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이 5,000그루?" 50·60대 감성 저격하는 힐링 여행지

태종대 수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바람은 따뜻해지고 색은 짙어진다. 이맘때면 여행자들의 마음도 어느새 꽃을 향해 기울기 마련.

그중에서도 부산 영도에 위치한 태종사는 매년 이 시기, 수천 그루 수국이 사찰을 감싸며 가장 평화로운 풍경을 선물하는 곳이다.

절벽 위 푸른 바다, 고요한 산사, 그리고 흐드러지게 피어난 수국길이곳에서는 꽃보다 아름다운 시간이 흐른다.

사찰을 감싼 수국

태종대 수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종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이곳의 수국은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 주지스님이 한 뿌리씩 심고 가꿔온 정성의 결과물이다. 지금 이 계절, 그 정성이 5,000그루가 넘는 수국으로 피어나 태종사를 빛낸다.

파랑, 분홍, 보라, 흰색 등 다양한 색을 머금은 수국들은 절을 감싸 안은 오솔길 양옆으로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사찰의 고요함과 수국의 생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도시 속 정적의 미학을 완성한다.

태종대 수국 / 사진=비짓 부산

이곳을 걷는 시간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일종의 ‘감정 여행’이다. 수국의 꽃말처럼, 걷다 보면 ‘감사’가 떠오르고, ‘진심’이 느껴지고, ‘변덕’처럼 변화무쌍한 감정도 어렴풋이 스친다.

무엇보다 이른 아침의 태종사는 수국을 가장 아름답게 담을 수 있는 시간이다. 안개와 이슬이 수국잎에 맺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며 방문객을 조용히 맞이한다.

태종대 수국 / 사진=비짓 부산

태종대는 본래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의 산책 코스로 유명하다. 하지만 6월의 태종사에 오르면, 그 절경은 꽃이라는 감정의 필터를 통해 전혀 다른 결을 가진다.

해풍이 불어오는 수국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 어느새 바다와 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연의 거대한 스케일 속에 작고 부드러운 수국이 더해지며 단단함과 부드러움의 공존을 보여준다.

태종대 수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길은 누군가와 함께여도, 혼자여도 좋다. 시끄럽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한 공간.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멈춰 서는 그 순간, 수국길 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고요한 감정이 마음 한가운데 스며든다.

태종대 수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종사에서는 매년 6월 수국 축제가 열리곤 했지만, 축제의 유무와 상관없이 이 계절이 주는 풍경은 변함이 없다.

30여 종, 5,000그루가 넘는 수국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축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감탄할 만한 장면이다. 오히려 축제 없이 조용히 찾아간 태종사는 더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많은 관광객이 몰리지 않는 평일 오전이나 흐린 날의 태종사는 특히나 사색과 휴식에 어울리는 시간대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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