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5조달러를 돌파했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 여러 협력 및 공급 계약이 AI 낙관론을 되살린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한때 전장 대비 5.6% 오른 212.19달러를 기록하며 시총 5조달러를 넘어섰다. 엔비디아 시총이 4조달러를 넘어선 지 약 4개월 만이다.
황은 전날 워싱턴DC에서 열린 개발자회의 ‘엔비디아 GTC 2025’에서 핀란드 통신장비업체 노키아에 대한 10억달러의 투자 등 새로운 파트너십과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또한 양자컴퓨터를 AI 칩과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도 공개했다. 황은 AI 칩인 블랙웰과 새 모델인 루빈이 내년까지 매출 성장세를 견인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칩들이 총 500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0일 부산에서 열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블랙웰 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점도 주가를 끌어올렸다. 트럼프는 몇 달 전에도 성능을 낮춘 블랙웰 프로세서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된 상황이다.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의 키스 러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총 5조달러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며 “시장은 AI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상승으로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내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까지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 시총은 네덜란드,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주식시장을 모두 합친 규모를 넘어선다. 또 AMD, ARM, ASML, 브로드컴, 인텔, 램리서치, 마이크론, 퀄컴,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시총 합산액보다 크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 급증에 따라 황의 자산도 1800억달러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는 올해 초보다 약 680억달러 높은 수준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도 엔비디아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80명의 애널리스트 중 90% 이상이 ‘매수’의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있으며 ‘매도’ 의견은 단 한 명뿐이다.
다만 최근의 급등세를 고려할 때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말 이후 이미 1300% 이상 올랐다.
포트피트캐피털그룹의 댄 아이 CIO는 “엔비디아가 AMD나 브로드컴 같은 경쟁사에 일부 시장 점유율을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4배로 최근 5년 평균치인 약 39배보다 낮다. 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29배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아이는 “만약 시장이 AI에 거는 기대가 실제로 실현된다면 현 수준의 밸류에이션도 정당화될 수 있겠지만 일부는 충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엔비디아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어려웠지만 현재 주가는 매우 높은 기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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