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이라는 이유로…성폭행범 또 감형

추정현 기자 2026. 5. 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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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상대 범행' 전 공무원
집유 선고…피해보호단체 반발
“제대로 된 처벌 안돼 안타깝다”
▲ 연합뉴스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전 공무원에게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20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일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부장 정승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에 의한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6) 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양형 부당 사유는 이미 원심에서 충분히 고려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합의부(재판장 여현주)는 "피고인이 벌금형 하나 없는 초범이라는 점, 부양 가정이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사건 당시 충주시 공무원이었던 A씨는 지난해 1~3월 부천시 원미구 한 아파트에서 미성년자인 B양을 9차례 성폭행했다. 범행 중 B양의 어머니에게 발각되자 밀치고 달아나 부상을 입히기도 했다.

공무원 신분으로 미성년자를 여러 차례 지속적으로 성폭행했음에도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폭행 사건으로 기소된 피의자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이전에도 자주 나왔다.

지난 4월에는 서울에서 20대 남성 과외교사가 13세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초범이고 범행을 인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함께 술을 마시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인플루언서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역시 초범에 우발적 범행이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3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성범죄 양형기준 감경 요소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전면 삭제했다. 이렇듯 양형기준 변경이 가능함에도 감경 요소에서 초범은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024년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당한 18세 이하 미성년자는 4714명에 달했다.

한 성폭력 피해 보호 단체 상담사는 "이번 사건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장기간 범행을 저지르고 그 보호자까지 다치게 한 악질적인 범죄임에도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그동안 각종 단체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음에도 아직도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의자에게 유리한 양형기준이 상당 부분 적용돼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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