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팬들 사이에서 “구단 역사상 최고의 트레이드가 뭐냐”는 질문이 나오면, 의견이 몇 갈래로 갈리는 듯하다가도 결국 한 이름으로 다시 모인다. 포수 최재훈이다. 트레이드는 늘 결과론이라지만, 최재훈 트레이드는 이상할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빛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트레이드는 단순히 좋은 선수를 데려온 거래가 아니라, 팀의 고질병을 끊어낸 거래였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포수는 숫자로 다 담기지 않는 자리다. 투수의 심리, 경기의 흐름, 벤치의 선택, 상대 타자의 습관까지… 포수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린다. 그래서 한화가 오랫동안 “포수난”에 시달릴 때는, 성적이 조금만 흔들려도 팬들이 가장 먼저 포수 문제부터 꺼내 들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재훈 트레이드는 ‘한화 야구의 골격’을 다시 세운 사건에 가깝다.
2016년을 떠올리면 한화의 포수 자리는 애매했다. 조인성은 전성기의 폭발력이 내려온 시점이었고, 허도환은 안정적이지만 어디까지나 보조 역할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팬들이 답답해했던 건, 장기적으로 믿을 만한 주전 포수가 뚝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팀이 이기든 지든, 포수 쪽에서 “오늘은 확실히 잡아줬다”는 확신이 생기기 어려웠다.

이때 한화가 눈을 돌린 팀이 두산 베어스였다. 당시 두산은 포수 뎁스가 워낙 두터웠고, 팀 내에서 출전 기회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포수가 있었다. 바로 최재훈이었다. 팬들이 보기에도 “저 선수가 묻히는 건 아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해설가 이순철이 “트레이드로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반복해서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원이 남는 팀’과 ‘자원이 절실한 팀’이 만날 때 트레이드는 가장 깔끔하게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신성현을 내주고 최재훈을 데려왔다. 신성현이 당시 반짝 활약을 보였다는 평가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트레이드에서 중요한 건 “반짝”보다 “구멍을 메우는 지속력”이다. 외야/코너 쪽 자원은 매년 대체가 나오지만, 포수는 그렇지 않다. 포수는 경험이 필요하고, 투수와의 호흡이 필요하고, 팀 전체의 운영 능력이 필요하다. 그걸 한 시즌에 뚝딱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이 트레이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선명해졌다. 팬들이 체감한 포인트는 대략 이렇다.
포수 포지션이 ‘불안’에서 ‘안정’으로 바뀌었다
선발이 무너질 때도 경기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흐름이 생겼다
시즌이 길어질수록 투수 운용이 정리되며 불펜 소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이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포수가 안정되면, 투수들이 더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다. 볼넷이 줄고, 불필요한 위기가 줄고, 결국 이닝이 길어진다. 즉, 포수의 안정감은 팀 성적의 ‘바닥’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최재훈은 한화 이적 직후부터 바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느낌”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에는 완전히 폭발하진 않았지만, 경기 수를 쌓으며 팀의 주전 포수로 자리 잡는 과정이 보였다. 그리고 2018년, 한화가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향해 달리던 시즌에 최재훈의 존재는 더 확실해졌다.
특히 포수는 타격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최재훈이 높은 평가를 받은 지점은 ‘리드’와 ‘수비’였다. 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포수는 타격이 조금 아쉬워도, 투수들을 살리면 팀이 산다.”
2018년 한화가 마운드에서 의외로 단단한 모습을 보였던 시즌을 떠올리면, 그 중심에 최재훈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야구는 한 명이 하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포수는 확실히 팀 전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포지션이다. 최재훈이 한화에서 WAR이 꾸준히 쌓이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는 흐름이 반복해서 언급되는 이유도 결국 “포수로서 팀을 바꾼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가 성공인지 아닌지는 두 가지로 갈린다.
데려온 선수가 잘했는가, 그 선수가 팀에 남았는가.
최재훈 트레이드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 결국 최재훈은 한화와 2022년 FA 계약(5년 54억)을 맺었다. 팬들이 더 크게 반응한 건 액수보다 태도였다. 협상이 길어지며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흔한데, 최재훈은 비교적 빠르게 결론이 났다는 이야기로 남았다. 이런 장면은 팬들에게 단순한 계약 이상의 의미가 된다. “이 선수는 팀을 위해 남는다”는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5년, 많은 이야기가 오간 시즌에도 최재훈은 36세라는 나이를 잊게 하는 활약으로 팀의 중심을 잡았다. 포수라는 자리는 체력 소모가 큰데도,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며 ‘한화 야구의 중심축’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2026년 최재훈은 37세다. 포수에게 이 나이는 분명 부담이다. 무릎, 허리, 손가락, 회복력까지 모든 게 예전 같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내려오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내려오느냐다. 예전처럼 매일 풀타임을 요구하면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현대야구는 포수도 관리한다. 휴식일을 계획하고, 상대 투수 유형에 맞춰 출장 패턴을 조절하고, 공격에서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팀이 선수의 수명을 늘린다.

최재훈에게도 이제 이런 운영이 필요하다. 한화가 2026시즌에 우승까지 노린다면, 최재훈을 ‘혹사’해서가 아니라 가장 필요한 순간에 가장 강하게 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중요한 시리즈에서 투수 리드로 안정감 극대화
젊은 포수 자원과의 분업으로 체력 관리
시즌 후반, 가을야구를 위한 컨디션 피크 조절
이 방향으로 가면, 최재훈은 성적뿐 아니라 팀 전체의 중심축 역할을 계속 해낼 수 있다.
최재훈 트레이드가 레전드인 이유는 “스타를 데려와서”가 아니다. 희소 포지션의 구멍을 정확히 메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한화의 고민으로 자주 거론되는 중견수 이슈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중견수 역시 포수처럼 팀 운영의 축이다. 중견수가 안정되면 외야 수비 범위가 넓어지고, 투수들이 플라이볼을 덜 두려워하게 된다. 결국 실점이 줄고, 불펜 부담도 줄어든다. 포수 트레이드의 성공 공식이 중견수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결국 답은 간단하다.
한화의 “역대 최고 트레이드”는 최재훈이었고, 그 트레이드가 남긴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팀의 축을 메우는 거래가 진짜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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