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섭아 준우야, 너희도 할 수 있어"…'KBO 역대 최다' 2369G 강민호, 드디어 KS 데뷔한다 부럽지?

김민경 기자 2024. 10. 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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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호 ⓒ곽혜미 기자
▲ 원태인 레예스 강민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손)아섭이나 (전)준우나 친구들이 있는데, 너희들도 할 수 있어! 파이팅해!"

삼성 라이온즈 안방마님 강민호(38)가 아이처럼 기뻐하며 활짝 웃었다. 강민호는 20일 광주 라마다플라자 충장호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프로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하는 소감을 밝혔다.

강민호는 2004년 2차 3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해 올해까지 개인 통산 2369경기에 출전했다. KBO 타자 역대 최다 출전 신기록을 계속 써 내려가고 있는 철인이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유독 한국시리즈와는 인연이 없었다. 2000경기 넘도록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강민호는 선수 생활의 끝이 다가올수록 한국시리즈 딱 한 경기를 뛰어보는 게 더 간절해졌다.

"한국시리즈 냄새만이라도 맡아보고 싶다"던 강민호는 스스로 일을 냈다. 강민호는 19일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 결승 솔로포를 터트리면서 1-0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 승리와 함께 시리즈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결정적 홈런이 바로 강민호의 배트에서 나왔다. 강민호는 3차전까지 타격감이 좋지 않아 후배들에게 "형 한국시리즈 좀 보내줘"라고 부탁했는데, 4차전에 직접 해결사로 나서며 꿈을 이뤘다.

강민호는 "꿈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오는 게 꿈이었고,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정확히 21년이 걸렸다.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시작은 안 좋았으나 선수들끼리 뭉쳐서 한국시리즈까지 온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시리즈에 올라왔기에 이제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후배들과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뛰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플레이오프 4차전 결승포를 한번 더 되돌아본 강민호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다. 솔직히 후배들에게 '이끌어 줘라. 형 한국시리즈 보내 줘'라고 했었다. 3차전 끝나고 후배들이 찾아와서 '이제는 형이 끌어달라'고 하더라. 수비에만 많이 집중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와서 후배들을 한국시리즈로 끌고 갈 수 있어 기분 좋게 생각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강민호의 한국시리즈 진출은 선수 본인뿐만 아니라 친한 다른 구단 동료들에게도 경사였다. 한국시리즈 상대팀인 KIA 타이거즈 좌완 에이스 양현종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현종은 이날 미디어데이에 KIA 대표로 참석해 "어제(19일) 우리도 다 같이 운동을 하면서 경기(플레이오프 4차전)를 봤다. (강민호가) 너무 행복해 보여서 기분이 좋았다. 경기 끝나고 '축하한다, 빨리 광주 오시라'고 문자를 보냈다. (강)민호 형도 광주에 가서 보자고 했다. 아무래도 재미있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호 형이 좋은 형으로서도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는 편이다. 한국시리즈에서 같이 상대하게 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 손아섭 ⓒ곽혜미 기자
▲ 전준우 ⓒ곽혜미 기자

강민호는 함께 한국시리즈를 꿈꿨던 옛 동료들을 떠올렸다. 손아섭(NC 다이노스)과 전준우(롯데)가 주인공이다. 손아섭은 개인 통산 2058경기, 전준우는 1725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야수들이다. 강민호와 두 선수는 과거 롯데에서 함께 뛰며 한국시리즈를 꿈꿨는데, 가장 맏형인 강민호가 뒤늦게 먼저 꿈을 이뤘다. 손아섭은 강민호가 이탈하면서 통산 2000경기 이상 출전한 타자 가운데 한국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유일한 선수로 남았다.

강민호는 "나도 솔직히 항상 한국시리즈에 한번도 못 가본 선수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어제로 그 꼬리표를 떼서 기쁘기도 했고, 많이 기분이 업됐던 것 같다. 아섭이나 준우나 정훈이나 친구들이 있는데, 너희들도 할 수 있어, 파이팅해!"라고 응원을 보냈다.

손아섭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를 곁들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강민호는 "프레이오프 2차전 끝나고 연락이 왔다. '형 드디어 냄새 맡네요' 했는데, 4차전 끝나고는 아직 축하 문자가 없다. 배 아파서 안 보내나보다 하고 있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강민호가 꿈에 그리던 무대를 밟는 만큼 '미친 선수'로 활약하길 기대했다. 박 감독은 "강민호가 미쳐줬으면 좋겠다. 수비로는 투수들의 볼 배합이나 여러가지 야구적이나 생활적인 것을 아울러야 한다. 이번 플레이오프 때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 있었는데, 어제 홈런으로 기운을 받았다. 이번 한국시리즈 때 기운을 받아서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 8회를 자랑한다. 1985, 2002, 2005, 2006, 2011, 2012, 2013, 2014년에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4년 연속 통합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을 달성했다. 삼성은 2015년 이후 찾아온 암흑기를 끝내고 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노릴 기회를 얻었다.

다만 KIA는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삼성이 한번도 뛰어넘은 적이 없는 난적이다. KIA는 1983, 1986, 1987, 1988, 1989, 1991, 1993, 1996, 1997, 2009, 2017년까지 모두 11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1차례 우승을 차지한 구단이다. KBO 역대 최다 한국시리즈 우승 팀인 동시에 우승 확률 100%를 자랑하는 무서운 팀이다. 삼성은 1986년과 1987년, 1993년까지 모두 3차례 타이거즈와 맞붙어 준우승에 머물렀다.

강민호는 "안 그래도 한국시리즈를 하기 전에 최형우 선수한테 (KIA는 한국시리즈에서 100% 우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그런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거야 형' 그랬다. 우리는 좋은 분위기로 올라왔고, 지키는 게 아닌 도전자의 입장으로 후회 없이 멋지게 싸워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 연합뉴스
▲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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