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신 감옥에… 범죄자 된 정신질환자, 2배로 늘었다
정신 질환자의 강제 입원 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는 쪽으로 정신건강복지법(정신복지법)이 개정된 지 10년을 맞았다. 그런데 개정 정신복지법 시행 후 범죄를 저질러 교정 시설에 수용된 정신 질환자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17일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정신 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신복지법이 개정됐지만 사회적으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신복지법은 2016년 5월 개정돼 1년 후인 2017년 5월 시행됐다. 개정 정신복지법은 입원 치료나 요양을 받을 만한 정도의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자신 또는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어야 보호자가 강제 입원을 시킬 수 있도록 했다. 법 개정 전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이 두 가지 요건 중 하나만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강제 입원을 집행할 수 있었다. 개정 법은 여기에 더해 강제 입원 후 2주 이내에 다른 병원 소속 전문의가 기존 전문의 소견과 일치하는 의견을 내야 입원을 지속할 수 있게 했다.

정신 질환자의 인권 보호를 강화한다는 게 정신복지법 개정 취지였다. 2013년 재산을 노린 자녀가 정신 질환을 앓던 A씨를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사건 등이 불거진 게 계기가 됐다. 실제로 법 개정 후 강제 입원 정신 질환자 수는 법 개정 전인 2016년 4만2617명에서 개정 8년 만인 2024년 2만203명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그런데 교정 시설에 수용된 정신 질환자는 2025년 기준 6345명으로 개정 정신복지법 시행 전인 2016년(3296명)과 비교하면 92.5% 늘었다. 개정 법 시행 후 2017년 3379명이었던 교도소나 구치소 등 교정 시설에 수용된 정신 질환자는 2019년 4748명으로 2년 새 1369명 늘어났고, 2023년엔 6000명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가 이어진 것이다. 교정 시설 수용자 중 정신 질환자 비율은 2016년 5.7%에서 지난해 9.8%로 증가했다.
교도소와 구치소에 수감된 정신 질환자가 늘어난 것은 이들이 적절한 치료나 관리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제 입원 요건이 까다로워진 게 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정신 질환자들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등 범죄를 저질러 교정 시설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 질환이 곧바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 질환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경찰청 통계연보를 보면, 2024년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피의자 1만2482명 중 강력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5.9%(736명)다. 비정신적 장애 피의자들의 강력 범죄 비율(1.8%)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23년 8월 발생한 ‘서현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 범인도 정신 질환을 앓던 중 치료를 중단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강제 입원 요건을 과거처럼 완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제 입원은 사실상 정신 질환자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누구든 죄를 짓기 전까지 구속되지 않는 것은 개인의 헌법상 권리”라며 “강제 입원은 엄격한 요건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런 만큼 교정 시설의 정신 질환 수용자 치료·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전국 교정 시설에 상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서울동부구치소(2명)와 진주교도소(1명)에 배치된 3명뿐이다. 서울동부구치소 전문의 2명이 원격 화상 진료를 통해 전국 교정 시설의 정신 질환 수용자들을 관리하는 식이다. 즉 현재 정신 질환을 앓는 수용자가 6000여 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의사 1명이 2000명을 돌봐야 하는 셈이다.
이한성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교정 시설에 수용된 정신 질환자가 진료를 받으려면 2~3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문의뿐만 아니라 중증 정신 질환자를 감별해 낼 임상심리사, 위험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할 간호사 등 여러 의료 전문 인력을 교정 시설에 배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 질환자가 지역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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