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머릿속에 맴돌아”… 수능금지곡 등극한 로제 ‘아파트’
반복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중독성을 가진 로제의 최근 발매 곡 ‘아파트’가 이른바 ‘수능금지곡’으로 등극했다. 한번 들으면 계속해서 귓가에 노래가 맴도는 탓에, 공부와 시험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28일 수험생 커뮤니티 등을 보면, ‘아파트’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노래가 머릿속에서 안 나간다” “중독될까 봐 10초 듣고 껐는데 그날 몇시간 동안 ‘아파트 아파트’ 거렸다” “문제 푸는데 머리에서 아파트가 떠나질 않는다” 등이다. “들어보고 싶은데 겁 나서 못 듣겠다” “수능 때 생각날까 봐 궁금해도 끝까지 안 듣고 있었는데 마트에서 들어버렸다” 등 의도적으로 노래를 듣지 않으려 했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처럼 수험생 사이에서는 이미 ‘아파트’가 수능금지곡으로 등극한 모양새다.
수능금지곡이란 노랫말과 멜로디의 강한 중독성 탓에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아 수험생의 집중력을 해치는 음악들을 일컫는 말이다. 후렴구 ‘링딩동 링딩동 링 디기디기딩딩 링딩동’이 반복되는 샤이니의 ‘링딩동’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SS501의 ‘유알맨’(U R Man)과 레드벨벳의 ‘덤덤’(Dumb Dumb)도 수능금지곡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에스파의 ‘슈퍼노바’(Supernova), 비비의 ‘밤양갱’, 최예나의 ‘네모네모’ 등이 새로운 수능금지곡 대열에 합류했다. 동요 ‘상어가족’과 각종 광고 노래도 적잖이 포함된다.
수능금지곡은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귀벌레 현상’으로도 설명된다. 특정 노래의 가사 또는 멜로디가 의도치 않게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것을 말하는데, 미국 신시내티대학 제임스 켈라리스 교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98%가 귀벌레를 경험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느린 노래보다 빠른 노래가 중독성이 높다”며 “멜로디 자체가 익숙하고 흔할 때, 가사가 없는 노래보다는 있는 노래에 중독되기 쉽다”고 했다.
귀벌레 현상이 생기는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속 뇌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일어난다고 한다. 이 교수는 “어려운 과제를 앞두게 되면 긴장 수준이 높아진다”며 “그러면 인지적 자원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게 돼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이런 노래들이 떠오를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귀벌레 현상 해결을 위해 껌 씹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영국 레딩대학 연구팀 조사를 언급하며 “(귀벌레 현상을 경험하는) 집단을 세개로 나눠 첫번째 집단에게는 ‘아무것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라’, 두번째 집단에게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려라’라고 요구하고, 세번째 집단에게는 껌을 씹게 했더니 껌 씹는 집단이 다른 두 집단보다 노래가 떠오를 확률이 3배가 줄었다”고 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귀벌레 현상을 조명했다. NYT는 워싱턴대에서 귀벌레 현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아이라 하이먼 박사를 인용해 “어려운 퍼즐이나 과제 등 복잡한 작업을 맞닥뜨려 우리가 작업에 완전히 집중하지 않을 때 뇌에서 ‘귀벌레’가 떠오를 여유가 더 많이 생긴다”고 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심리학자 에머리 슈버트 역시 귀벌레 현상 해결책으로 껌 씹기를 제안했다. 슈버트는 “껌 씹기가 실제로 귀벌레를 없애는 데 완전히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껌을 씹으면 머릿속에서 귀벌레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 데 관련된 뇌 영역을 대신 사용할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가벼운 명상과 스트레칭 등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것도 귀벌레 현상 완화 방법으로 꼽힌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명상과 호흡, 스트레칭을 한다면 불안한 마음을 잠재울 수 있다”며 “모의고사 때마다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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