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시스코는 보안 및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스플렁크와 하나가 되면서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면서 기업 시스템을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시스코는 지난 2023년 9월 스플렁크를 280억달러(약 37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스코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체를 놓고 봐도 손에 꼽을만한 대형 인수합병(M&A) 사례다. 이에 양사가 어떻게 결합해서 비즈니스를 할 지에 대해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와 보안 분야에서 명성을 떨친 기업이고 스플렁크는 데이터 수집·정제·복구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곳이었다. 양사가 하나가 되면서 특히 보안 영역에서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시스코는 스플렁크의 M&A 발표 이후 약 6개월이 흐른 올해 3월 인수절차를 마무리했다. 양사가 공식적으로 하나가 된 이후 처음으로 호주 멜버른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APJC) 지역 연례 콘퍼런스 '시스코 라이브 멜버른 2024'에서도 양사의 결합은 큰 관심거리였다. 이달 1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진행된 시스코 라이브의 마지막 날인 13일 한국 언론과 만난 사이먼 데이비스(Simon Davies) 스플렁크 APAC 지역 수석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는 양사가 보안 분야에서 낼 시너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시스코 솔루션은 △네트워크 △보안 △방화벽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신뢰할 수 있는 이용자인지 지속 검증함으로써 위험을 완화하는 보안 프레임워크) 등에 강점을 지닌 반면 스플렁크는 각종 이벤트 관리와 사고 대응 감지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데이비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시스코는 시스템의 보호에 강하고 스플렁크는 데이터 수집·정제·복구 능력으로 침입사고 발생시 빠르고 안전하게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시스코와 스플렁크의 이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시스템 로그와 데이터 소스를 심도있게 연결해 고객사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거나 보다 탄탄한 아키텍처를 구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국에 각각 법인을 두고 있던 시스코와 스플렁크는 공동 영업에 돌입했다. 시스코의 장비 및 보안 솔루션과 스플렁크의 데이터 관리 및 복구 능력을 함께 활용한다면 보다 짜임새 있고 외부의 침입을 잘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LG전자처럼 이미 스플렁크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한국 기업들에게 시스코와 스플렁크가 보다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시스템에 도입할 때에도 시스코와 스플렁크가 보안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령 스플렁크의 솔루션을 활용하면 어떤 사용자가 언제 어떤 시스템에 접속했는지 식별할 수 있다. 조직에서 어떤 종류와 세대의 AI가 활용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시스코의 보안 솔루션을 활용해 사용자의 시스템별 접근 권한 관련 규칙을 설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
데이비스 부사장은 "AI를 이용하면 대규모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업무를 더 빨리 수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AI가 디지털 복원력을 대체할 순 없고 바로 그 부분이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타깃"이라고 강조했다.
멜버른(호주)=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