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독점 깨뜨린 韓, "엔진보다 어려운" 헬기 메인 기어박스 개발

헬기 개발에서 엔진보다 더 어렵다는 '메인 기어박스'를 한국이 마침내 정복했습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지난 7월 23일 ‘한국형기동헬기(KUH-1) 성능개량형 동력전달장치 개발사업’1단계 과제인 주기어박스의 핵심부품 국산화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1단계 사업(총사업비 약 1,109억)은 주기어박스 상세설계와 국산화 핵심부품의 제작으로 KAI는 2021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지원과 약 800억 원을 자체 투자하여 주기어박스 국산화 핵심부품 33품목의 국산화를 완료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헬기 메인기어 박스는 그동안 프랑스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이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죠.

특히 마린온 헬기 개발 과정에서 프랑스산 기어박스 결함으로 인한 추락 사고가 발생했던 아픈 기억을 생각하면, 이번 성과의 의미는 더욱 각별합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4년간의 개발 끝에 이뤄낸 이 성과는 단순한 부품 국산화를 넘어섭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극소수 국가만이 보유했던 메인 기어박스 개발 기술을 확보하면서, 한국이 명실상부한 헬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입니다.

수리온의 성능 개량부터 차세대 헬기 개발까지, 이제 한국은 진정한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헬기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품, 메인 기어박스


많은 사람들이 헬기에서 가장 개발하기 어려운 부품을 엔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메인 기어박스가 더 까다로운 기술입니다.

헬기 메인기어 박스

엔진의 강력한 출력을 효율적으로 로터에 전달하는 이 장치는 수많은 특수 기어와 베어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그네슘 합금, 티타늄, 초고강도강 등 최첨단 소재가 필요한 것이죠.

메인 기어박스의 중요성은 사고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린온 개발 과정에서 프랑스에서 납품한 메인 기어박스가 비행 중 내구성 부족으로 크랙이 발생하면서 통째로 분리되어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조사 결과 프랑스 제작 기어박스의 열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기어 내부에 크랙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메인 기어박스가 극한의 조건에서 작동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수천 마력의 출력을 받아서 로터에 전달하면서도, 진동과 열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죠.

소재의 특성부터 정밀한 가공 기술, 완벽한 열처리까지 모든 과정이 완벽해야만 안전한 비행이 가능합니다.

800억 원 투입, 4년간의 치열한 개발 과정


한국의 메인 기어박스 국산화 프로젝트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민관 합동 사업으로 추진되었으며, 총 800억 원을 투입해 핵심 부품 33종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국내 10여 기업체와 연구기관이 총동원되어 35개의 공정에 대한 특허까지 확보하면서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뤄낸 것입니다.

특히 주목받는 것은 항공기용 특수 금속을 기어와 축, 하우징으로 완성해 시험까지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100% 국산화에 성공한 이 부품들은 내구성 시험까지 통과하면서 실제 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임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메인 로터와 꼬리 로터를 연결하는 대형 부품인 동력축까지 개발에 성공하면서, 엔진을 제외한 모든 동력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완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자동 비행 조정 장치, 메인 로터, 동력 전달 시스템 등 헬기 3대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산 엔진뿐만 아니라 유럽산 엔진을 적용하더라도 국내에서 자체적인 설계가 가능해진 것이죠.

이는 헬기 개발에서 진정한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프랑스 의존에서 벗어나는 기술적 독립


그동안 한국의 헬기 개발은 프랑스 기술에 크게 의존해왔습니다.

수리온 개발 당시 미국 업체들은 한국의 헬기 사업에 큰 관심이 없었고, 비싼 로열티를 요구해 사업이 무산되기도 했죠.

슈퍼 퓨마 헬기

그나마 프랑스가 1960년대에 개발한 슈퍼 퓨마 설계를 제공하면서 유럽산 기어박스와 미국산 엔진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수리온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혼합 방식은 여러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엔진과 기어박스의 부조화로 인해 헬기에서 진동이 증가했고, 기어박스 용량이 작아 엔진 출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던 것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서 언급한 마린온 추락 사고처럼 외국산 부품의 품질 문제를 한국이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메인 기어박스 국산화 성공으로 이런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전망입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부품이기 때문에 품질 관리부터 성능 최적화까지 모든 과정을 한국이 주도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또한 프랑스산 로터나 기어박스 없이도 해외 수출이 가능해져 수출 경쟁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극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


메인 기어박스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년간의 극한 조건에서 수백 차례 이상의 혹독한 시험을 성공해야만 실제 헬기에 탑재할 수 있는 것이죠.

KAI는 2030년 말까지 이런 시험들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KAI가 보유한 대형 시설에서는 이미 국산 메인 로터에 대한 극한 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합격한 메인 로터가 수리온이나 마린온에 장착되는 것처럼, 메인 기어박스도 동일한 수준의 극한 시험을 거쳐야 합니다.

성능 시험 중 부하 시험에서는 헬기가 가지는 중량보다 더 무거운 조건을 메인 로터에 가하고, 엔진 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수일에서 수개월까지 쉬지 않고 가동시키는 것이죠.

이런 시험 과정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정밀 검사를 통해 금속의 내부 조직까지 확인합니다.

따라서 성능 시험을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미 헬기 엔진보다 개발이 어렵다는 메인 기어박스의 핵심 부품 수십 종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차세대 헬기와 수출 경쟁력 강화의 열쇠


메인 기어박스 국산화 성공은 한국 헬기 산업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전망입니다.

우선 현재 180여 대 이상 생산되어 우리 군에서 운영 중인 수리온의 성능 개량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수리온 헬기

그동안 유럽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헬기용 메인 로터를 국산품으로 대체하면서 유지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더 중요한 것은 차세대 중형 헬기 개발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된다는 점입니다.

수리온을 대체할 차세대 헬기에는 이번에 개발된 메인 기어박스 기술이 처음부터 적용되어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엔진과 기어박스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진동 문제도 해결하고, 엔진 출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헬기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해외 수출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됩니다.

전량 외국산인 엔진과 함께 헬기 메인 로터도 프랑스 허가가 없다면 해외 수출이 어려웠는데,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가격 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우리 군에서 운영하는 헬기 물량이 많아질수록 메인 로터에 대한 성능 검증이 야전에서 이루어져 빠르게 성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엔진 개발까지, 완전한 헬기 독립을 향해


메인 기어박스 국산화 성공으로 이제 한국이 해결해야 할 마지막 과제는 엔진입니다.

헬기용 엔진은 컴팩트한 크기로 만들어지면서 1,500마력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는 성능을 보유해야 해서 소수 국가에서만 개발에 성공한 전략 무기로 불리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1,000마력급 터보샤프트 엔진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며,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해 차세대 중형헬기에 장착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무인기에 필요한 터보샤프트 엔진을 우선 확보하고, 여기서 확인된 기술을 활용해 대형 헬기에 적용할 수 있는 2,000마력대 엔진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이대로라면 2030년대 초중반에는 헬기의 주요 부품들을 모두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헬기에서 가장 개발이 어려운 전략 물자인 메인 기어박스를 국산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항공 산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소재 기술과 생산 공정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점차 선진국들의 전유물이었던 핵심 기술들까지 확보하고 있는 것이죠.

개발 착수 4년 만에 메인 기어박스의 핵심 부품 수십 종을 완성하면서, 수입 의존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튀르키예 T-70 헬기

터키도 현재 자체 헬기를 개발하고 있으며 대형 공격 헬기까지 시제품을 완성했지만, 핵심 부품들은 모두 유럽에 의존하고 있어 한국과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인기 전력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헬기 핵심 기술들을 하나둘씩 확보해나가며 진정한 항공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