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가 빽빽히 나있는 '음나무'와 음나무순 '개두릅'
맛과 향부터 얽힌 이야기까지

산길을 걷다보면 줄기에 날카로운 가시가 빼곡하게 나있는 나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봄이 되면 이 나무에서는 마치 두릅처럼 생긴 새순이 올라오는데, 이를 나물로 만들어 먹으면 진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의 양식으로써 사용된 이 나무의 이름은 바로 '음나무'다. 이에 대해 알아본다.
날카로운 가시가 빼곡히 달린 줄기… 두릅나무의 친척 '음나무'

음나무는 쌍떡잎식물 산형목 두릅나무과의 낙엽교목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두릅나무와는 친척 관계에 있는 식물이다. 음나무는 엄나무, 혹은 엄목이라고도 불리는데, 일부 지방에서는 가짜 두릅이라는 의미로 개두릅나무라고도 부른다.
음나무는 어릴 때는 내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무 밑에서도 자연 발아가 돼 자라지만, 커가면서는 햇빛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토심이 깊고 비옥한 적윤지에서 잘 자라며, 한곳에 운집하지 않고 드문드문 하나씩 자라는 경우가 많다.
다 자라면 높이 25m에 달하는 이 나무의 가지와 줄기에는 굵고 날카로운 가시가 빼곡하게 나있는데, 음나무 자체에는 독성이 없지만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을 경우 붓거나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는 편이 좋다.
한방에서는 음나무의 뿌리나 껍질을 약재로 취급하는데, 소염 효능이 강해 천연 진통제로 쓰인다고 한다. 또한, 열을 내려주고 어혈을 제거하기 때문에 허리나 다리가 아프고 저릴 때 나무껍질을 달여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두릅보다 진하고 청량감이 도는 맛 '개두릅'

봄철에는 '개두릅'이라고 불리는 새순이 나는데, 두릅처럼 도톰하지는 않아 식감은 비교적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두릅보다도 향이 강하고 약간 청량감이 도는 쌉싸름한 맛이 나 이쪽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먹을 때는 두릅과 비슷하게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쌀국수 속 고수를 먹는 듯한 향과 맛이 난다.
개두릅은 숙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 밀가루 반죽을 입혀 튀기거나 부침개로 만들어 먹어도 좋으며, 고추장이나 된장, 간장에 넣어 숙성시킨 뒤 장아찌로 만들어 먹어도 좋다.
그 외에도 연한 순을 소금물에 살짝 절인 뒤 찹쌀 풀을 묽게 쑤어 물김치로 만들어 먹어도 맛이 좋다. 개두릅 김치는 특유의 향이 살아있는데다가 물김치 특유의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잘 어울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이런 개두릅에는 사포닌과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데, 그 때문에 피로 회복, 노화 방지, 혈압 조절 등 몸에 도움이 되는 효능이 있다. 또한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간 건강을 향상시켜 해독 작용을 돕는 효과도 있어 건강 식품으로도 활용된다.
귀신 쫓는 나무… 음나무에 관한 이야기

눈에 띄는 외형 때문에 음나무는 민간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함경도, 황해도 등 이북 지방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문 위쪽이나 외양간 등에 음나무 가지를 꽂아 귀신을 쫓는 이 풍습은 '엄나무 걸기'라는 이름의 세시풍속으로 널리 행해졌다.
또한, 조선 제6대 국왕인 단종에 대해서도 음나무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단종이 죽어 태백산신령이 되자 이를 단종을 매장해준 사람이자 영월의 호장이었던 엄흥도가 엄나무가 되어 지킨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강원 정선군을 비롯한 태백산 일대에서는 단종을 서낭신으로 모시는 서낭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엄나무를 서낭목으로 모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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