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J 사저 매입자 “고심 끝에 김대중재단에 사저 재매각 결정” 

이혜영 기자 2024. 9. 2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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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에 사저 사들인 박천기 대표, 김대중재단 제안 수용키로
26일 재단서 협약식 진행…“모금운동으로 재원 마련 계획”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9월2일 촬영한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DJ) 사저 본동 외부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서울 동교동 사저를 100억원에 사들인 박천기 퍼스트커피랩 대표가 김대중재단에 사저를 재매각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2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사저 매각 논란 이후) 김대중재단 측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DJ 사저와 관련한 논의를 다각도로 진행해왔다"며 "상호 간에 DJ 사저를 지키고자 하는 진정성을 확인한 상태고, 제 입장에선 고심이 컸지만 여러 복합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재매각하는 게 최선의 결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DJ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전 의원으로부터 사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진 후 재단은 사저를 다시 사들이기 위해 물밑 접촉을 벌여왔다. 특히 9월 초반부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문희상 재단 상임부이사장과 배기선 재단 사무총장, 김홍걸 전 의원과 박 대표가 '4자 회동'을 갖는 등 사저 재매각과 운영 등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과 박 대표는 26일 오후 3시 재단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나 사저 재매입 관련 협약식을 진행할 방침이다. 상속세 17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DJ 사저를 매각한 김 전 의원도 이 같은 양측의 논의 진행 과정을 공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배기선 재단 사무총장은 "박 대표로부터 사저 재매각 의사를 확인했고, 협약식을 통해 권노갑 이사장과 박 대표가 관련 서류에 서명한 뒤 후속 절차를 밟아 나갈 방침"이라며 "박 대표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동교동 사저를 100억원에 매입한만큼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데 대해 배 사무총장은 "재매입 대금은 모금운동 등으로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DJ 사저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확인했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들과 각계각층 인사들도 발 벗고 나선 상황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단 측은 일단 박 대표와 협약서를 작성한 뒤 모금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이 완료되면 매매 대금을 지급하고 절차를 거쳐 동교동 사저 소유권을 완전히 이전받는다는 계획이다.   

재단은 사저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기념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방안은 관계자 논의를 거쳐 확정해나갈 방침이다. 

배 사무총장은 "사저를 DJ의 숨결이 깃든 원형 그대로 보존할 필요성이 있고, 박 대표가 선의로 매입했다 해도 개인 사업자인만큼 여러 리스크가 있는 점을 충분히 설득하고 논의한 결과"라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갖고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평화는 대화와 협력으로 이뤄진다'는 김대중 정신을 박 대표가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해줘서 재단의 사저 재매입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됐다"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9월2일 적막이 흐르는 서울 동교동 DJ 사저 내부에 DJ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지난 7월 박 대표에게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된 후 내부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앞서 박 대표는 지난 9월2일 시사저널과의 단독 인터뷰(시사저널 9월6일자 「[단독 인터뷰] "DJ 사저, 역사적 공간 지키기 위해 매입…11월 기념관 개관"」 기사 참조)를 통해 사저 매입 경위와 향후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박 대표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 잡풀이 무성한 채로 장기간 방치된 모습을 보며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생각을 했고, 매입 결정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역사적 공간을 잘 보존해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기업에도, 개인에게도 큰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사저 매입 후 '김대중 다이얼로그(Dialogue·대화)'를 콘셉트로 한 기념관으로의 재탄생을 위한 준비에 매진해왔다. 박 대표의 사저 매입 사실이 알려진 시점은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7월말이지만, 이미 올해 3월부터 상당기간 공을 들여왔다. 

9월2일 촬영된 서울 동교동 DJ 사저 내부 모습. DJ가 생전에 사용하던 집무실 내 책상 등이 먼지가 쌓인 채 방치돼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 진행 당시 박 대표는 사저 재매각 가능성에 대해 "특정 재단이나 정부, 서울시, 마포구, 민주당 등에서 소유권 매각을 원하고 저희가 준비해온 기획 방향을 잘 살려 동등한 수준으로 보존·유지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재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대중재단이나 민주당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며 "기념사업회나 재단, 민주당 등 기념관 운영에 뜻을 공유하는 곳과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저희 쪽에서 '김대중 다이얼로그' 콘셉트로 기념관을 구현하고 차후 운영은 기념사업회나 재단이 맡는 등 여러 방안을 놓고 탄력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기념관 개관을 목표로 했던 박 대표는 재단과의 협의에 따라 현재는 기본적인 설비 보수를 제외한 내부공사는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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