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 해산, 다카이치 총리의 판을 바꾸는 선택

요즘 뉴스를 보면, 정치·외교와 경제가 정말 밀접하다는 걸 쉽게 느끼게 돼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외교 정책의 변화가 세계 각국에 정말 많은 영향을 미친 것만 봐도 그래요. 이웃 나라인 일본은 최근 총리가 바뀐 뒤로 중국과 외교적 갈등을 키우고 있죠.

미국·일본·중국은 모두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다 보니, 이 나라들의 정치·외교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본과 중국이 크게 싸우기라도 하면, 우리도 그 여파를 완전히 피하기는 힘들 테니까요.

최근 일본에서는 내각(정부)이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중의원을 해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일본이 정치적 격변기를 맞았다는 뜻인데요. 오늘의 디깅에서는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일본의 정치 상황을 알아보려고 해요. 일본 내각은 왜 갑자기 국회를 해산한 걸까요?

지난 23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중의원 본회의의 중의원 해산 직전의 모습.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2월 8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이날 중의원을 해산했다. 다카이치는 높은 내각 지지율을 바탕으로, 인기가 낮아진 여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일 시작하자마자 사라진 국회

지난 23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새해를 맞아 중의원이 일을 막 시작한 첫 정기국회 소집일에 중의원 해산을 선언했어요. 쉽게 말해서 ‘중의원(국회의원)들 선거로 전부 다시 뽑아!’라고 선언한 셈이에요. 정기국회란 의회가 정기적으로 예산안과 주요 법안을 처리하는 회의를 말해요

일본 의회는 국회 종류가 하나뿐인 한국과 달리 의회를 상·하원으로 구분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어요. 상원인 ‘참의원’과 하원인 ‘중의원’이 상호보완적으로 국회를 이끌어 가죠. 이중 우리나라 국회에 가장 가까운 역할을 하는 기관이 중의원이라고 보면 돼요. 중의원은 총 465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고, 국민이 직접 투표로 의원들을 뽑아요.

이렇게 국민이 뽑은 의원들로 구성한 중의원(국회)를 총리가 마음대로 해산할 수 있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대통령제인 한국과 달리 일본이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해요. 대통령에 해당하는 일본의 총리를 일본은 국민이 직접 뽑지 않아요. 일단 국민이 중의원을 선출하고, 이렇게 뽑힌 중의원이 모여서 총리를 지명해요. 대통령과 국회가 분리된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어요.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결국 일본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서로 완전히 분리된 권력이라기보다, 국회 다수 세력이 정부를 구성하고 정책을 주도하게 되는 셈이에요. 중의원에서 다수를 차지한 정당은 총리를 지명하고, 그 총리는 내각(정부)를 꾸려 국정을 이끌어요.

‘순환의 정치’를 택한 일본

그런데 이렇게 지명된 다카이치 총리는 왜 중의원을 해산했을까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잖아요. 자신을 총리로 지명해 준 의회를 해산한 거니까요.

일본의 정치적 특색을 이해하면, 중의원 해산의 의미를 쉽게 다가와요. 일본에선 국민이 중의원을 뽑고 → 중의원이 총리를 지명하면 → 총리가 내각을 꾸려 국정을 운영해요. 자연스럽게 국민의 지지를 얻은 의회와 내각이 협업하도록 하는 방식인 거죠. 하지만 이런 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중의원이 총리를 뽑아서 내각을 꾸렸는데, 이 내각과 중의원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전혀 협업하지 못할 수 있겠죠. 이럴 땐 어떤 정책도 추진하기가 힘들 거예요.

이러면, 일본에서는 총리가 아예 중의원을 해산하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겨요. 국민이 지지하는 중의원을 다시 구성해달라는 뜻이에요. 총리를 지지한다면 다시 같은 총리를 지지할 중의원들을 뽑을 테고, 그게 아니라면 총리를 갈아치울 중의원들을 뽑겠죠. 이렇게 일본 정치에서 중의원 해산은 권력을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행위라기 보다, 권력을 국민에 다시 돌리는 일종의 ‘순환 과정’이에요.

이 순환 구조 안에서 일본의 중의원 해산은 갈등을 정리하는 제도적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요. 일본 중의원도 우리나라 국회처럼 임기가 4년으로 정해져 있어서 임기를 채울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임기를 채우기 전에 총리가 내각과 중의원의 지지율 등을 고려해서 해산을 택하는 경우가 많대요. 제 기능을 못 할 바에는 선거를 앞당겨서 치르는 거예요.

다카이치 총리의 승부수

이렇듯 일본 정치에서 중의원 선거는 국회의원은 물론 정권까지 선택하는 선거로 여겨져요.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해산을 통해 이런 선거를 앞당긴 거고요. 새해 정기국회 첫날 중의원을 해산한 경우는 지난 1966년 이후 60년 만이라고 해요. 보통은 새해 예산 처리나 국정 현안을 어느 정도 정리한 뒤 해산을 택했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그 관행을 깨버렸대요.

중의원 선거 날짜는 오는 2월 8일로 정했어요. 의회 해산부터 투표까지는 불과 16일, 일본에서 역대 가장 짧은 선거 일정이에요. 다카이치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일본의 진로를 판단해 달라”며 이번 선거를 사실상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로 규정했어요. 총리직을 걸고 승부수를 던진 거예요.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택한 건, 다카이치가 이끄는 여당인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에요. 자민당은 중의원에서 199석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전체 465석 중 과반인 233석에 한참 못 미치는 숫자예요. 의석 수가 절반은 넘어야 법안을 통과시키고 내각의 정책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자민당은 일본 유신회(34석)와 연립 정부(연정)을 꾸려 간신히 과반을 지켜왔어요.

문제는 이 구조예요. 숫자상 과반에 해당하는 여당이지만, 실제 국회 운영에선 주요 정책 하나를 추진할 때마다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이런 구도에선 총리가 ‘버티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법안 하나, 예산 하나를 처리할 때마다 협상과 조율이 반복해야 했고, 연정을 확대해 안정적인 의석수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했죠. 다카이치 총리가 택한 해법은 끌려가지 않고, 선거를 통해 의석을 늘려 판 자체를 뒤집는 선택이었어요.

중국 갈등에 중요해진 주도권

국내 정치 상황에 더해 대외 환경 변화도 해산의 주요 이유였어요. 최근 일본과 중국의 관계는 눈에 띄게 경색되고 있어요.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은 일본 산업과 안보 전략 모두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직후 중국에 대해 강경한 외교적 발언을 하며 양국의 갈등 수위를 높인 바 있어요.

여기에 대만 유사시 대응과 동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겹쳐 있어요. 최근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상시화하면서 일본은 미·일 동맹 차원에서 자위대의 역할과 지원 범위를 미리 정해 둬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요. 동시에 동중국해에서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안보 판단이 지연될수록 정치적 부담도 커지고 있어요.

위기 상황에서 빠른 판단과 일관된 대응이 필요한데, 내각이 중의원과 매번 합의를 거치다 보면 대응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요.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를 통해 중의원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주두권을 잡아서 외교·안보 정책을 보다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싶은 거예요. 이번 해산은 내각이 주도권을 잡지 못한 국내 정치 구조에, 불확실성이 커진 대외 환경이 겹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

이런 국내 정치 구조와 대외 환경을 모두 고려하면, 다카이치 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결국 시점이었어요.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다카이치 총리의 내각 지지율은 60~70%에 달해서 사실상 정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요.

하지만 인기가 오래 갈 거라고 장담하긴 어려워요. 대표적인 위험 요소는 비자금 스캔들이에요. 다카이치가 이끄는 자민당 내 일부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과정에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논란이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거든요. 지난 총선에서도 자민당은 이 스캔들의 타격으로 의석을 많이 잃었다고 해요.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허용하면서, 논란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어요.

여기에 최근 일본의 경제 상황도 변수가 될 수 있어요. 물가 상승률이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4년 연속 웃돌며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쉽게 올리기에는 정부 부채 규모가 너무 크다는 부담도 여전해요. 금리가 높아지면, 갚을 이자가 늘어나니까요. 꽤 어려운 경제 문제를 받아든 셈이죠.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세금을 감면해 주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민심을 얻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정부 부담이 늘어나며 국민적 논쟁으로 초점이 옮겨갈 수 있어요. 선거가 늦어질수록 이런 쟁점이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 커져요.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닛케이 등 일본 주요 언론들은 다카이치 총리가 최적의 타이밍인 ‘지금’을 자산으로 삼아 승부를 보려 한다고 분석했어요. 다카이치가 해산부터 투표까지 16일이 걸리는 초단기 선거를 택한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어요.

일본과 다카이치의 운명은?

이제 일본은 중의원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어요.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이 이번 선거에서 노리는 건 일본 중의원 465석 중 과반인 233석이에요. 자민당이 단독으로 233석 이상을 확보하면 총리를 다시 지명하고 국정을 이어갈 수 있어요. 그렇지 못하면 다시 ‘연정’을 택하거나 총리직을 포기해야겠죠. 정권은 다시 불안한 상황을 맞을 테고요. 조금 더 나아가 일본에서 ‘안정 다수’로 불리는 243석을 자민당이 확보하면, 국회 운영의 주도권이 크게 강화돼요. 국회 일정이나 여러 입법 과정을 자민당이 수월하게 주도할 수 있다고 해요.

지난 23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중의원이 해산된 이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주먹을 들어 올리며 “간바로(힘내자)”를 외치는 모습. 다카이치는 높은 내각 지지율을 바탕으로, 인기가 낮아진 여당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쉽지 않은 목표지만,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을 확보하면 사실상 거리낄 것 없는 국정 운영이 가능해져요. 3분의 2가 통과시킨 법안은 중의원(하원)을 견제하는 참의원(상원)이 반대해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일단 다카이치 총리의 내각 지지율이 높은 만큼, 다카이치가 총리직을 잃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앞으로 일본 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로 넘어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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