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올해 최고 韓영화 인데…끝나고 아무도 박수치지 않은 이유

영화 '보통의 가족' 후기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과 원리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자상한 소아과의사 ‘재규’(장동건)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로 자녀 교육, 시부모의 간병까지 모든 것을 해내는 ‘연경’(김희애)과 어린 아기를 키우지만, 자기 관리에 철저하며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던 네 사람. 어느 날,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그리고 매사 완벽해 보였던 이들은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데…

우리에게는 여전히 '멜로 거장'으로 유명하지만 근래 들어 역사물, 단편 영화, 사극,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스릴러에까지 도전하며 활동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허진호 감독. 그가 연출을 맡은 '보통의 가족'은 이미 해외에서 여러번 리메이크 된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여러 전작에서 인간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이제는 인간의 어두운 이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형제, 부모 가족 관계라는 끈끈한 애정을 지닌 혈연 집단이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이면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지를 보여준 작품으로 각 캐릭터에 일말의 애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이 캐릭터들에게 묘한 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윤리적 딜레마를 소재로 한 작품답게 영화는 '만약 내가 부모라면…'이라는 가정을 통해 관객에게 간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이는 속물적 근성을 지니면서 냉철한 모습까지 갖춘 재완과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자신의 도덕적인 우월성을 자랑하고 싶은 재규와 그의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인간 군상의 한 단면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이는 이들이 자녀들이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고뇌하고 망가지는 모습이 묘한 공감을 불러오게 한다.

인간에게 있어 도덕과 윤리는 중요하지만 그 피의자가 내 자녀면 상황이 달라지게 된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의 부모들은 이기적인 존재와 같지만 어쩌면 그것이 우리의 모습일수 있다는 것을 영화의 여러 상황과 캐릭터들의 행동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결국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지는 폭력적인 십 대 자녀들의 모습과 윤리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역시 십 대 시절 우리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허진호 감독은 '보통의 가족'에서 이러한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처지를 부각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철저히 이들의 상황에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보다는 자신의 처한 상황에 변명하고 회피하려는 인간의 비겁한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도 그들과 같은지를 물으려 한다.

부모, 형제, 자녀의 상황을 오가며 사건에 따른 인간들의 심리적 변화에 따른 상활을 한편의 흥미로운 심리 스릴러로 잘 표현했다. 특히 가족간의 저녁 모임으로 상징된 따스한 정서와 대비되는 저녁 상황에 대한 묘사와 수미쌍관을 예고하는 복선의 묘미가 이 작품에 잘 담겨 있어서 이후에 발생하는 여러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알고보니 철저하게 연결되었음을 알수있다. 어둡고 긴장된 상황에서 간간히 터져나오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배우들의 행동도 의외의 웃음으로 연결돼 긴장도를 해소시켜준다.

이러한 치밀한 설정과 함께 네 배우가 선보이는 심리게임과 같은 연기와 후반으로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는 심리적 상황이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여러번 만들어진 이 영화의 결말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고, 예상치 못한 섬뜩함, 씁쓸한 여운을 남기며 영화가 말하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 여운 탓인지 시사회에서는 박수갈채가 아닌 한동안의 정적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만큼 '보통의 가족'은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닌 분위기를 생각해 볼때 본래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며 올해의 수작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개봉한다.

평점:★★★★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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