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사저 매입자 “고심 끝에 김대중재단에 사저 재매각 결정”
26일 재단서 협약식 진행…“모금운동으로 재원 마련 계획”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서울 동교동 사저를 100억원에 사들인 박천기 퍼스트커피랩 대표가 김대중재단에 사저를 재매각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2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사저 매각 논란 이후) 김대중재단 측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DJ 사저와 관련한 논의를 다각도로 진행해왔다"며 "상호 간에 DJ 사저를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을 확인한 상태고, 제 입장에선 고심이 컸지만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재매각하는 게 최선의 결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DJ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전 의원으로부터 사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후 재단은 사저를 다시 사들이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 특히 9월 초반부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문희상 재단 상임부이사장과 배기선 재단 사무총장, 김홍걸 전 의원과 박 대표가 '4자 회동'을 갖는 등 사저 재매각과 운영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박 대표는 26일 오후 3시 재단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사저 재매입 관련 협약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상속세 17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DJ 사저를 매각한 김 전 의원도 이 같은 양측의 논의 진행 과정을 공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배기선 재단 사무총장은 "박 대표로부터 사저 재매각 의사를 확인했고, 협약식을 통해 권노갑 이사장과 박 대표가 관련 서류에 서명한 뒤 후속 절차를 밟아 나갈 방침"이라며 "박 대표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동교동 사저를 100억원에 매입한만큼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데 대해 배 사무총장은 "재매입 대금은 모금운동 등으로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DJ 사저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확인했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과 각계각층 인사들도 발 벗고 나선 상황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단 측은 일단 박 대표와 협약서를 작성한 뒤 모금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이 완료되면 매매 대금을 지급하고 절차를 거쳐 동교동 사저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는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사저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기념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자 논의를 거쳐 확정해나갈 방침이다.
배 사무총장은 "사저를 DJ의 숨결이 깃든 원형 그대로 보존할 필요성이 있고, 박 대표가 선의로 매입했다 해도 개인 사업자인만큼 여러 리스크가 있는 점을 충분히 설득하고 논의한 결과"라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갖고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평화는 대화와 협력으로 이뤄진다'는 김대중 정신을 박 대표가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해줘서 재단의 사저 재매입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됐다"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9월2일 시사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시사저널 9월6일자 「[단독 인터뷰] "DJ 사저, 역사적 공간 지키기 위해 매입…11월 기념관 개관"」 기사 참조)를 통해 사저 매입 경위와 향후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박 대표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 잡풀이 무성한 채로 장기간 방치된 모습을 보며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매입 결정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역사적 공간을 잘 보존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기업에도, 개인에게도 큰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사저 매입 후 '김대중 다이얼로그(Dialogue·대화)'를 콘셉트로 한 기념관으로의 재탄생을 위한 준비에 매진해왔다. 박 대표의 사저 매입 사실이 알려진 시점은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7월말이지만, 이미 올해 3월부터 상당기간 공을 들여왔다.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진행 당시 박 대표는 사저 재매각 가능성에 대해 "특정 재단이나 정부, 서울시, 마포구, 민주당 등에서 소유권 매각을 원하고 저희가 준비해온 기획 방향을 잘 살려 동등한 수준으로 보존·유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재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대중재단이나 민주당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며 "기념사업회나 재단, 민주당 등 기념관 운영에 뜻을 공유하는 곳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저희 쪽에서 '김대중 다이얼로그' 콘셉트로 기념관을 구현하고 차후 운영은 기념사업회나 재단이 맡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탄력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기념관 개관을 목표로 했던 박 대표는 재단과의 협의에 따라 현재는 기본적인 설비 보수를 제외한 내부공사는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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