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저연차 기자들 “우리는 박장범 사장 후보자를 거부한다”

김지환 기자 2024. 10. 2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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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불법적 KBS 이사회의 불법적 사장 임명제청 규탄 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박장범 앵커가 KBS 차기 사장 후보자로 결정된 이후 KBS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KBS 50기 취재·촬영기자들은 25일 ‘우리는 박장범 사장 후보자를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박 앵커에게 묻는다. 현직 앵커인 당신이 사장직에 지원하면서, 현장 기자들이 땀 흘려 취재한 결과물을 전달하는 ‘뉴스9 앵커직’이 ‘사장 지망생’ 자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50기는 지난해 1월 입사한 막내 기수다.

50기는 “앵커가 뉴스를 사유화해 사장 자리를 얻어내는 사이, 우리는 현장에서 부끄러움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했다”며 “제보가 줄고 신뢰도는 하락하는 사이, 지역국에서는 수신료 항의 전화에 응대하는 법까지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어느새 뉴스 가치를 따지기보다 데스크 입맛에 맞을지를 먼저 가늠하고 있다”며 “언론은 소외된 곳을 비춰야 한다고 배웠지만, 지금은 그런 보도가 왜 연기되는지 취재원에게 해명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7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 파우치 논란과 관련해 앵커의 질문을 받고 있다. KBS 유튜브 화면 캡처

2018년 이후 입사한 45기 취재·촬영기자들도 전날 성명에서 박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45기는 “좋은 뉴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우리는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우리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며 “정파적 고려 대신,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그저 용산만 바라보는 후보자는 그야말로 ‘자격 미달’”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박 후보자를 인정할 수 없다. 이제 더는 지켜보지만은 않겠다”고 했다.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23일 박 앵커를 차기 사장 후보자로 결정했다. 박 앵커는 1994년 2월 KBS 공채 20기로 입사해 사회부장·비서실장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부터 9시 뉴스 앵커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대담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디올백을 두고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조그마한 백”이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저연차 기수들의 성명 이후 이날 KBS 사내 게시판에는 기수별 성명이 잇달아 올라왔다.

KBS 기자들이 25일 박장범 사장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며 올린 성명들. 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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