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위 서핑, 스케이트보드 A to Z

사진=월간 아웃도어

스케이트보드란
스케이트보드는 목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보드에 작은 바퀴 4개를 달아 굴러가도록 만든 탈것을 일컫는다. 사람이 보드 위에 올라타 균형을 잡으며 무게중심을 이용해 방향을 조종해 사용한다. 모든 탈 것 중에 노면 상태에 가장 민감하며 흙길이나 자갈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기어나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언덕길을 오르거나 내려가기도 힘들다. 사실상 도시의 포장도로에서만 탈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대신 휴대성이 뛰어나다.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물론 전용 배낭에 묶어 휴대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며 스케이트보드를 맨 채 오토바이나 자전거도 탈 수 있다. 불규칙한 노면에서는 휴대하다가 달리기 좋은 길이 나올 때 타면 된다. 그래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오락용 스포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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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는 1940년대 후반~195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에 의해 탄생했다. 서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파도가 잔잔한 날, 보드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서핑보드에 롤러스케이트 바퀴를 단것이 시초다. 본격적인 스케이트보드는 1950년대 등장한 것으로 강철제 바퀴를 달고 있다. 강철 바퀴는 노면 그립력이 거의 없어 마구잡이로 미끄러졌으며 균형을 잡기도 힘들었다. 당시 스케이트보드를 제작하던 완구 회사들은 그립력이 좋은 바퀴를 찾아 나섰고, 처음으로 베어링을 탑재한 찰흙제 바퀴를 거쳐 1960년대 폴리우레탄 바퀴가 달린 스케이트보드가 탄생했다. 1970년대에는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은 우수한 고무 스케이트보드 바퀴가 등장해 업계를 평정했다. 우수한 그립력과 경량으로 다양한 트릭 구사가 가능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마모가 너무 빨라 다시 폴리우레탄 바퀴로 정착하게 됐다. 1980년대에 들어서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여러 스케이트보드 전문 잡지가 인기리에 팔렸으며 프로 스케이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단순 주행이 아닌 익스트림 스포츠로 자리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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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스케이트보드
스케이트보드 강국은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스케이트보드가 탄생한 곳이면서 전통적으로 스케이터 저변 인구와 스폿이 많은 편이다. 인도仁道 또한 유럽이나 우리나라처럼 블록이 아닌 통 콘크리트로 된 곳이 많아 동네 곳곳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기 좋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스케이트보드 문화가 가장 발달된 나라다. 일본만의 독특한 스케이트보딩 문화와 스타일은 세계적으로 존중과 동경을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집 근처 공원을 거닐다 보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몸집이 스케이트보드만 한 어린 아이는 물론이고 20~30대 젊은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 특성상 울퉁불퉁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이 많아 주행이 어려워 발전이 미미했으나 2015년부터는 SNS를 통해 롱보드가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스케이트보더가 크게 늘었다. 스케이트보드 타기 적합한 장소를 스케이트 스폿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강공원, 보라매공원, 동대문 훈련원 공원, 뚝섬 스케이트파크 등이 있다. 수도권 이외의 스폿으로는 대구 두류공원, 부산 사직운동장과 르네시떼 등이 있다.

스케이트보드, 안전하게 타자
어떤 취미생활이든 시작은 장비다. 스케이트보드는 저렴한 것은 3~4만 원대부터 시작하는데, 아무리 취미로 가끔 탄다고 하더라도 저렴하기만 한 제품은 추천하지 않는다. 스케이트보드의 형태만 갖췄을 뿐이지 제대로 된 설계와 부품을 갖춘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 구조가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스케이트보드는 설계가 정교하고 규격에 맞는 부품이 정해져 있다. 설계와 부품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방향 전환이 어렵다든지, 바퀴가 쉽게 빠진다든지 하는 하자가 발생하면서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헬멧 착용. 특히 초심자라면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스케이트보드는 손잡이가 없고 움직이는 물체에서 두 발로만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능숙해지기 전까지 넘어지는 일이 잦다. 넘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는 ‘낙법’을 배우는 것도 좋다. 낙법을 구사하면 신체적 충격과 부상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능숙한 스케이트보더에게도 부상의 위험은 늘 도사린다. 수많은 스케이트보더들이 무릎 통증을 경험하고 아예 만성 질환처럼 달고 사는 이들도 많다. 얼마나 흔하면 스케이트보더들의 무릎 통증을 ‘jumper’s knee’라 부르기도 한다. 관절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틈틈이 근력 운동을 하며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스케이트보드는 마치 위험한 운동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다른 운동해 비해 심각한 부상의 위험성은 낮은 편이다. 우선 바퀴가 작아 속도가 빠르지 않고, 넘어질 것 같을 땐 보드에서 내려오면 된다. 보통 스케이트보드를 타다가 넘어지더라도 가벼운 찰과상이나 멍, 염좌 등의 가벼운 부상을 입는다. 물론, 이때도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부상의 정도는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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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딩을 위한 장비
스케이트보딩의 기본인 스케이트보드 외에도 신경 써야 할 장비가 여럿이다. 우선 보드 위를 안정적으로 디딜 수 있는 스케이트화가 필요하다. 처음 스케이트보드에 도전하거나 초심자일 경우 일반 단화나 운동화로도 충분하지만 실력이 성장할수록 스케이트 화에 대한 갈증이 생기게 된다. 스케이트 화는 일반 신발에 비해 밑창이 얇고 발뒤꿈치 부분의 굽이 전혀 없이 평평하다. 굽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보드 위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잡기 힘들고 그립 테이프와의 접지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깔창과 신발 바닥은 내구성과 충격 흡수 성능을 높여 푹신하며 고무를 사용해 접지력을 높인다. 반스VANS와 나이키NIKE, 아디다스ADIDAS를 비롯한 여러 스포츠 브랜드에서 스케이트 화를 출시한다. 모든 탈것의 기본 장비인 헬멧도 빼놓을 수 없다. 스케이트보드 전용 헬멧이 있는데, 자전거 헬멧과 달리 외피가 더 단단하고 보호 면적도 넓다. 스케이트보더는 머리의 어느 부분을 다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 스케이트보더도 꼭 챙길 정도의 필수 장비다. 반면 필수 장비는 아니지만 스케이트보드 장갑도 있으면 좋다. 특히 자주 넘어지는 초심자의 경우 손목 골절 위험과 손바닥 부상 위험에 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넘어지면 순간적으로 손으로 땅을 짚게 된다. 스케이트보드 장갑은 손바닥이 땅에서 미끄러지도록 제작돼 손목 관절이 부러지는 것을 막아준다. 하나 더 챙기자면, 바지다. 바지는 천이 두꺼운 것을 입는 게 좋다. 스케이트보더에게 카고 바지가 인기가 많은데, 천이 두껍고 무릎에 보호패드를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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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건강을 모두 챙긴 스포츠
스케이트보드가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신체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균형감각이 높아지고 하체 근력이 단련되는 것은 모든 스케이트보더가 경험한 장점이다. 더불어 평균적으로 30분에 100kcal 이상을 소모시켜주니 유산소 운동효과도 탁월하다. 의학계에서는 심혈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좋은 운동이라는 의견도 있다. 미국심장학회(AHA)에서 아동 및 청소년의 비만 예방을 위해 재미있는 야외 스포츠를 권장하고 있는데, 그중 스케이트보딩이 포함돼 있다. 같은 거리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전거보다 운동 효과가 높으며, 달리기보다는 낮다. 주행을 넘어 트릭을 구사할 경우에는 시간당 심폐 운동 효과가 달리기와 비슷하다. 무엇보다 달리기나 사이클링은 단조로운 반면 스케이트보드는 놀이 감각으로 즐길 수 있어 오래 해도 지겹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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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생김새도 다양한 스케이트보드
스케이트보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묘기용 스케이트보드와 주행용 스케이트보드다. 묘기용 스케이트보드는 공중 묘기를 구사하는 데 특화된 스케이트보드로 바퀴가 작고 단단하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지칭하는 스케이트보드다. 반면 크루저 스케이트보드라고도 불리는 주행용 스케이트보드는 도로를 빠르고 편안하게 주행하는데 특화돼 있다. 바퀴가 크고 차축이 넓어 묘기를 하기엔 부적합하다. 주행용 스케이트보드 중 장거리 주행용으로 데크가 긴 보드가 있는데, 이게 바로 롱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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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보드는 보통 앞부분인 노즈가 뒷부분인 테일보다 살짝 높고 긴 것이 특징이다. 보드의 크기는 보더의 체격이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길이 1m, 폭 20cm 정도. 바퀴는 롱보드에 비해 확연히 작아 가속력은 좋지만 최고 속력이 낮고 노면 장애물에 취약하다. 대신 트릭 구사에 훨씬 유리하다. 롱보드는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대형화한 스케이트보드다. 보드 길이는 보통 1~1.5m이며, 폭은 22~28cm로 스케이트보드보다 크고 트럭도 더 넓다. 주행이 안정적인 만큼 날렵한 방향 전환이나 공중 트릭은 어렵다. 크루저 스케이트보드는 주행 성능에 중점을 둔 보드로 목적은 롱보드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묘기용 스케이트보드와 비슷하다. 페니보드라고도 부르는데, 사실 페니보드는 ‘페니’라는 회사의 소형 크루저보드 제품명으로 엄연히 다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