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빛으로 얼굴을 바꾸다’… 신형 GLC EV, 전기차의 새 정체성을 말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한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선택된 모델은 바로 신형 GLC EV. 오는 9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IAA 모빌리티 2025에서 세계 최초 공개를 앞두고 있는 이 차량은, 벤츠의 미래를 상징하는 새로운 ‘디지털 그릴’을 앞세워 등장할 예정이다.
단순히 외형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GLC EV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의 디자인 철학에서 벗어나, 기능 중심이 아닌 감성 중심의 전기차 디자인을 정면에 내세우며, ‘전동화 럭셔리’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다.

더 이상 냉각이 아니다… ‘그릴의 재정의’
신형 GLC EV의 가장 큰 특징은 라디에이터 그릴의 전면적인 진화다. 전기차는 기존처럼 엔진 냉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릴 역시 필수 기능이 아닌 선택 요소가 됐다. 벤츠는 이 기능적 여유를 디자인 혁신의 기회로 삼았다.
이제 그릴은 단순한 공기 유입구가 아닌, 차량의 개성과 브랜드 정체성을 표현하는 디지털 캔버스로 탈바꿈한다. GLC EV의 그릴은 무려 942개의 크롬 도트와 100개 이상의 LED로 구성된 조명 패널로 제작되며, 다양한 점등 패턴을 통해 차량 상태나 사용자 맞춤 애니메이션을 연출할 수 있다.
전면 중앙의 삼각별 로고 역시 조명이 적용되어 운전자의 접근에 반응하며 빛을 발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법규에 따라 해당 기능이 비활성화될 수도 있다.

‘EQ’ 네이밍 종료… 벤츠 전기차 작명도 바뀐다
GLC EV는 벤츠의 전기차 라인업 전략에서도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기존의 EQ 시리즈는 단계적으로 단종되며, 앞으로는 내연기관 모델과 전기차 모델이 동일한 이름 아래 공존하는 병렬 전략이 적용된다.
즉, GLC EV는 GLC의 전기차 버전이지만, 별도의 서브 브랜드로 분리되지 않는다. 내연기관 모델과 유사한 실루엣을 유지하되, 디테일에서는 차별화를 추구한다. 외관은 익숙하지만, 내면은 전혀 다른 신세대 전기차의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전환기의 전략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기술력도 진화… 주행거리 650km·10분 충전 260km
GLC EV는 디자인뿐 아니라, 전기차 성능에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MB.EA를 기반으로 개발되며, 94.5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650km(WLTP 기준)**의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EQC 대비 주행거리를 대폭 향상시킨 수치로, 장거리 실사용에 있어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8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채택하여 최대 320kW 초급속 충전을 지원, 단 10분 충전으로 최대 260km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 인프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술 진보라 할 수 있다.

MBUX를 넘어 MB.OS로… ‘차 안의 컴퓨터’
운영 체제 역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GLC EV는 벤츠가 새롭게 개발한 **차세대 통합 운영 시스템 ‘MB.OS’**가 최초로 탑재되는 모델이다. 이는 기존의 MBUX 시스템을 뛰어넘는 성능과 연결성, 자율주행 대응 능력을 갖췄으며, 하이퍼스크린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UI와 긴밀하게 연동된다.
MB.OS는 차량 내 모든 기능을 중앙 집중식으로 통제할 수 있게 하며,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물론 AI 기반 사용자 학습 기능까지 통합해 ‘차량이 스스로 진화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크롬의 귀환? 친환경 트렌드 속 역행 아닌 전략
흥미로운 점은,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크롬 소재 사용을 줄이는 흐름과 달리, 벤츠는 크롬 도트와 고광택 패널을 전면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럭셔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벤츠 디자인 총괄 고든 바그너는 “우리는 ‘전기차도 벤츠다’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증명하고자 한다”며, 빛으로 조각된 그릴을 통해 벤츠만의 고유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전략임을 밝혔다.
특히 전기차 시대가 되며 각 브랜드들의 전면부가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벤츠는 조명 그릴을 차별화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디자인은 앞으로 출시될 모든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기본 탑재되며, 향후 내연기관 차량에도 적용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다.

GLC EV, 단순한 신차가 아닌 ‘새 시대의 문’
GLC EV는 EQC의 실질적 후속 모델이지만, 단순한 대체 수준을 넘어 벤츠 전기차 전략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플래그십 전환점이다.
휠베이스는 기존 GLC 대비 83.8mm 늘어난 약 2972mm로, 실내 공간 또한 크게 개선될 전망이며,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바닥 설계와 모터 위치 최적화 덕분에 2열 레그룸과 적재 용량 모두 동급 최고 수준을 예고하고 있다.
100년 전통에서 미래로… 벤츠의 정체성은 ‘빛’으로 진화한다
1920년대 기능적 허니컴 그릴, 1960년대 권위를 상징하던 크롬 프레임, 그리고 이제는 빛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터랙티브 그릴. 벤츠는 단지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얼굴을 시대에 맞게 진화시키고 있다.
오는 9월 뮌헨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될 신형 GLC EV는, 전기차의 기능적 완성도뿐 아니라 **벤츠라는 브랜드가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디자인 선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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