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부진한데 ‘묻지마’ 300조원 투자?... “수요 대응 생태계 조성이 먼저”

황민규 기자 2023. 3. 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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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수요 감소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파운드리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청사진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업계 내외부적으로는 오히려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주형 산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확실한 수요 없이 설비투자부터 단행하는 것은 대규모 설비 유지 보수 문제를 비롯해 가동률 저하 등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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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긍정적
파운드리 사업 키울 구체적 청사진 필요
“고객사 없이는 공장 안 돌아가…수요 발굴 절실”
정부가 지난 1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710만㎡ 일대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하고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뉴스1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수요 감소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은 파운드리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는 청사진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업계 내외부적으로는 오히려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주형 산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확실한 수요 없이 설비투자부터 단행하는 것은 대규모 설비 유지 보수 문제를 비롯해 가동률 저하 등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TSMC 등 대형 파운드리 기업들이 투자를 단행할 때 철저하게 고객사와 접점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 “일단은 긍정적”… 해외 인력 유인책도 필요

정부는 지난 15일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개최하고 국가첨단산업·국가첨단산업벨트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전국 15개 지역을 국가산단으로 조성하고, 첨단 분야 6대 산업에 대해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경기 용인에 단일 단지 기준 세계 최대 규모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710만㎡(215만평) 규모로,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한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생긴다는 것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생태계를 발전시키는데 필수적인 인재 유치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최리노 인하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반도체는 사람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우수한 인력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수도권에 만든 것은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해외 많은 우수 인력을 유치하고 생태계 발전을 이끌어나갈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교수는 “파운드리는 기업 간 네트워킹이 중요한 산업이며 (인적) 인터페이스도 중요하다”며 “반도체 산업의 우수 인력들은 미국 실리콘밸리 등지에 집중돼 있는데 이 사람들을 데려올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공장 전경./TSMC 제공

◇파운드리는 수주형 산업, 수요 연계형 프로젝트 필요

대규모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생태계 강화를 위한 수요연계형 사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 자체는 반길만한 소식이지만 한국이 첨단 시스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은 투자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반도체 시황과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 미세공정 기술력 강화 등 많은 변수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다양한 생산설비가 들어차있지만 정작 파운드리 수주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과잉투자의 부담만 떠안을 수 있다”며 “국내에서는 대규모 파운드리 주문을 할 만한 기업이 거의 없기에 해외 다수의 팹리스와 수요 연계형으로 사업을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들의 강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해외 투자를 지원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TSMC, 인텔 등 삼성전자의 경쟁사들은 애플, AMD, 퀄컴 등 파운드리 고객사가 위치한 미국에 경쟁적으로 공장을 짓고 있으며, 자동차 반도체 강국인 독일에도 투자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관계자는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산업의 속성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TSMC 역시 1980년대에 시작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기업이며, 지금의 ‘슈퍼을’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파운드리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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