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 당한 어느 직장인의 현실

권고사직 통보를 받던 날, 나는 처음으로 '중간'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를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중간'이라는 안전지대에 살고 있다고 믿는다. 중간 정도의 학력, 중간 정도의 경력, 중간 정도의 연봉 말이다.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형편없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삶 말이다. 나는 그것이 안정이라고 생각했다. 극단에 서지 않으면 추락할 위험도 없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면접장을 전전하며 깨달았다. 중간이라는 것은 언제든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가장 불안정한 위치라는 것을 말이다. 전문대 출신에 10년 경력이라는 내 스펙은 기묘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직장을 찾아 이곳저곳 전전하지만,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애매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직장인의 몰락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다. 권고사직처럼 말이다. 나는 10년 동안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월급을 받고, 적금을 넣고, 가끔 여행도 가고, 미래를 계획하며 살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를 권고사직 한 방에 깨달았다. 중산층이라는 것은 계급이 아니라 착각이었다. 실제로는 언제든 추락할 수 있는 벼랑 끝에 서 있으면서도, 안전하다는 믿음 말이다.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었는지를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정규직이라는 안정감, 월급쟁이라는 소속감, 중산층이라는 자부심, 사실 이 모든 것은 아주 얇은 얼음판 위에 세워진 것들이었다. 조금만 온도가 올라가면 금세 녹아내릴 수 있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중간층의 몰락을 목격하는 것이 곧 끝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가짜 안정감에서 벗어나 진짜 실력을 키울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서 해방되어 내 길을 찾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며 생각한다. 중간이라는 위치가 불안정하다면, 차라리 그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위로 올라가든지, 아래로 내려가든지. 아니면 아예 다른 게임판으로 옮겨가든지.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애매한 중간 지점에서 눈치만 보며 살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중간층의 몰락은 분명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그 균열 사이로 새로운 가능성이 스며들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어본다. 무너져야 다시 쌓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무너뜨리는 것이 더 용기 있는 선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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