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탐구] 원, 사내 고충부터 공급망까지…ESG 지원 '원라인'

정석윤(왼쪽)·고인선 변호사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직장 내 인권침해 사안을 신고 접수부터 조사, 법률 검토, 구제 조치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로펌의 외부 위탁 서비스가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강화되면서 'S' 부문의 핵심 과제인 인권경영 체계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법무법인 원 ESG센터는 인권상담신고센터 위탁 운영 서비스 '원라인(ONE LINE)'을 통해 기업의 인권 리스크 대응 자문을 하고 있다. 원라인은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성폭력, 갑질, 부패·공익신고 등의 사안을 다루는 원스톱 서비스다.

원라인을 담당하는 정석윤(연수원 35기)·고인선(37기) 변호사는 "과거에는 사건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사후 처리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신뢰할 수 있는 상시 신고 채널을 마련하고 이해관계자의 인권까지 관리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라인 서비스에서는 전용 유선전화·홈페이지·카카오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신고가 접수된다.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인권상담신고센터를 위탁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 변호사=자문 중인 기업들로부터 요청이 있었다. 여러 공공기관과 사기업의 노무 자문을 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건을 내부에서 자체 처리하기에는 비밀 유지, 공정성 논란, 2차 피해 위험 등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에 법률적 판단까지 가능한 외부 전문기관이 객관적으로 사건을 맡아주길 바라는 수요가 있었다.

-기업들이 고충 채널을 외부에 맡기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든다면.

△정 변호사=첫째는 공정성과 독립성 논란 방지다. 조직 구성원이 동료를 조사하면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롭기 어렵지만, 독립적인 외부 기관이 조사하면 불공정 논란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둘째는 객관성과 전문성이다. 인권 사건은 결국 법률적 판단이 수반되는데, 전문성 있는 변호사들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최종 판단에 가까운 조사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 또 상설 조직을 두지 않고도 전문성 있는 대응 체계를 상시 확보할 수 있어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원라인 업무 절차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신고가 접수된 이후 사건 처리 절차는 어떻게 되나.

△고 변호사=6단계로 진행된다. ①전용 유선전화·홈페이지·카카오톡 등 여러 채널을 통한 신고 접수 ②처리 대상 여부에 대한 검토, 분리·업무 배제 등 임시 조치 요청 ③전문가 조사 ④법률 검토 ⑤조사 결과 보고 ⑥피해자 보호와 재발 방지 조치 마련 등 구제 조치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역할은 판단과 결정이다. 원라인이 중립적으로 조사하고 법률적 판단 근거를 제공하면 임시 조치 이행이나 자료 협조, 인사·징계 등 최종 조치에 대한 의사결정은 기업이 책임지고 수행한다. 조사의 독립성과 기업의 결정권을 분리하는 구조다.

-신고자의 익명성과 조사의 공정성·객관성은 어떻게 확보하고 있나.

△고 변호사=비밀 보장은 원라인 운영의 출발점이다. 신고자의 인적 사항과 진술 내용, 조사 기록 모두 보안 시스템 안에서 관리하고 있다. 결과를 보고할 때도 실명·비실명 기록을 분리해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며, 익명 신고가 가능하도록 신고 채널을 설계했다.

조사에는 항상 두 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 한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명예훼손,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이 정해진 절차대로 조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만든다.

정석윤 변호사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실제 접수되는 신고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무엇인가.

△고 변호사=직장 내 괴롭힘이다. 그다음으로 성희롱·성폭력 신고가 많고 갑질, 차별, 부패·공익신고가 뒤를 잇는다. 과거에는 성희롱·성폭력처럼 사안의 성격이 뚜렷한 신고가 두드러졌다면, 최근에는 관계와 조직 문화에서 비롯되는 괴롭힘·갑질 유형이 늘고 있다. 업무 배정이나 근무 평가 등에 대한 고충, 이의 제기도 많이 접수되는 추세다.

-업무 배정이나 근무 평가 관련 이의 제기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 변호사=요즘 직장인들은 직장 내에서 내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문제를 드러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이는 기업으로서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객관적 절차나 시스템을 갖춰 놓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무 평가의 공정성을 점검할 절차,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교육·인사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언제라도 이의가 제기돼 타당성을 검증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원라인 서비스가 ESG 평가나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나.

△정 변호사=그렇다. 고충 처리와 구제 메커니즘의 존재, 실효성은 ESG의 S 평가에서 직접 다뤄지는 항목이다. 원라인을 통해 기업은 제도가 문서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동한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어 인권경영 체계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공급망 인권 실사와 K-ESG 등 평가·공시에서도 상시 신고 채널과 조사 체계가 중요한 근거가 된다. 협력사나 용역업체에서 발생한 인권 이슈도 원청 기업의 문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국제 거래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기업 평가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기업들이 협력사 등에서 발생하는 갑질이나 부패 문제까지 원라인을 통해 함께 처리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다.

고인선 변호사 /사진 제공=법무법인 원

-기업이 관리해야 할 인권 리스크의 범위가 확대되는 것 같다.

△정 변호사=ESG의 S 영역에서 보면 사내에서 직접 드러나는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갑질 외에도 노동 영역에서는 중대재해·산업안전, 부당노동행위,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있다. 앞서 언급한 공급망의 인권 문제처럼 기업 밖으로 확장되는 리스크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리스크의 공통점은 초기에 드러나지 않다가 한꺼번에 터진다는 점이다. 방치하면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지고, 기업 브랜드를 훼손하는 평판 리스크로 확대된다. 특히 사건 자체보다 '기업이 이를 어떻게 다뤘는지'가 더 큰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현재 원라인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 중인 기업이나 기관 현황은 어떻게 되나.

△정 변호사=현재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4개 기관으로부터 연 단위로 위탁받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 구체적인 사명을 밝히기는 어렵고, 개별 사건 조사를 위탁받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로펌이 인권상담신고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갖는 차별성은 무엇인가.

△정 변호사=조사에 법률적 판단이 처음부터 결합된다는 점이다. 인권 사건은 사실관계 정리로 끝나지 않고 적용 법률과 판례,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이 필수적이다. 향후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내다보며 대응한다. 운영 규정과 대응 매뉴얼 정비, 임직원 교육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인력의 깊이도 다르다고 자부한다. 국가·지자체 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을 다수 배출했고, 인권·노동 사건에서 다수 승소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사단법인 선·올을 운영해 온 공익 DNA까지 더해진 것이 원라인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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