 배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어느 정도 여유 기간을 갖고,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꾸준히 배우는 게 좋다.
난도가 높은 만큼 입문 과정에서 좌절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어떤 조언을 건네나?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어렵다. 공이 제대로 맞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두 달만 더 버티면 달라진다. 조금씩 감을 잡고, 사람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
무엇보다 랠리를 많이 해보는 게 중요하다. 테니스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게임을 하기 전에 상대와 공을 주고받으며 감각을 익히는 것이 먼저다. 랠리를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타격감과 리듬을 익히게 된다.
좌절하지 말고, 일단 공을 많이 쳐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테니스가 즐거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테니스 레슨은 보통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
한 타임에 30분 내외가 평균이고, 개인 협의를 통해 더 오래 레슨하기도 한다. 일단 보통은 일대일 레슨이 기본인데, 최근 1~2년 새 테니스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그룹 레슨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비용은 일대일 레슨이 기준인 만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주 2회 30만원 내외다.
테니스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어떤 사람들이 실력이 빨리 느는가?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 확실히 빨리 는다. 특히 팔보다는 발을 잘 쓰는 사람의 실력이 금방 좋아진다. 하체 움직임이 좋은 사람들은 공을 더 빠르게 따라가고, 스텝이 안정적이라 자연스럽게 좋은 샷이 나온다. 테니스에서는 공을 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먼저 공을 제대로 잡아야 기술이 의미가 있다. 그래서 스텝이 좋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실력이 더 빨리 향상된다.
실력 향상을 위한 조언에서도 하체 스킬을 늘리는 쪽으로 조언하는 편인가?
그렇다. 테니스는 웨이트트레이닝보다 기능성 운동이 더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기능성 운동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 많아졌다. 단순한 근력운동보다 복합적인 운동 능력을 키우는 것이 테니스에 훨씬 도움이 된다. 테니스는 전신을 활용하는 스포츠여서 몸을 유연하게, 그리고 반응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훈련이 중요하다.
‘F45’ 같은 운동을 추천한다. 크로스핏과 비슷한 개념으로, 다양한 기능성 운동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웨이트트레이닝보다는 이런 운동이 테니스 실력 향상에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테니스를 하면서 부상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테니스도 부상 위험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플레이할 경우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
그래서 기본기와 스텝을 강조한다. 올바른 자세를 익히지 않으면 특정 부위에 부담이 쌓이고, 결국 부상으로 이어진다. 스윙을 잘못하면 어깨나 팔꿈치에 무리가 가고, 스텝이 불안하면 발목이나 무릎을 다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이 기본기 연습을 소홀히 하지 않는 이유다.
물론 다치는 것만 걱정하면 운동을 시작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예방하고, 부상을 입었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다. 만약 부상을 입더라도 심하지 않을 때 충분히 쉬고 회복한 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보통 어느 부위를 가장 많이 다치나?
라켓 스포츠 특성상 팔과 손목 부상이 가장 흔하다. 테니스 엘보(팔꿈치 통증)처럼 반복적인 스윙으로 팔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테니스 레그’라는 부상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방향 전환과 점프 착지 과정에서 다리 근육이나 혈관이 손상되는 경우다. 특히 코트에서 빠르게 움직이다 보면 다리에 순간적인 충격이 가해지기도 한다.
부상을 예방하려면 정확한 자세와 기본기를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상을 입었을 경우 보호대를 착용할 수도 있지만, 상시 착용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다쳤을 때 냉찜질을 하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실내 테니스장과 실외 테니스장 중 어느 곳을 추천하나?
장단점이 있다. 실내 테니스장의 가장 큰 장점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람이 없기 때문에 공의 궤적이 정직하게 나온다. 언제든 일정한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실내 코트의 강점이다. 한편 야외 테니스장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단점이지만 좋은 날 햇빛을 받으며 운동하는 즐거움이 있다. 실내보다 개방감이 크고, 자연에서 뛰는 느낌도 매력적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 경우에는 공의 방향이 흔들릴 수 있으니 적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입문 단계라면 야외보다는 실내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편할 수 있다. 바람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기본기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실내 테니스장에는 러닝머신이나 연습 공간이 잘 갖춰져 있어 초보자들이 기본기를 다지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일정 수준이 되면 바람과 환경 변화를 고려하며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다.
테니스 장비 선택 가이드가 있다면?
입문자라면 매장에서 직접 추천받는 것이 가장 좋다. 테니스 라켓은 개인적인 취향과 그립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들어보고 쥐어보며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반에는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도 중요하다. 본인이 애정을 갖고 사용할 수 있어야 꾸준히 운동을 하게 된다. 스트링도 처음부터 너무 고급형을 고를 필요는 없다. 매장에서 추천하는 기본 제품을 사용하면서 차츰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라켓 예산은 20만원대 초중반이 적당하다. 테니스 라켓은 계속 신제품이 나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비싼 모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신발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테니스는 움직임이 많은 스포츠라 일반 운동화를 신으면 발목을 잡아주지 못한다. 단단하면서도 쿠션감이 있는 테니스 전용 신발을 선택해야 부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요즘은 브랜드별로 다양한 제품이 나와 직접 신어보고 자신의 발에 맞는 모델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입문자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너무 어렵다고 지레 겁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테니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스포츠라고 하지만, 실제로 배우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다. 모든 코치가 입문자가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각자의 수준에 맞춰 가르친다. 어떤 스포츠든 시작하기 전에는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단 라켓을 잡고 공을 쳐보면 그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테니스는 건강을 챙기면서도 활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다. 그러니 너무 고민하지 말고, 일단 코트를 찾아와 한번 경험해 보기를 권한다. 생각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ㅣ 덴 매거진 2025년 4월호
에디터 정지환 (stop@mcircle.biz)
사진 송승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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