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독일 못 믿는다", 폴란드 제조 K2PL에 한국산 파워팩 탑재하는 까닭

K2 전차 파워팩

그동안 K2 전차는 엔진은 국산화했지만 변속기는 독일 제품에 의존해 '반쪽짜리 국산 전차'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집니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2차 K2 전차에는 엔진과 변속기 모두 한국산으로 제작된 파워팩이 탑재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현재 한국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최신 드론 교란 시스템까지 세계 최초로 적용되면서, K2 전차가 진정한 의미의 '순수 한국산 전차'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폴란드가 독일제 파워팩 대신 한국의 K2를 선택한 데에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독일산 파워팩을 장착하면 폴란드에서 생산한 K2PL 전차를 해외에 수출할 때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고, 계약 조건에 따라 독일 정부가 반대하는 국가에 수출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벗게 된 '반쪽짜리' 오명


K2 전차가 처음 개발될 때부터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바로 파워팩이었습니다.

전차의 심장이라 불리는 파워팩은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핵심 장비인데, 그동안 엔진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변속기만큼은 독일 제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이 때문에 K2 전차는 '반쪽짜리 국산 전차'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서준모 현대로템 유럽방산법인장(상무)는 지난 8월 8일 폴란드 방산매체 '디펜스24(Defence24)'와의 인터뷰에서 "폴란드군의 요구 성능에 맞춰 제작될 '개량형 K2 전차' K2PL의 엔진과 변속기는 폴란드 수출용 K2 갭 필러(gap filler, GF)와 동일하게 한국산 엔진과 독일산 변속기를 탑재한다"며,

"향후 추가 이행 협정에 따라 엔진과 변속기 모두 한국산으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K2 전차가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메이드 인 코리아' 전차로 거듭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볼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 알타이에서 검증된 한국산 파워팩


사실 한국산 파워팩이 실전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폴란드보다 먼저 한국산 파워팩을 탑재한 전차가 바로 튀르키예의 알타이 전차입니다.

터키 알타이 전차

K2 전차 기술을 활용해 개발된 알타이는 HD현대인프라코어의 1500마력급 전차용 엔진과 SNT다이내믹스의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완전한 한국산 파워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알타이 전차는 이미 파워팩 성능을 검증하고 양산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이는 한국산 파워팩의 기술력과 신뢰성이 실전에서 입증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인 것이죠.

폴란드형 K2PL도 이러한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향상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세계 최초 드론 교란 시스템 탑재


K2PL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드론 교란 시스템의 탑재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이 최신 기술이 K2PL에 세계 최초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상부에 드론 재밍 시스템을 장착한 러시아 T80 전차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 세계가 목격한 상황에서, 이러한 대응 시스템의 탑재는 매우 의미가 큽니다.

서 법인장은 K2GF와 K2PL의 차이점에 대해 "전반적인 구성은 유사하지만 성능은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능동방어체계, 원격조종무장장치, 360도 상황인식 시스템, 드론 교란 시스템 등 추가 시스템이 통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드론 교란 시스템은 현대 전장 환경에서 필수적인 기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방호력 강화와 승무원 편의성 개선


K2PL은 단순히 파워팩과 드론 교란 시스템만 개선된 것이 아닙니다. 장갑 방호력도 대폭 향상됐습니다.

방호력 강화를 위해 전차 내부 장갑 구조를 변경했고, 승무원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차량 내부 공간도 확장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개선으로 인해 전차 무게가 수 톤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동성은 99%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전차 설계 기술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또한 K2PL은 한국형 탄약뿐만 아니라 독일이나 미국 등 NATO 표준 탄약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되어 운용의 유연성도 크게 향상됐습니다.

폴란드군 피드백 반영한 맞춤형 개발


K2PL의 개발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실제 사용자인 폴란드군의 피드백이 적극 반영됐다는 것입니다.

서 법인장은 "K2GF를 사용하면서 교훈을 얻은 폴란드군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며 "이미 많은 구성 요소를 수정, 개선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출이 아닌 고객 맞춤형 개발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선은 K2PL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기존 K2GF를 K2PL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어, 폴란드군의 전체적인 전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9조원 규모 계약과 현지 생산 체계


이번 K2 전차 2차 폴란드 수출은 총 9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입니다.

총 180대 중 116대는 현대로템이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K2GF이고, 나머지 64대는 폴란드 현지에서 K2PL로 생산됩니다.

현지 생산은 폴란드 방산업체인 PGZ 산하 부마르-라베디와의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이뤄질 예정입니다.

서 법인장은 "글리비체의 부마르 공장에 조립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며 "향후 부마르 공장 내 유지보수 시설 설립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은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기술 이전과 산업 협력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폴란드 MRO 센터가 완전히 가동될 때까지는 현대로템이 지속적으로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인 파트너십 관계도 구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K2PL의 개발과 수출은 한국 방산업계에게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오랫동안 발목을 잡았던 파워팩 국산화를 완성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국산 전차를 완성했고, 최신 기술까지 접목해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한 맞춤형 개발로 수출 성과를 거둔 것은 향후 다른 국가로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