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직 위주의 채용 늘어
생애 총소득 13.4% 줄어
이중구조 완화해야
지난 2월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라고 응답한 청년이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돌파했다. ‘쉬었음’은 일을 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반면 일하는 청년은 대폭 줄었다.
지난 2월 청년층 고용률은 44.3%에 그치며 전년 같은 달 대비 1.7% 포인트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는 355만 7,000명으로 1년 새 23만 5,000명 줄었다. 코로나19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1월(-31만 4,000명) 이후 49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 같은 고용률 감소에는 경기 침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됐다. 불경기에 빠진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의 고용 부진이 청년층 취업난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실제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은 상태이거나 채용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1.5%),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11.8%)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 앤 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126곳 응답) 결과, 61.1%가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을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1.3%는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라고, 19.8%는 ’채용을 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같은 조사에 비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2.7%,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한 기업이 3.9% 증가한 수치다.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들도 채용을 줄이는 추세다. 이들 중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뽑겠다는 곳이 59.2%,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28.6%였다. 늘리겠다는 곳은 12.2%에 불과했다.
여기에 평생직장 개념이 약화하면서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정기 공채에서 경력직 채용에 적합한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제 수시 채용의 비중은 지난 2019년 45.6%에서 2023년 48.3%로 증가했다. 또한, 경력직의 비중은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까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최근 상위권 대학 출신 구직자조차 심각한 취업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18일 채용 플랫폼 캐치가 Z세대 구직자 1,984명을 대상으로 벌인 ‘취업 체감 난이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대입보다 ‘취업’ 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중에는 서울 소재 대학 출신 비중이 80%를 차지해, 상위권 구직자조차 취업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취업 체감 난이도가 높아졌음을 실감하게 한다.
문제는 경력직 채용이 확대되면 될수록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의 진출 시기가 늦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는 취업 경험이 없는 비경력자의 비중이 높아 고용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아 청년 고용률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취업이 늦어질 경우,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인 생애 총소득의 경우도 감소한다.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사회 초년생이 30년간 경제활동에 참여한다는 가정에서 경력직 채용의 확대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을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2.0년 감소시켰다.
또 취업 기회가 제약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구직 포기 청년’이 늘어나 고용률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청년이 기대할 수 있는 생애 총 취업 기간이 1.6년 더 줄어들어 생애 소득의 현재가치도 10.4% 더 낮아진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은 임금 격차, 안정성 등에 따른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입이 용이한 중소기업 비정규직에서도 경력 개발을 시작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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