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시민 죽음 내모는 조지호” 27년차 현직 경감이 경찰청장 탄핵 청원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 공개적으로 조 청장 직격
“경찰의 과로사, 자살 부추기는 지시로 경찰청장 직무유기…징계 각오”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월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사이버 서밋 코리아(CSK) 2024 개회식에서 퇴장하며 조지호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27년차 현직 경찰이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공개 청원을 올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경찰과 시민을 죽이는 경찰청장의 지시에 대한 탄핵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작성자는 27년째 경찰로 근무 중인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신어지구대 소속 김건표 경감이다. 

김 경감은 '청원의 취지'에서 "경찰청장이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하고, 최근 연이은 경찰관들의 죽음에 대책을 내놓는 대신 오히려 경찰관과 무고한 시민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죽음으로 내모는 지시를 강행하고 있다"며 "경찰청장의 탄핵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적었다. 현직 경감이 지난 8월 취임한 조 청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청원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김 경감은 경찰청이 최근 일선 경찰에 하달한 '지역 관서 근무감독·관리체계 개선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대책은 지난 8월 경남 하동에서 가출 신고된 40대 여성이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뒷좌석에서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청은 조 청장 지시에 따라 현장 경찰관들이 2시간마다 순찰차 위치와 정차 사유를 기록하고, 무전으로 수시로 위치·업무 상태를 보고하도록 하는 대책을 수립하고 지난달 26일부터 일선 조직에 하달했다.

김 경감은 "기계도 24시간, 365일 돌리면 고장난다"며 "24시간 숨도 못 쉬도록 순찰을 돌리고, 삼중 감시를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징계하겠다는 내용이며 경찰의 과로사, 자살을 부추기는 지시"라고 조 청장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업무와 인력 부족으로 고생하는 경찰관들에 대한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현직 경찰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경찰청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글로 인한 징계도 각오하고 있다며 "지금 현장 경찰은 사는 게 지옥인데 개선안이라는 지시가 경찰관들을 죽이겠다는 지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그러니 이 일로 받게 될 징계 따위가 걱정되겠나"라고 부연했다. 

김 경감이 올린 글은 청원 대상 최소 조건인 100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요건 심사' 단계에 들어갔다. 청원이 게시된 후 30일 이내에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서도 김 경감의 주장이 호응을 얻으며 "적극 돕겠다"는 응원 댓글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국민동의청원 웹페이지 주소와 내용을 공유한 글이 주목 받고 있다. 게시글 작성자는 "현직 경찰관들이 수장을 잘못 만나 사경을 헤매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치안현장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경찰관들을 외면하지 마시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