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컬러강판 제조사 수장들의 신년사를 정리하다 두 눈을 의심하는 일이 있었다. 양적 성장,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고부가가제품 등 키워드 속에서 ‘영광’이라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와서다. 임동규 디케이동신 대표가 강조한 단어다.
'동신의 영광', 50년 전의 영광인가. 신년사를 다시 읽었다. 웬일인가, 맞다. 디케이동신의 모든 임직원을 향한 그의 확실한 메시지였다. 동국제강 영업본부장을 지내고 2020년부터 디케이동신으로 자리를 옮긴 임동규 대표는 동국씨엠(前 동국제강 냉연부문)이 지금의 경쟁력과 업계에서의 강력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노하우들을 되살려 현재의 디케이동신에 전하고 싶은 본인의 경험과 조언을 담고자 했던 것이다.
세계 최고와 최초 기술을 갖춘 컬러강판 기업을 만드는 데 일조해 왔던 임동규 대표는 새로운 도전인 디케이동신에 무엇을 당부하고 어떤 조언을 하고 싶었을까? 못다 했을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리고 그와 만남은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 뼈아픈 과거, 새로운 리더
- 신년사에서 강조한 ‘동신의 영광’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과거 동신특강 시절의 경쟁력, 성과를 다시 만들어 나가겠다는 뜻이다.
1976년 설립된 동신특강은 디케이동신의 전신이다. 그 시절 전량 일본산 수입에 의존했던 디지털 프린팅 컬러강판과 라미나 강판의 국산화를 가장 먼저 개발해 낸 곳이 바로 동신특강이다. 그러나 지난 50여 년간 경영 악화와 공장 매각, 인수 합병 등을 거쳤고, 2008년부터는 동국산업 계열사로 흡수 합병돼 지금의 디케이동신이 됐다.
가전용 컬러강판 생산 업체로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고, 안정적인 흑자구조를 영위했던 동신특강의 그때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제2의 창업이라는 신념과 꿈을 가지고 새롭게 도약할 계획이다.”
- 동국제강 영업본부장에서 디케이동신 대표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새로운 도전을 펼처 볼 의미있는 기회를 찾던 중 그 당시 어려운 경영 환경에 깊이 빠져있던 지금의 회사와 연이 닿았다. 작지만 강한 컬러강판 전문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내 전 직장은 지금의 동국씨엠이었다. 나의 꿈을 실현한 곳으로 그 회사가 지금의 경쟁력과 업계에서의 강력한 지위를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하며 뜻깊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판재류가 주전공이었는데, 도금과 컬러강판 분야에서 전략 기획과 영업, 경영 전반 관련 일을 했다 보니 그 경험을 토대로 디케이동신에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 대표의 눈으로 본 ‘디케이동신’의 모습은?
“인지도가 높고, 조업 기술력이 있는 회사다.
전 세계 가전사가 국내 대형 철강사는 몰라도 우리 회사는 다 알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다품종 소량 생산에 있어 모든 인적, 물적 자산이 익숙하게 체화돼 있다.
우리는 손맛도 참 좋다. 현장에서는 조업 기술을 손맛이라고 하는데, 오랜 시간 선두 주자로서 갈고 닦아왔던 만큼 켜켜히 축적된 동신만의 조업기술이 여전히 살아있다.
설비만 좋다고 해서 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오랜 경험 끝에 얻은 경험에서 오는 ‘감’의 맛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간격이라든지, 넓이라든지, 길이라든지, 명암이라든지 핀트라는 걸 잘 맞춰야 한다. 사실 우리 설비는 최고의 설비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작업자들의 손맛을 거치기만 하면 제품은 고객사가 요청한 내용과 100%에 맞춰줄 수 있다. 완벽한 제품력은 고객도 인정할 정도다.”
◇ 파괴적 혁신
- 디케이동신의 경영 모토가 있다면?
“‘회사의 모든 길은 영업으로 통한다’와 ‘특수 컬러강판 전문 생산업체로서 압도적 경쟁 우위를 가진 회사로 성장한다’가 경영 방침이다.
완전 경쟁 체제하에서 제조업은 영업에 정점을 두고 생산, 구매, 개발, 관리 부문이 효과적인 지원을 하면서 떠받쳐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또 가전용 측판재와 실외기 등 단색 컬러만하면서는 가전용 컬러강판 전문 제조사라고 불릴 수 없고, 건재도 마찬가지다. 스페셜한 컬러강판을 만들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 과정 중에서는 생산의 도움이 무조건 필요하다. 다만, 생산의 목소리가 클수록 그런 제조업은 반드시 필패한다는 게 내 지론이기에 경영권을 쥐자마자 원가 개선을 위해 생산 시스템부터 먼저 바꿔보고자 했다.
공장이랑 말도 못 하게 싸웠다. 기존 원료 소싱을 한 곳에서 공급받아 왔던 것을 여러 곳로 늘려나가니 공장에서 얼마나 투덜투덜대던지. 그래서 해보지도 않고 안되는 것이 어디 있나 하면서 공장에다 조달해주는 대로 쓰라고 했다. 표면 웨이브가 있으면 펴서 쓰고 사소한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며 원료사에 클레임을 제기할 생각도 넣어두라고도 못 박았다. 강단 있게 밀고 나가니 적응하는 데는 한 달도 채 안 걸리더라.
생산 혁신을 통해 철강 제조 특성상 늘 하던 것만 하면서 편하게 생산하려는 생각들을 깨주고 싶었다. 앞으로는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가야 한다. 물량 단위가 작고, 생산이 까다롭다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고 했던 것이다.”
- 디케이동신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실질적으로 수요가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는 데 있다. 수요가가 원하는 것이 고품질이면 고급재로, 저품질이면 가격우세 제품으로 대응한다. 저원가 전략과 차별화 전략을 상황에 맞게 역량을 펼치고 있다.
또 컬러강판 시장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지가 개척과 점유 둘뿐이라면, 우리는 개척하는 쪽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하고 유효타를 강화하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 디케이동신을 대표하는 제품은?
“가전 부문에서는 헤어라인 제품이다. 이 제품은 국내용 공급을 위해 개발됐지만, 실제로는 해외에서 히트를 치면서 부분 수출로 나가고 있다. 건재 부문에서는 동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목무늬 프린트 제품, 고급 매트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고, 대양주와 유럽 지역에는 프린트와 단색 특수 컬러강판 제품 판매가 늘고 있다.”
◇ 또 다른 법칙과 도전
- 외부에서는 가전용 컬러강판 전문 제조사로만 알고 있는데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건재용 컬러강판 판매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가전과 건재 판매 비중을 절반씩 두고 있고, 작년에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 건재용 제품을 내수 시장 공급을 시작한 지는 3~4년 정도 됐다. 그동안 가전에 주력해왔던 만큼 공급 불안정성 등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어야만 했다. 요즘은 우리 제품만 고집하는 판넬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도 우수한 품질과 신뢰를 바탕으로 내수 판매 확대에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 어떤 도전이 남았나?
“2020년 이래 매년 영업이익이 흑자를 시현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도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높은 수준의 이자 비용과 외환 수지 악화 등으로 경상이익 수준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올해는 판매 확대와 생산 체제 확립 등에 노력해 영업이익률 5% 이상의 지속 가능한 흑자 구조를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 미래 투자 계획이 있다면?
“미래를 위해 4CCL(Continuous Coating Line, 연속도장설비라인) 투자에 대한 세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투자용 부지는 이미 마련했고, 자체 자금이든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한 신규 설비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다. 1CCL의 설비 노후화에 따른 투자로 생산력 증대보다는 보강하는 목적에 더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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