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청년과 노인 20명이 뭉친 특별한 초밥집... '인생 2막'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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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잘 가고, 돈도 벌고, 몸도 건강해지니까 만족스럽죠."
울산 남구에 사는 이순자(64)씨는 부동산업종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지낸 지 10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초밥'과 '노인'(실버=은)을 뜻하는 스시은은 울산 남구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사업 초기 투자비 지원에 공모해 선정되면서 지난달 문을 열었다.
한수림(63) 울산 남구시니어클럽 관장은 "초밥 기술을 가진 청년 1명 덕분에 2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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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청년 셰프, 서빙은 어르신이 맡아
청년 재기+노인 일자리 상생 모델 각광

“시간도 잘 가고, 돈도 벌고, 몸도 건강해지니까 만족스럽죠.”
울산 남구에 사는 이순자(64)씨는 부동산업종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가정주부로 지낸 지 10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의 새 일터는 울산 남구 신정동에 있는 초밥집 ‘스시은(銀)’이다. 이씨는 이곳으로 일주일에 두세 번 출근해 네 시간씩 홀에서 손님을 맞이한다. 15일 울산시청 앞 매장에서 만난 그는 “매일 출근하거나 종일 일하는 게 아니라 부담 없고, 용돈벌이도 된다”며 “밖에선 할머니인데 여기선 막내라 더 좋다”며 웃었다.
'초밥'과 '노인'(실버=은)을 뜻하는 스시은은 울산 남구시니어클럽이 보건복지부 노인일자리사업 초기 투자비 지원에 공모해 선정되면서 지난달 문을 열었다. 이씨를 포함해 어르신 20명이 7, 8명씩 조를 나눠 근무한다. 평균 연령은 68세로 설거지, 식재료 손질, 홀 서빙 등을 담당한다. 한 달에 60시간 일하고, 월 62만 원 급여와 4대 보험에 퇴직금까지 보장받는다. 얼마 전 첫 월급을 받았다는 최난(65)씨는 “손주들을 불러서 한턱냈다”며 뿌듯해했다.

이곳이 어르신 20명에게 '인생 2막'을 열어 줄 수 있었던 데는 초밥 조리 기능이 있는 청년 셰프 김형무(41)씨의 역할이 컸다. 울산 시내에서 5년간 초밥집을 운영하다 폐업한 그는 자영업으로 쌓인 빚을 갚기 위해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다 울산 남구시니어클럽의 제안을 받고 스시은에 합류했다. 김씨는 “시니어클럽 관장님이 우리 초밥집 단골이었더라”며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도 보람 있고, 개인적으로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라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수림(63) 울산 남구시니어클럽 관장은 “초밥 기술을 가진 청년 1명 덕분에 2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4인용 식탁 8개가 놓인 이 작은 식당의 초밥 맛은 인생 2막을 여는 폐업 청년과 60대 어르신의 어울림만큼이나 조화롭다. 대표 메뉴는 모둠스시와 우동(가락국수)이다. 음식을 만들어 손님에게 내어주는 과정도 그렇다. 김씨가 초밥을 쥐어 내면 어르신은 샐러드와 장국 등을 담아 상에 낸다. 우동을 끓이고, 완성된 초밥 위에 양파 등 간단한 토핑을 올리는 것도 어르신의 몫이다. 위험한 공정이나 초밥 조리의 핵심 과정은 김씨가 직접 맡고, 단순 반복 업무는 어르신들이 담당하는 분업 구조 덕분에 맛을 지키면서 업무 효율도 높였다. 벌써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시간에는 연일 만석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다. 한 손님은 “어르신들과 함께 만든 초밥이라 그런지 정성이 느껴진다”며 “저렴한 가격에 맛도 좋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늘면서 매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어르신 1인당 월 20만 원의 정부 지원금이 나오긴 하지만, 나머지 인건비와 임대료, 식재료비 등 대부분의 운영비는 매출로 충당한다. 단순히 노인 소득 보전을 위한 공공형 일자리가 아니라, 시장 경쟁 속에서 자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시은이 성공 사례로 안착해 이런 가게가 더 많아져 지역 청년·어르신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게 이들을 지원한 울산 남구시니어클럽의 바람이다. 한수림 관장은 “청년과 어르신이 각자의 장점을 살려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라며 “앞으로도 기술력 있는 청년과 노동력을 가진 어르신이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일자리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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