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불신임'에 85% 찬성…"무능"·"협회 명예훼손"
'전체 선거권 회원 4분의 1' 요건 충족 못해 불신임안 발의는 불발
의·정 갈등이 7개월을 넘겨 지속되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회원 '10명 중 8명' 이상은 임현택 의협 회장의 불신임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 사태를 과단성 있게 풀지 못하는 '무능'에 더해 전공의·의대생 등을 '패싱'한 독단적 회무 등이 주된 불만으로 꼽혔다.
2일 의협 대의원회 조병욱 대의원에 따르면, 조 대의원 등의 주도로 지난 8월 28일~9월 27일 진행된 '의협 제42대 회장 불신임 청원의 건'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1982명 중 85.2%에 해당하는 1689명이 임 회장을 불신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불신임 찬성표를 던진 회원들은 '무능'(181명)과 '언론 대응 문제'(143명), '독단적 회무'(138명)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 대의원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임 회장이 의협을 이끌기 전까지 보였던 행보에 일부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당선 후 모습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행동력을 보고 뽑았는데, 속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지난 8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입법을 막지 못한 것을 두고 '회원들의 권익을 침해한 것'이라며, 이를 이유로 불신임해 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의·정 대치 국면에서 임 회장의 '언론대응 미숙'을 지적하며 "부끄럽다"고 토로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임 회장이 그간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줄곧 보여 온 말실수에 대해 '속 시원한 사이다라기보다, 거북하다', '직위에 적합하지 않다', '사태를 해결하려 하기보단 분란만 일으키려 한다' 등의 비판적 입장을 기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6월 60대 의사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건과 관련해 "앞으로 병·의원에 오는 모든 구토 환자에 어떤 약도 쓰지 마세요. 당신이 교도소에 갈 만큼 위험을 무릅쓸 중요한 환자는 없습니다"라고 적은 페이스북 글로 논란이 됐다.
또 해당 판결을 내린 판사의 얼굴·실명을 공개하며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외국 의료인 면허 소지자도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된 후엔 소말리아 의대 졸업식 기사를 공유하며 "커밍순(Coming soon)"이라고 적어 인종차별적 시각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임 회장이 앞서 전공의 등이 모인 단체대화방에 남긴 '(이 문제에서) 손 뗄까요' 등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의협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사의 취재를 일정 기간 '보이콧'(출입금지)한 일에 대해서도 "(이러한 조치로) 협회의 명예가 훼손될 정도"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설문 주최 측은 "사실 가장 많은 의견은 정치권 진출을 위한 (임 회장의) 사리사욕 챙기기를 지적한 것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회피하고, 대통령실이나 보건복지부만을 대상으로 했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대정부 투쟁상황에서 당사자인 사직 전공의나 학생들의 의견을 회무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 회장을 지지한 회원 293명은 '회장 신뢰'(무응답 포함 133명) 외 '단합을 해야 할 때'(83명) 등의 이유로 불신임안에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은 임 회장 불신임을 정식으로 청원하기 위해 추진됐으나, 발의 조건인 '전체 선거권 회원의 4분의 1'을 충족하지 못함에 따라 안건 제출이 무산됐다.
불신임안이 발의되려면, 지난 3월 임 회장이 출마한 선거 당시 선거인수 5만 8천여 명을 기준으로 약 1만 4500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조 대의원은 당초 올해 수련을 마칠 예정이었던 한 사직 전공의의 글을 인용하며 "역대 최고의 지지율 65%로 당선됐다고 자랑한 임 회장이지만, 회무 시작 5개월이 된 지금 회원의 85%가 그의 불신임을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전공의는 "이제 저는 정부뿐 아니라 의협과 임 회장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며 "어찌 이리 제대로 하시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 여론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일들만 하시는지 진의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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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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