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h수협은행이 신용리스크 내부등급법(IRB) 도입을 마무리하면서 자본 운용과 생산적 금융 확대 전략의 방향이 분명해졌다. 신학기 수협은행장은 이번 내부등급법 도입을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로 성장 여력이 제한됐던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여신과 정책금융을 확대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의 내부등급법 적용과 관련,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승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은행은 당국이 정한 고정 위험가중치를 적용하던 표준등급법에서 벗어나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기반으로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하게 됐다.
수협은행의 작년 실적은 내부등급법 도입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수협은행은 2025년 잠정 기준으로 직전 연도 대비 3.9% 증가한 31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총자산은 63조원으로 5조6000억원 늘었다. 금리 환경 변화 속에서도 기업여신과 정책성 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리며 수익 기반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호실적의 흐름과 달리 수협은행의 자본 적정성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지점으로 꼽혀 왔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15.64%로 시중은행의 평균치(약 17.8%)를 밑돌았다.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부담이 크게 반영된 영향이다.
내부등급법 전환은 수협은행의 자본 관리 구조 자체를 바꾸는 계기다. 은행 내부에서 산출한 부도 확률과 손실률을 반영해 위험가중자산을 계산하게 되면서 자본비율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권에서는 내부등급법 적용 시 수협은행의 자본비율이 3%p 안팎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협은행은 확보한 자본 여력을 성장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신 행장은 향후 3년간 최대 6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실물경제 지원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부등급법 도입이 단순한 재무 지표 개선을 넘어 대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기반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특히 수협은행은 어업, 해양수산업 등 정책금융 성격의 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이다. 내부등급법 체계에서는 이런 여신을 보다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어 리스크 통제와 자금 공급을 병행할 수 있다. 최근 은행권 전반에서 생산적 금융과 기업금융 확대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수협은행도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등급법 전환 이후에는 자산 건전성 관리의 중요도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표준등급법과 달리 내부등급법에서는 차주별 신용도와 부실 가능성이 위험가중자산과 충당금 산정에 직접 반영된다. 연체와 부실이 늘어나면 자본비율 개선 효과가 빠르게 희석될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수협은행의 자산 건전성 지표는 관리 부담을 안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수협은행의 연체율은 0.60%로 은행권 평균인 0.52%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80%로 평균치인 0.59%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이번 내부등급법 도입을 수협은행의 체질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 자본비율 개선을 통해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정책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내부등급법 승인은 단순한 재무 지표 개선을 넘어 지속 성장을 위한 자본 여력을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수협은행에 딱 맞는 선진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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