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전세계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힌다는 국산 SUV

조회 14,9582024. 6. 26.

2010년 등장한 3세대 '스포티지 R'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2세대 투싼과 주요 부품을 공유하는 형제차였지만 디자인만큼은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합니다. 앞서 출시된 2세대 쏘렌토와 함께 'R'이라는 서브네임이 붙었는데 혁명을 뜻하는 'Revolution'의 앞글자를 따왔다고 하죠.

도심과 자연을 모두 아우르려고 했던 전작과는 달리 기아차를 지금의 디자인 맛집으로 만든 주역이죠. '피터 슈라이어'의 손길이 닿아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와 빌딩숲이 어울리는 완벽한 도심형 SUV의 모습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LED와 거대한 사이즈의 휠도 신선함을 더했고요. 직선이 강조된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운 디자인이 당시 국내외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 봐도 질리지 않는 걸 보면 참 디자인이 잘 됐다고 느끼죠. 여러모로 서브네임이 아깝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이 모델부터 후방 방향 지시등이 무릎에 내려오게 됐죠. 이때 당시에도 '잘 안 보인다', '파손되기 쉽다' 등 말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현대차에까지 마수가 뻗었어요. 스포티지 같이 지상고가 높은 SUV에는 그나마 이해를 하겠는데 도대체 카니발이나 K3 같은 낮은 차의 범퍼에 왜 방향지시등을 넣었는지 의문입니다.

실내 역시 세련되다 못해 미래적이기까지 했던 외관에 발맞춰 모습이었는데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계단식 구조로 입체감을 살리는가 하면 기아의 브랜드 컬러로 자리 잡은 붉은 조명과 대화면 내비게이션, 버튼 시동 스마트키 등 다양한 첨단 편의장비가 어우러지며 확실히 세대가 바뀌었음을 느끼게 해 줬죠.

거대한 플라스틱 패널이 두드러져 고급감이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통풍 시트, 스티어링 휠 열선, 파노르마 썬루프 등 풍부한 편의장비와 현대기아차의 넓은 실내 공간이 돋보이면서 정말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특히 이때는 'SUV'라는 말보다는 크로스오버 'CUV'라는 말이 유행했죠. 이전에는 세단과 SUV를 선택하는 소비자층이 분명히 나뉘었던 반면 험로 주파 같은 기능적인 접근보다는 해치백이나 왜건처럼 세단의 한 종류, 하나의 스타일로 인식되면서 그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물론 이전부터 이런 현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2010년 전후였고 지금의 SUV 전성시대가 펼쳐지게 된 것이죠.

파워트레인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새로 개발된 2.0L R 디젤 엔진과 6단 자동 변속기, 4륜구동이 더해져 해외 유수 모델과 경쟁해도 꿀리지 않는 동력 성능을 제공했습니다. 후에 2.0L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T-GDi' 모델까지 출시하면서 드디어 이름에 걸맞은 스포티한 동력 성능을 뽐냈죠. 비록 동력 손실과 연약한 브레이크 등 약점은 있었지만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고속도로, 일반도로를 가리지 않고 질주하기에 충분했고, 그 결과 'K5'와 함께 대표적인 '사이언스 베슬' 이미지를 갖게 됐죠.

2013년에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더 뉴 스포티지 R'로 출시됐습니다. 휠과 범퍼 디자인, 리어램프에 LED를 추가하는 등 소소한 디테일만 업그레이드했는데 칭찬이 자자했던 디자인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죠.

기아차의 커넥티드 카 시스템인 'UVO'가 도입되면서 스마트폰으로 원격 시동, 온도 설정 등을 할 수 있었어요. 운전석만 편애했던 통풍시트를 조수석에도 드디어 넣어줬고 2열 리클라이닝, 2열 에어벤트를 추가하는 등 탑승객 편의성에 초점을 맞춘 개선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단종 직전까지 글로벌 220만 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기록했죠.

전작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일까요? 2015년 등장한 '4세대 스포티지'는 이전 모델만큼 칭찬일색은 아니었습니다. 램프를 추켜올려 두툼한 차체가 돋보이는 디자인은 이전 모델보다 SUV다운 무게감과 견고함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전작의 날렵하고 경쾌한 느낌은 다소 희석된 모양새였죠.

측면과 후면부는 전작의 디테일을 이어받아 후속 차종다운 세련미가 느껴졌지만 문제는 앞모습이었습니다. 보닛과 나란히 배치된 헤드램프가 너무 높아 그냥 보기에도 균형감이 좀 떨어져 보였고 포르쉐 카이엔, 마칸이 연상되면서 왠지 아류작 같은 느낌까지 줬죠.

높게 자리한 헤드램프는 또 기능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는데 램프의 위치 자체가 높다 보니까 일반적인 하향등 작동 시에도 포지션이 낮은 세단류의 운전자에게 강제 눈부심을 선사했습니다. 심한 경우 하이빔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었죠. 최근 출시된 SUV들이 왜 이렇게 램프를 하단으로 내리려고 애를 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에요.

기아차의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스타일 업 패키지'라는 옵션을 마련했는데 낮은 트림에서도 19인치 휠, LED 램프 등 고급 디자인 사양을 저렴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게 해서 겉모습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환영받았습니다. 덕분에 투싼 같은 경쟁차와 비교해 풀 옵션이 유난히 많이 굴러다니는 것 같이 보이죠.

실내도 수평과 대칭이 돋보였던 전작과는 달리 운전자 중심의 비대칭 구조를 적용했습니다. 각종 편의장비와 그로 인해 늘어난 버튼을 조작하기에는 편리했지만 상대적으로 균형감이 떨어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죠. 실제 호불호도 많이 갈렸고요.

다만 이전 모델보다 넉넉해진 실내 공간에 더 풍부해진 편의장비, 긴급제동보조, 후측방 경고 같은 최신 주행 안전사양이 탑재되면서 여전히 뛰어난 상품성을 뽐냈습니다.

엔진도 기존의 2.0L R 엔진에 이어 1.7L 디젤 사양과 2.0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신설되면서 가성비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했습니다. 이전에 2.0L 가솔린 터보나 투싼에 올라간 1.6L 가솔린 터보를 기대했던 소비자에게는 실망을 주기도 했습니다. 투싼과 차별화를 위한 결정으로 보이는데,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겠죠?

여담으로 역대 스포티지 중 가장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모델인데요. 포르쉐를 연상케 하는 외관으로 '짝퉁 카이엔', '짝퉁 마칸', '짭칸', GV70이 등장하기 한참 전이라 '조선 마칸'이라는 별명이 먼저 붙기도 했고요. 망둥어를 닮았다고 해서 '망둥티지', 헤드램프 이슈로 붙은 '눈뽕티지' 등 디자인에 관한 별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4세대 스포티지 역시 '보다 보니 괜찮다'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전작의 디자인이 워낙에 훌륭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른 기대가 그대로 실망으로 이어진 케이스였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K5의 2세대 모델 역시 비슷한 고초를 겪기도 했고요.

2018년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고 '더 볼드'라는 서브네임이 붙었습니다. 호평받았던 뒷모습과 측면의 변화는 최소화했고 전면부 디자인을 수정해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인상으로 거듭났습니다.

LED 헤드램프를 도입하면서 'K3'에서 먼저 선보였던 4구의 주간주행 등을 적용했는데 공교롭게도 최신 포르쉐의 그것과 흡사한 이미지가 되면서 또 다른 의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쯤 되면 진심으로 노린 건지, 뭔지 좀 헷갈리네요.

실내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뀐 투싼 페이스리프트와 달리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나 에어벤트 등 소소한 디테일을 수정해 정돈된 느낌을 줬고 오토 하이빔, 차로이탈 보조 등 최신 안전사양을 기본 탑재했고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반자율 주행 사양을 추가하는 등 외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습니다.

디젤 파워트레인은 요소수 장치를 추가해 최신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했고 1.7L 디젤을 신형 1.6L 엔진으로 대체해 효율을 높였습니다. 특히 2.0L 디젤은 동급 최초로 8단 변속기가 장착되기도 했죠.

출시 초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지만 4세대 스포티지는 한때 국내 기아차 월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 팔렸습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죠. 소형이면 소형, 대형이면 대형, SUV 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짐에 따라 중간자 역할을 하던 스포티지의 존재감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막내 '스토닉'과 스포티지 사이에 소형 SUV '셀토스'가 난입하면서 포지션이 애매해졌죠. 위에서는 베스트셀러 쏘렌토의 인기가 여전했고 아래로는 셀토스가 치고 올라오니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 건데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K3와 레이에 밀려 사라졌던 프라이드와 비슷한 케이스죠.

최근에는 배출가스 기준 미달로 2.0L 디젤 모델이 단종됐습니다. 연식 변경을 통해 편의성을 개선했고 가성비를 앞세워 꾸준히 팔려나갔지만 예전의 인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죠.

올해 공개된 '5세대 스포티지'는 3세대에 버금갈 만큼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최근 전위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는 현대차에 비해 보수적인 디자인을 가져갔던 기아차의 행보와는 달리 파격에 발맞추기로 합의를 한 것 같네요. 전작의 헤드램프 지적을 너무나 잘 수용한 나머지 한껏 잡아내렸고 이제는 어디가 눈인지 헷갈릴 정도로 LED를 적극 사용하면서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극대화했습니다.

측면은 전작의 둔한 느낌을 많이 덜어내 늘씬한 라인이 돋보입니다. 휠 디자인도 상당히 독특하죠. 혼다 'CR-V'의 것을 참고한 느낌도 나고요. 후면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실물을 봐야 될 것 같아요.

전장이 무려 4,660mm로 중형 SUV에 버금가는 체급을 갖추게 되면서 셀토스와는 확실히 거리를 뒀습니다. 르노삼성 QM6와 가까운 수치죠. 요즘 애들 평균 신장이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차도 갈수록 커져만 가네요. 늘씬해 보이는 이유가 있었어요.

판매국가에 따라 롱 휠베이스와 숏 휠베이스 두 가지 버전을 준비했고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에서는 롱 휠베이스 모델만 판매된다고 하죠. 또 '그래비티'라는 상위 모델을 준비해 범퍼 디자인 등 일부를 차별화했습니다. 기아의 패밀리룩이 호랑이로 시작해 상어로 가더니 결국 물고기로 자리 잡는 느낌이네요.

수평 기조의 실내 역시 외관만큼이나 파격적입니다. 기아차의 최신 모델답게 다이얼식 기어레버가 적용됐고 대화면 커브드 디스플레이도 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K8'에 선보였던 가변식 터치 패널도 여기 쓰였네요. 덕분에 버튼 숫자가 많이 줄어들어서 깔끔해 보입니다. 어째 상위 모델인 쏘렌토 보다도 완성도가 높아 보이네요. 더 커진 차체만큼 공간 역시 넉넉해졌겠죠.

본 콘텐츠는 해당 유튜브 채널의 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친환경에 대한 시대 요구에 발맞춰 디젤보다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주력으로 설정해 여러모로 쾌적한 주행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실물을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

Copyright © 저작권 보호를 받는 본 콘텐츠는 카카오의 운영지침을 준수합니다.

이 콘텐츠가 마음에 드셨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