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풀린 이집트 달의 신 토트

고대 이집트에서 달과 지혜를 관장한 신 토트(Thoth)가 왜 아프리카검은따오기와 망토개코원숭이 등 서로 다른 두 동물로 묘사됐는지 오랜 미스터리가 풀렸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와 미국 다트머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집트 신들 중에서 토트만 두 동물로 표현된 이유를 빛에서 찾았다고 4일 전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타임 앤 마인드(Time and Mind) 7월 자에 먼저 실렸다.

연구팀은 아프리카검은따오기의 깃털과 망토개코원숭이의 털이 달빛과 거의 같은 색상의 빛을 반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동물의 생김새보다 달빛을 닮은 색을 기준으로 토트의 상징 동물을 선택했다고 추측했다.

아프리카검은따오기(왼쪽)와 망토개코원숭이(오른쪽)로 묘사되는 이집트 신 토트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고대 이집트 신은 대부분 특정 동물 하나와 대응한다. 하늘의 신 호루스는 매, 죽음의 신 아누비스는 자칼, 사랑과 풍요의 신 바스테트는 고양이로 표현되는 식이다. 하지만 토트는 흰 깃털에 검은 머리와 목을 가진 아프리카검은따오기와 은빛을 띠는 망토개코원숭이의 형상이 함께 전해졌다. 학자들은 오랫동안 두 동물이 동시에 선택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따오기의 경우 아래로 길게 휘어진 부리가 초승달을 닮았고 흰색과 검은색이 대비되는 깃털도 달의 변화와 연결된다는 해석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낮에 활동하는 망토개코원숭이는 달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 어려웠다.

실마리는 2024년 호주 맥쿼리대학교 줄리언 쿠퍼 교수의 연구에서 처음 제시됐다. 교수는 토트의 이름이 ‘희고 밝은 것’을 뜻하는 고대 이집트어 어원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토트를 상징하는 동물은 형태가 아니라 색을 기준으로 선택됐을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이집트인은 숭배하는 신에 보통 동물 하나를 대입했다. 왼쪽부터 호루스(매), 아누비스(자칼), 바스테트(고양이)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이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분광법을 이용했다. 분광법은 물체가 반사하는 빛을 파장별로 분석해 색을 객관적인 수치로 비교한다.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실제 접할 수 있던 아프리카검은따오기, 망토개코원숭이, 아누비스개코원숭이의 깃털과 털이 반사하는 빛을 각각 측정하고 달빛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검은따오기의 깃털과 망토개코원숭이의 털은 달빛과 거의 동일한 반사 스펙트럼을 보였다. 반면 다른 종에서는 같은 특징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토트를 상징하는 동물이 외형이 아니라 ‘달빛과 같은 색’이라는 공통점을 기준으로 선택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분광 분석 결과 망토개코원숭이(사진)의 은회색 털이 달빛과 매우 비슷한 반사 스펙트럼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토트를 상징하는 동물이 형태가 아니라 '달빛과 같은 색'을 기준으로 선택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사진=캐서린 호바이트>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캐서린 호바이터 교수는 “고대 이집트인은 여러 종류의 따오기와 개코원숭이를 알고 있었지만 토트의 상징으로는 아프리카검은따오기와 망토개코원숭이만 선택했다”며 “두 동물은 서로 닮은 점이 거의 없지만 몸의 색만큼은 달빛과 매우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단순히 토트의 상징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고대 이집트인들이 자연과 색채를 어떻게 인식하고 종교적 상징으로 연결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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