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보다 제주어 동요…요망진 똘내미, “빙삭이 웃으멍 살게마씸”
첫 출전에 ‘1등’, 섭외 1순위(?) 인기 실감

"삼춘 삼춘 어디 감수과~", "조끗디 검질 매러 감쩌", "멩심 허영 뎅겨옵서예. 푸더지민 안됩니다예"
K-POP 아이돌 노래 대신 제주어 동요를 부르는 초등생 그룹 '요망진 똘래미'가 지역에서 큰 화제다.
지난 6월 '2025 제주어말하기 대회' 동요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들은, 지난 9월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탐라는 어린이 동요제'에서도 최우수상인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상을 받으며 연이은 쾌거를 이뤘다.
중문초등학교 5학년 박서율양과 6학년 안예은·정단비·신주아·함채원·김소율양으로 구성된 '요망진 똘래미'는 제주 방언으로 '야무지고 똘똘한 딸아이'라는 뜻이다. 잇단 수상으로 지역 축제와 행사의 섭외 1순위 그룹으로 떠오른 이들을 한글날을 앞둔 지난달 29일 중문초에서 만났다.
팀을 꾸린 교사 공은주씨는 올해 4월 탐라는 어린이 동요제 포스터를 보자마자 팀 결성을 결심했다. 먼저, 공연 경험이 많은 아이들을 모았다. 모두 제주극동어린이합창단 소속으로, 같은 중문교회를 다니며 이미 호흡이 맞는 사이였다.
"합창단에서 다니면서 공연만 해봤지 대회는 처음이었어요. 모였던 당시에는 대회 한번 나가서 좋은 추억 쌓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행복했어요"라는 채원양의 말처럼 아이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제주어말하기 대회에는 5월 예선 영상을 보낸 뒤 6월 연습 삼아 참가했는데, 뜻밖에 1등을 했다.
"처음으로 나간 대회에서 1등을 하니 자신감이 붙었어요" 소율양의 회상처럼 경험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동요 '요망진 똘래미'는 동네 어른과 아이가 길가에서 우연히 만나 제주 방언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상황을 재미있게 표현한 곡이다.
공은주씨가 작곡하고 신제주초 교사 이경란씨가 작사한 제주어 창작동요로, 두 교사는 듀엣 '혼디놀레'를 결성해 5년간 제주어 노래를 만들어왔다. 서귀포시 문화도시 사업 '노지문화 탐험대'의 지원을 받으며 벌써 앨범 3장을 낸 베테랑 듀오다.
"처음엔 제주어가 좀 생소했어요. 잘 알아듣지를 못했죠.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감 있고 매력적이었어요." 소율양이 전하듯 아이들에게 제주어는 낯선 언어였다.

가사 속 제주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발견이었다. 주아양은 "'빙삭이 웃으멍 살게마씀'(활짝 웃으면서 살자)이 제일 좋았어요. 삼촌과 똘래미가 친근하게 대화하는 느낌이 좋았어요"라고 했다.
채원양은 "'호꼴락한 병아리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니, 촘말로~' 이 가사가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서 어른들이 부모님께 하는 말이라 친근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단비양은 일상에서 들려오는 제주어를 소개하며 웃었다. "뭐하맨? 밥 먹언? 어딘? 엄마가 부산분이셔서 부산 억양으로 제주어를 쓰는게 재밌어요"
탐나는 어린이 동요제 직전 위기가 찾아왔다. 채원양이 아파서 입원한 것이다. 대회 참가 최소 인원이 6명인데 5명만 남게 된 상황. 다행히 채원양은 대회 이틀 전 기적적으로 퇴원했고, 공씨의 만 7세 아들 이시운군까지 합류해 7명이 무대에 섰다.
"다른 팀들은 옷도 다 맞춰 입고 화장도 하고 인원도 많았어요. 저희는 몸빼바지 입고 목에 수건 두르고 집게핀만 했죠" 주아양은 처음엔 위축됐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 웃으면서 부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예선을 거친 10개 학교가 본선 경연을 펼쳤고, '요망진 똘래미'는 가장 적은 인원수로 참가했다. 서율양은 "2등 정도는 노려봤지만 1등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소율양도 "갑자기 저희가 너무 초라해 보였는데, 노래를 부르는데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거 같아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아이들은 제주어의 매력을 하나둘 발견했다.
서율양은 "벨롱벨롱이 반짝반짝보다 발음도 예쁘고 글씨도 예뻐요"라고 했다.
예은양은 "'어디 감수강'이 처음엔 사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어디 가니?'라는 뜻이어서 인상 깊었어요"라고 말했다.
채원양은 입원했을 때 "'하영 먹엉 가라'(많이 먹고 가라)는 말이 계속 생각났어요. 평소엔 그만 먹으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알고 보면 참 따뜻한 말이에요"라고 했다.
주아양은 "할머니 댁에 갈 때마다 '혼저 가라'(안녕히 가세요)고 하셨는데, 어릴 땐 혼자 가라는 건가 싶었어요. 표준어로 대화하면 정이 없는 느낌인데, 제주어를 쓰면 억양 때문에 친근해 보여요"라고 말했다.
공은주씨에게도 이번 경험은 특별했다. 중문초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동요대회에 나갔던 추억이 있다.
"그때도 소고 치면서 제주어로 불렀어요. 그 모든 게 저한테 좋은 추억이어서 아이들에게도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그는 제주어가 처음엔 촌스럽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공씨는 "도민인지라 오히려 서울말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제주어가 스며드는 것 같아요. 반짝반짝보단 벨롱벨롱이 훨씬 표현이 살아있어요. 이래서 제주어를 보전해야 하는구나를 저절로 느끼게 됐죠"고 말했다.
'혼디놀레'를 만들면서 공씨가 생각한 것은 '제주어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자'는 것. 그 꿈은 '요망진 똘래미'를 통해 현실이 되고 있다.
공씨는 "'오름 오르게!', '꿀맛 같은 귤', '고무신 길' 등의 제주어 창작동요를 계속 선보일 계획"이라며 "아이들과 제주어 동요를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되, 아직 아이들이 어린 만큼 학업과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함께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이은 수상 이후 '요망진 똘래미'에는 섭외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아이들은 "제주어 동요가 이제는 우리 트레이드마크 같다"며 웃는다. 빠르고 자극적인 음악이 넘치는 시대, 생활 언어를 품은 제주어 동요가 아이들의 목소리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빙삭이 웃으멍 살게마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