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헉! 고급스러운 아파트, 싹 뜯어고친 이유.. '이것' 때문이라고?

안녕하세요. 결혼 8년 차 부부입니다. 5살 개구쟁이 아들, 그리고 친정엄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작년 내내 집을 알아보고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는데요. 그 긴 여정을 지나 올 1월부터 꿈에 그리던 예쁜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아직도 자고 일어나면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친구네 집에 다녀오면 친구 집의 도면과 가구 배치를 그림으로 그리곤 했어요. 처음 아파트로 이사가게 된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입주 전 매일 리플렛을 보며 내 방에 가구를 어떻게 놓을지 설레며 잠 못 이뤘던 기억이 납니다. 결혼 후 8년이 되어가는데 벌써 5번째 집이에요. 그만큼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기를 좋아했고 덕분에 수많은 집을 보러 다니면서 어떤 집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지 알았어요. 포기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그리고 꼭 살펴봐야 할 것들에 대해서 쌓인 데이터가 많았죠. 가족들의 협조가 있어 모두 가능했습니다.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저희 부부와 5살이 되는 아들, 그리고 친정엄마와 함께 안정적이고 조용한 환경에서 오래 살고자 신중히 동네를 선택했습니다. 아파트들의 층수가 높지 않아 하늘이 시원하게 보이고, 집과 유치원을 오가는 길에 꽤 넓은 근린공원이 있어요. 나무와 풀 뿐 아니라 개천도 흐르고 있어 매일매일 생태 체험을 하고 있어요.

도면 Before

우선 올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아파트였으면 했어요. 신축 아파트는 시설이 좋고 깔끔했지만 뜯어내기 아깝고, 너무 고층 단지는 저희 가족이 선호하지 않았어요. 여러 단지를 보다가 지어진 지 13년 된 이 아파트 단지로 결정 후 층과 향, 구조를 결정하려고 매물들을 둘러보았는데요. 처음 이 집을 봤을 땐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남서향을 선호했는데, 이 집은 남동향에 우드블라인드와 올드한 내부 인테리어로 왠지 모르게 어둑어둑했고, 주방의 구조가 답답하게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거실에서 공간이 한눈에 보이는 개방감 있는 구조와 높은 층고가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1층이라는 점은 5살 아이를 키우는 저에겐 큰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사 오자마자 뛸 수 있는 1층이라는 것에 아이는 정말 행복해했고, 8개월을 사는 동안 여전히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주방 개수대가 있는 벽이 허물 수 있는 벽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땐 정말 기뻤어요. 거실과 방의 발코니는 이미 확장되어 있었기에 거실과 안방은 굉장히 넓게 빠져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좋고 다양한 자재를 쓴 것 같은 내부 인테리어는 좀 어두운 분위기여서 올리모델링 하는 것으로 결정했고요. 벽체를 허물거나 세우는 약간의 구조 변경도 있어서 6주간의 긴 공사기간이 필요했어요.

도면 After

미래에 올리모델링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해야지! 했던 수많은 레퍼런스와 시뮬레이션들을 모아 밤마다 고민했고, 유튜브 영상과 인테리어 카페에서 계속 정보를 수집했어요. 인테리어팀은 자주 미팅을 제안해 주었고, 하나하나 결정할 때마다 세심하게 의견을 물어주셨어요. 마냥 예쁘게 하기보다는 실용적인 것도 중요했기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게 생각나네요. 그렇게 완성된 최종 도면입니다.

팬트리 쪽의 노란색 표시는 비어있던 공간에 벽체를 세워 팬트리 공간을 만든 거예요. 그리고 주방 쪽의 노란색 부분은 기존의 답답한 통로 구조를 허물고 상부장 없는 아일랜드 주방을 실현한 곳이에요. 저희 집은 확장은 이미 되어있었고, 확장되지 않은 중정 공간은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마당처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 공간을 안방에서 볼 수 있게 창을 냈고요.

주방 Before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일랜드가 11자로 되어있고 안쪽 주방에 높은 벽이 있어 조리하는 곳이 보이지 않는 구조였어요. 개인적으로 틀어박혀 요리하는 것이 싫기도 했고, 거실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와 마주 보며 주방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식탁 놓는 곳은 주방과 좀 거리가 있어 식사 때마다 정리하는데 조금 불편함이 예상되었어요.

기존 주방은 천장 조명에만 의지한 어둑한 공간이고 폐쇄적이었어요. 싱크대 쪽 벽을 허물고 수도 이설 작업까지 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개수대가 있는 벽이 허물어진 벽이에요. 벽마다 둘러진 꽤 넓은 조리공간과 상부장 덕에 주방 자체는 넓었지만 천장 조명에만 의지한 어둑함이 아쉽습니다. 그 벽을 허물었더니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어요.

주방 After

비포 사진과 달라진 게 느껴지시나요? 기존에 식탁 있던 공간에는 벽을 새로 세워 현관과 이어지는 팬트리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주방의 높은 벽을 허물었을 때의 장점이 확연히 드러나는 사진이에요. 원래는 안방으로 들어가는 길이 복도식으로 어두컴컴했어요. 이 집의 어두웠던 첫인상이 확 달라진 공간이에요.

탁 트인 공간에 넓은 아일랜드를 대면형으로 두니 확 달라졌어요. 주방 안쪽에도 수납장이 있지만, 바깥쪽에도 얕은 수납장이 있어 물을 마시거나 커피 내릴 때 사용하는 것들은 이쪽에 수납하고 있어요. 매립형 정수기도 이쪽에서 사용할 수 있게끔 방향을 바꿔놓았어요.

고민 없이 결정한 조명이에요. 비정형보다 정원, 정사각 등을 좋아하는 저는 타일도 조명도 정방형이네요! 이사 후 식탁과 조명이 설치되기까지 약 2달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어찌나 애가 타던지!  처음에는 주방 싱크대를 11자로만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소형 가전을 둘 곳이 부족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왼쪽 벽까지 ㄱ자로 만들고 서랍장을 두었어요.

주방 상판은 인조대리석을 하려다가 좀 더 내구성이 뛰어난 엔지니어드 스톤 비아테라 제품을 사용했어요. 두께가 얇아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에요. 관리가 아주 편한 편은 아니라 깔끔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 좋아했던 브랜드의 이 식탁을 찜해뒀었는데 작년에 춘천의 한 스테이에서 직접 보고 디테일에 반해 결정하게 되었어요. 평소에 손님 초대를 좋아하는 편이라 조금 큰 식탁을 놓고 싶었고, 식탁 자리가 벽에 인접한 곳이 아니고 아이의 방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하기 때문에 모서리가 없는 원형 식탁이 적절했어요. 원목 가구는 관리가 쉬운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그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이건 벽이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인 것 같아요. 이른 아침에 들어오는 붉은빛이 예뻐 남겨본 사진입니다. 주방 타일은 고민 없이 백각 타일 아이보리색을 선택했어요. 최근 백각 중에서도 좀 반짝거리거나 작은 타일이 유행인 것 같은데 저의 취향은 담백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쪽이라서 수많은 레퍼런스를 봐도 무광 백각 타일이 최고더라고요.

100mm에 맞게 단차를 두었는데 단조로울 수 있었던 이 공간에 꽃이나 화분을 놓거나, 후숙이 필요한 과일을 놓습니다. 무언가를 설치하지 않고 기존 벽의 모양새를 이용한 수납이 잘 드러난 곳이에요.

오랫동안 희귀해 보이는 빈티지 그릇이나 소품들을 아주 마음에 드는 것만 소량씩 사 모았는데요. 이제야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예쁘게 놓을 수가 없어서 깨지지 않게 보관만 했었거든요. 특별히 담겨 있는 것이 없어도 반짝이고 너무 예뻐요.

이렇게 주방에서 거실이 한눈에 보여 아이도 저도 불안하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 거실에 있으면 요기 아일랜드 아래에 숨어있다가 점프하며 짜잔! 하기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합니다. 주방에 서면 친정엄마께서 유명 셰프가 된것 같다고 하셨을 때도요.

기존의 집에서는 저 화분이 놓인 공간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광폭 베란다여서 꽤 넓었던 곳이라 너무 아까운 공간이었어요. 지금은 밝고 예쁜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음식 냄새의 환기에도 큰 역할을 한답니다.

저 문은 다용도실로 가는 입구예요. 통일감을 주고자 현관의 중문과 같은 슬라이딩 도어 디자인으로 만들었어요. 시스템 도어가 아니라서 단열이 괜찮을지 의문이었지만 기존의 문도 단열을 위한 문이 아니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유리는 서향 빛을 받기 위해 투명한 유리로 결정했다가 마지막에 인테리어팀의 조언으로 모루유리로 바꿨어요. 다용도실이 깨끗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을 거라는 말씀에 마음을 바꿨는데 정말 잘 한 선택인 것 같아요!

그리고 잘 안 보이는 쪽 벽에는 타공판을 설치해서 앞치마나 아이의 가방, 가정통신문 같은 것들을 붙여놓고 사용합니다.

아이는 제가 주방에서 일을 하면 아일랜드에 앉아서 시리얼을 먹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합니다.

인덕션은 처음 써보는데 내가내가내가내가를 외치는 아이에게 요리를 시켜볼 수도 있어 좋더라고요. 검은색 부분은 절대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후 가능한 일이긴 합니다.

다용도실 Before

기존의 집에서 여닫이문으로 되어있던 다용도실 문을 열었더니 굉장히 밝고 예쁜 풍경이 펼쳐졌어요. 오후에 찍은 사진인데, 집의 모든 공간 중 가장 밝은 곳이라고 느꼈던 기억이 나요. 이곳을 가리기에 급급한 곳으로 두지 않고 잘 꾸며봐야겠다! 다짐했었어요.

13년 전에 지어진 집답게 낮은 김치냉장고 넣을 공간이 있어요. 그리고 보조 싱크대로 사용 가능한 하부장과 2구 가스레인지가 있었어요. 보일러 아래는 세탁기 공간이고 오른쪽 문은 깊이가 얕은 붙박이 수납공간이 있었는데 이곳을 최대한 효율적이고 깨끗이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다용도실 After

다용도실 문을 열었을 때의 모습입니다. 역시 정말 밝은 곳이에요. 툭 튀어나온 구형 냉장고에 맞게 짜인 장이라 나중에 수명이 다하면 붙박이장을 개조해서 예쁜 냉장고로 바꾸려고요.

가장 큰 변화는 개수대가 생겼다는 점입니다. 살림을 하며 가장 불편했던 점이 애벌빨래를 할 경우 화장실에서 세탁기까지 물 뚝뚝 흘리며 들고 갔던 것, 그리고 신발을 빨거나 화분에 물을 흠뻑 줄 때 욕실에서 샤워기를 한 손으로 들고 다른 한 손만 사용하며 뭔가를 해야 했던 것들이에요. 그래서 세탁기 옆의 개수대는 꼭 요청드렸습니다. 너무너무 편해요!

그리고 인덕션으로 바꾸며 가스불이 필요할 것 같아 2구 가스레인지를 설치했는데요, 생선 굽는 팬이 인덕션 용이 아니라서 생선은 꼭 이곳에서 굽고 있어요. 에어프라이어도요. 냄새도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금방 빠져서 아주 좋아요.  큼직한 바구니에는 후숙이 필요한 과일이나 야채를 놔두면 예쁠 것 같았는데 너무 따뜻해서 실제로는 잘 놓지 못합니다.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커버를 덮어둡니다. 이곳 타일은 예상치 못했는데 인테리어팀에서 센스 있게 주방 타일과 같은 것으로 해 주셨어요. 덕분에 보조주방이 아니라 메인 주방같이 예뻐졌어요. 시원한 창밖의 풍경도 한몫하고요.

세탁기와 건조기를 병렬로 설치해서 쓰고 싶어서 공간을 따로 마련해 두었고, 보일러 아래쪽은 인테리어 공사하다 남은 자재들을 아직 보관하고 있어요. 오른쪽에 있던 쓰임이 없었던 붙박이장은 없애고 대신 그 장의 깊이만큼 안방 드레스룸의 공간을 더 확보했어요. 바닥에는 분리수거와 빨래 바구니가 줄지어 놓여 있습니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인데 밝은 자연광 덕에 늘 기분 좋게 집안일을 할 수 있어요.

다용도실에서 본 슬라이딩 도어예요. 왼쪽에 비어있던 공간에 수납장을 설치해 달라고 요청드렸어요. 아무래도 상부장이 없으니 수납공간이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한 번은 이 곳에 수납장을 넣지 말고 분리수거함을 놓으면 요리하다가 금방 금방 버릴 수 있어 편하겠지 싶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이 수납장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지... 각종 약, 과자, 참치, 라면 등을 보관하는 아주 유용한 수납장이 완성되었어요. 인테리어를 할 때 애매하거나 빈 공간은 무조건 수납장으로 채운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팬트리 Before

식탁이 놓인 이 공간은 주방과 꽤 떨어져 있기도 하고 책장 뒤로 보이는 수납장이 접근성이 나빠 활용도가 떨어졌어요. 이곳은 여러 번 도면 수정이 있었는데, 식탁 쪽으로 중문 위치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팬트리를 이전 집의 수납장 부분만 만들고 액자 쪽은 커피 머신 등을 놓을 서랍장으로 만들면 어떨까. 여러 고민 끝에 역시 수납이 최고다! 싶어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크기의 팬트리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팬트리 After

그래서 가벽을 만들어 가능한 큰 팬트리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알록달록한 것들이 달려 있는 문이 아이의 방인데요. 아이가 거실에서 방까지 뛰어다닐 때 걸리는 것이 없도록 저 주변은 항상 비워둡니다.

주방 쪽에서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청소도구와 휴지 등이 보관되어 있어요. 외부에서 들어온 용품도 보관하기 때문에 오염을 고려해 바닥은 타일, 벽의 어느 정도 높이까지는 필름지로 마감하길 제안해 주셨어요. 이런 관리를 위한 세심한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기길 잘했다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현관 신발장 쪽에서 열어 본 팬트리 공간입니다. 사진의 오른쪽에 더 넓은 수납공간이 있는데 지저분해서 생략합니다. 콘센트와 불 켜는 스위치도 각 문 옆에 하나씩 만들었어요. 정말 유용한 공간입니다!

거실 Before

2중 샷시(새시)에다가 그 사이에는 우드로 된 블라인드가 있었어요. 프레임도 어두운색이었고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매우 어두운 분위기였어요. 화려한 대리석과 매끈한 면을 찾기 힘든 벽들이 그 당시 고급스럽다는 인테리어를 했구나 싶었어요. 살릴 부분이 있을지 의논했지만 결국 샷시 화이트 필름 작업, 손잡이 교체, 우드 블라인드 철거를 하기로 했고요. 모든 벽, 조명, 바닥, 시스템에어컨까지 거의 올리모델링을 했어요.

철거를 하고 가족들과 둘러보러 갔어요. 벽체를 허무니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고 생각보다 빛이 잘 들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아이가 어리둥절해했던 게 생각납니다.

거실 After

오전 해가 들어올 때면 확실히 포근함을 줍니다. 해가 뜨면 실내가 잘 보이지 않고, 블라인드도 열 수 있으니 에너지가 생겨요.

신혼 가전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는데, 리모델링을 하며 예쁘게 나온 요즘 가전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하지만 결혼 8년 차의 멀쩡한 가전들을 처분하는 게 아깝기도 하고 그 비용으로 살면서 나중에 하기 어려운 인테리어에 더 투자하자는 게 낫다고 판단했어요.

49인치 티비도 거실에 비해 좀 작게 느껴진다고 손님들마다 이야기해요. 하지만 덕분에 티비를 틀면 소리도 잘 안 들리는 것 같고 집중이 잘 안돼서 티비를 보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네요. 나중에 사이즈를 키워 교체할 것을 고려하여 반매립으로 시공해 주셨어요.

실링팬은 안 하면 후회한다 해서 유행 따라 해보았는데 정말 이번 여름에 정말 정말 잘 사용했어요. 5단까지 세기 조절이 가능하고 역방향 공기 순환 기능도 있어 종종 에어컨을 대신했답니다. 에어컨 바람이 부담스러운 여름밤에 침실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팬트리로 만든 빈 벽 부분은 너무 답답해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비어있는 깔끔한 흰 벽을 보면 한결 마음이 놓여요.

소파는 거의 6년 정도 된 정말 아끼는 소파예요. 갓난 아기가 소파를 넘나들 땐 네모진 곳이 너무 위험하진 않을까. 진심으로 소파를 치워야 하나. 너무 아끼는 소파라 엄청 고민했었어요. 결과적으로 몇 번 찧은 적은 있지만 아이가 소파를 잡고 걸음마 연습하고 오르락내리락하며 낮잠도 자는 그런 편안한 소파가 되었지요. 지금도 너무 만족하며 사용하는 가구입니다.

라탄 수납장은 신혼가구 중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가구인데요. 자주 쓰는 소모품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현관문으로 들어오고 나갈 때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곳이기 때문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비치해두고 있어요.

침실 Before

안방의 이 공간은 기존 광폭 베란다가 확장된 공간으로 꽤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오른쪽 벽에 보이는 것은 거울인데 꼭 창같이 느껴지네요. 불을 켜는 스위치가 있는 쪽이 방으로 들어오는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보이지 않는 확장 공간에 침대를 놓아야겠다 마음을 먹었어요.

이 구조는 대부분 이렇게 붙박이 옷장을 짜 넣는 게 일반적인 것 같아요. 꽤 넓은 수납력을 자랑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화장실 문이 있는데, 안쪽까지 깊게 짜여진 붙박이장 부분에 건식 세면대를 놓아 파우더룸으로 사용하고 화장실을 넓게 사용하면 어떨까 고민했어요.

침실 After

침대 프레임으로도 사용하지만 평상 같기도 한 단상을 만들었어요. 퀸+더블싱글 매트리스를 올려놓았더니 약간의 공간이 남았고 이 통로를 오가며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합니다. 추운 겨울에는 매트리스를 아래쪽 바닥에 놓고 사용했는데요. 그때 저 살짝 높은 공간은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공간이 되었어요. 나중에는 이곳에 테이블을 놓거나 빔프로젝터를 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존 집에 거울이 있었던 막혀있는 벽을 뚫어 나무 프레임을 이용한 벤치형 윈도우를 만들었어요. 아침에 동쪽에서 빛이 들어오는데 그 빛이 벽으로 막혀 있는 게 아쉬웠어요. 저는 정말 한 줄기의 빛도 아까웠나 봐요. 이 창 덕에 중정 베란다 부분이 더 밝아졌고 잘 때 읽는 책이나 가습기 등 소품을 올려놓을 공간이 생겼어요.

이사 오면서 구입한 가구가 거의 없는데요. 인테리어를 하며 특별히 선반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간들을 활용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쓰임새가 사라지면 그냥 비워둬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에요. 요즘 예쁜 집들의 텅 빈 가구들을 보면 쓰임을 위한 가구가 아니라 소유를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씁쓸하더라구요.

집 전체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모든 창에 화이트 우드블라인드를 설치했는데 이곳은 특별히 잠을 자는 공간이기 때문에 반암막 커튼까지 2중으로 설치했어요. 다른 방들도 나중에 쓰임새가 바뀔 때를 대비해 커튼박스를 깊게 제작했어요. 완벽한 암막은 아니지만 아직은 어두운 것을 무서워하는 아이와 함께 자기 때문에 적당히 괜찮다고 생각해요.

유일하게 이곳의 블라인드는 화이트가 아니라 나무색인데요. 나무 프레임과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예요. 이곳을 통해 보이는 중정 베란다 부분이 참 예쁩니다.

매트리스에 누우면 머리 옆에 충전을 위한 USB 콘센트가 있어요. 양쪽 벽에 하나씩 설치해서 참 편리합니다.

반대편 안방 욕실 쪽은 이렇게 완성되었습니다. 기존 붙박이장 부분에는 새 붙박이장을 짜서 넣었고, 다용도실에 있던 붙박이장이 철거되면서 확보된 공간만큼 더 깊어진 드레스룸입니다. 넓어진 수납공간에 저와 남편, 아이의 모든 옷과 이불을 수납했고요. 약간의 창고 역할도 하고 있어요.

오른쪽 빈 벽에는 벽의 단차만을 이용한 선반(!)을 제작해 소품을 올려놓도록 했어요. 뭘 올려도 하얀 곳에 툭 얹어져 있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 마음에 들어요.

좋아하는 CD와 캔들, 아이의 첫 신발, 가족사진 등 의미 있는 것들을 올려놓고 매일매일 보고 있어요. 조금 높게 제작한 이유는 어린아이의 손이 닿지 않기 위해서인데 이제는 커서 점프로 다 낚아채더라고요!

아무것도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꼭 빈 벽 같아요. 쓰임새가 사라져도 자연스러운 공간이에요. 이쪽에는 충전 USB 콘센트뿐 아니라 천장 등을 끌 수 있는 버튼도 만들었어요. 없었을 땐 몰랐지만 있으니 잠에 들락 말락 할 때 불 끄고 자기에 딱 편리하더라고요.

붙박이장을 손잡이가 달린 형태로 할 지, 푸쉬도어로 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보기엔 푸쉬도어가 편하겠지만 문을 열기 위해 두번의 동작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세련된 것보다 약간 클래식한 무드가 마음에 들어 동그랗고 작은 손잡이로 달았는데, 예쁘긴 하지만 모든 문이 열릴때 손잡이끼리 맞닿긴 합니다.

밤이 되면 집의 내부가 잘 보일 테니 옷을 갈아입는 곳이 가려졌으면 했어요. 그래서 아치형으로 입구를 제작하고 커튼을 달아 그 안쪽은 프라이빗하게 만들었어요. 문을 다는 것은 조금 과해 보이고 열어놓고 사용하는 게 편할 것 같았는데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커튼이었어요. 집에 잘 어울리는 컬러에 적당한 발랄함을 가진 디자인으로 골랐어요.

처음에는 이 부분이 아치형인 게 조금 오그라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집엔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쁘지만 저희 집에서는 아치형이 가당키나 한가! 너무 귀여워지는 게 아닌가!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서 시도했는데 너무 귀엽지 않고 적당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만족합니다. 이 빈 벽에 거울을 설치할지 선반을 놔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잠깐 입는 옷을 걸어놓는 저희 부부의 특성상 옷걸이가 꼭 필요하다 생각해서 설치했어요.

화장대에 앉을 때는 이 등을 켭니다. 쉽게 켜고 끌 수 있게 벽에 스위치를 만들었어요. 인테리어 중 조명 계획을 세울 때는 천장의 기본 조명 외에도 생각할 게 많아요. 도배 전 미리 선을 따로 빼서 설치하는 벽등이나 펜던트등은 구매할 제품을 미리 인테리어팀과 상의해야 해요. 살다 보니 벽등 같은 것도 추가로 설치하고 싶지만 지금 하기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좀 아쉽더라고요.

나중에 아이가 수면 독립을 하면 제 작업용 책상이 사진처럼 이쪽으로 오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침실 욕실 Before

각종 자재를 사용한 집답게 세 가지 타일을 사용한 안방 욕실이에요. 창문이 있어 환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았고 아주 좁지 않아 꿈꿔왔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침실 욕실 After

주방에 이어 아이보리색 백각 타일로만 이루어진 욕실입니다. 100mm의 길이에 딱 맞는 자연스러운 선반들과 욕조, 수납공간을 완성했어요. 이곳도 고민이 많았어요. 딱딱 맞아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벽체를 튀어나오게 한 겹 세워 만들고 그 안을 판 형태라서 전체적으로 화장실의 공간은 좁아졌어요. 그래도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욕실이 만들어져서 너무 만족스러워요.

볼 타입의 귀여운 조명은 앞으로 두 군데에 또 등장합니다. 설치하고 나니 한 칸 아래 정중앙에 할 걸 아쉽더라고요.

아이가 쓰기 좋은 높이에 수건걸이를 하나 더 설치했어요. 인테리어를 한참 고민할 때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따라 해 본 건데, 정말 잘 한 선택이에요.

외부와 통하는 창문이 있기 때문에 습기에 강한 알루미늄 블라인드를 설치했어요. 창문이 있어 환기에도 도움이 되고 쾌적한 공기가 느껴져요.

샤워하며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기 좋아하는 남편의 요청에 따라 샤워기 옆에 핸드폰 놓는 공간도 만들었어요.

조적 욕조 안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은 만들지 말지 고민이었는데요. 샤워할 때 앉아서 하니 물도 덜 튀고 아이를 씻기기에도 너무 편해요.

휴지와 청소도구를 놓기 위한 공간도 제작했어요. 수납장을 제외한 모든 수납은 다 '설치'가 아니라 벽의 형태만을 이용한 것이라 너무 마음에 들어요.

중정 Before

베란다 중에 유일하게 확장하지 않은 공간입니다. 꽤 넓었지만 여러 가지 자재들로 시공이 되어있었고 창문도 프레임들이 많이 보여 답답했어요. 죽은 공간이라고 생각된 부분은 붙박이장 같은 문으로 짜여져 있어요.

붙박이장 문을 열면 또 환한 공간이 나타나요. 이곳 역시 블라인드로 창을 다 막은 채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이곳의 빛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인테리어팀과 많이 상의했어요. 최대치의 빛을 들일 수 있게 하고 싶었고, 밝고 따뜻한 전원주택의 마당 같은 느낌이 들었으면 했어요.

중정 After

이 공간을 처음 보자마자 작은 중정으로 꾸며야겠다! 생각했어요. 집을 고를 때 이런 큰 베란다 공간이 있는지도 염두에 뒀었어요. 미리 결정해두었던 테라코타 타일은 현관과 이곳에 사용하기로 결정했어요. 초록색 나무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고 특유의 자연스럽고 투박한 벽돌 같은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유행하는 컬러보다 저희 집과 더 잘 어울릴 만한 컬러를 골랐는데 너무 만족스러워요. 코팅하지 않은 기본 테라코타 타일은 관리가 어려워서 여기도 코팅액을 발랐어요. 처음부터 코팅된 타일로 시공하시길 꼭 추천드려요.

선인장이 놓인 창은 이전에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의 창이었어요. 그래서 채광과 깔끔함을 위해 통유리창으로 결정했어요. 아랫부분은 외부에 에어컨 실외기를 둘 곳이라 조금 높이 벽을 만들고 지저분한 모습이 보이지 않게 했어요. 덕분에 문을 열어 중정을 보면 불필요한 선 없이 깔끔하게 느껴져요. 여기서 가끔 누워 핸드폰을 보거나 천장의 야광별을 구경하기도 합니다. 나중에는 아이에게 물놀이도 시켜주고 싶어요.

가려져 있던 부분을 모두 철거하고 나니 정말 밝아졌어요. 바깥의 나무들까지도 1층 집에서 누리는 특권이죠.

예쁜 볼 조명이 등장한 두 번째 공간입니다. 밤에 이 조명만 두 개 나란히 켜놓으면 정말 분위기가 좋아요.

안방에서 본 모습입니다.

주방에서 본 모습입니다.

붙박이장이 있던 곳의 안쪽 벽을 뚫어 픽스 창을 내었던 곳은 거실과 통해요. 여름의 초록초록한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게 정말 다행이에요.

마치며

살기 좋은 집을 상상하고 다듬고 보살피는 일들이 우리 가족의 삶 그 자체를 만들어 가는 거라 생각하니 정말 큰 일이네요. 무엇보다 가족이 안정감을 느끼고 편안하고 때로는 낭만도 즐기며 에너지를 채우는 소중한 공간이 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큽니다.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집을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읽어주신 분들의 집과 삶도 그렇길 진심으로 바라요. 감사드리며 이만 마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