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K이노엔이 일본 바이오텍 '라퀄리아'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승부수를 던졌다. 회사는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쳐 24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15.95%까지 끌어올렸다. 케이캡 해외 판로를 50개국 넘게 넓히고도 풀지 못했던 일본 시장을 원개발사와의 지분 결속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라퀄리아가 HK이노엔 타법인 출자 포트폴리오 중 40%를 차지하는 자산이라는 점은 하나의 리스크로 꼽힌다. 바이오텍 특성상 수익 구조가 안정적이지 않고 손익이 주가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HK이노엔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진출 전략 '케이캡 개발사 인수', 파이프라인 확장은 덤

HK이노엔은 지난해 한 해 동안 두 차례 라퀄리아에 자금을 투입하며 일본 진출 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먼저 3월엔 103억원을 들여 지분 10.61%를 확보하며 라퀄리아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 134억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을 15.95%까지 늘렸다.
라퀄리아는 2008년 일본 화이자제약 연구진이 설립한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텍이다. HK이노엔의 주력 품목인 케이캡의 원개발사다. 라퀄리아는 지난 2010년 HK이노엔에 케이캡을 기술이전했다.
HK이노엔이 작년 3월 이미 라퀄리아의 최대주주에 오르고도 지분을 한 차례 더 늘린 건 일본 시장 진입을 위해서다. 당초 케이캡 기술도입 계약에서 일본은 글로벌 상업화 권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케이캡은 2019년 출시 이후 7년간 중국, 미국 등 54개국에 기술수출 또는 완제의약품 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일본만큼은 여전히 진출하지 못한 시장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계약으로 HK이노엔은 세계 3위(약 2조원 규모)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인 일본 상업화 권리까지 거머쥐게 됐다. 일본 내 케이캡 개발은 지난달 15일 기준 임상 1상 완료 단계다.
'넥스트 케이캡' 파이프라인 확보는 덤이다. 회사는 이번 계약으로 라퀄리아와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라퀄리아가 가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는 소화기 질환, 통증, 항암 분야를 포함해 총 18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위마비 등을 겨냥한 5-HT4 계열 후보물질 'RQ-00000010'은 임상 1상까지 진입해 있다. 통증 영역에서는 TRPM8 차단제 'RQ-00434739'가 임상 1상을 진행 중이고 COX-2 저해제 계열 'RQ-00317076'는 임상 2a를 마친 상태다. 암 관련 식욕부진 및 악액질을 적응증으로 하는 그렐린 수용체 작용제 'RQ-00433412' 역시 전임상을 완료했다. 케이캡 이후 통증이나 항암 보조요법 등 인접 치료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HK이노엔의 중장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타법인출자 40% 차지, 향후 평가손익 눈길
HK이노엔의 타법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회사가 얼마나 라퀄리아에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 회사의 타법인 출자 장부가 총액은 작년 9월 말 기준 348억원인데, 이중 라퀄리아 장부가액은 140억원으로 전체의 약 40%를 차지한다. 단일 투자처로는 가장 큰 비중이다.
다만 라퀄리아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회사는 아니라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라퀄리아는 2024년에도 당기순손실은 45억원 기록한 바 있다. 배당 수익이나 안정적인 지분법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R&D 중심 기업이라는 의미다. HK이노엔 입장에서는 당장의 수익보다는 향후 사업 협력 가능성에 무게를 둔 투자에 가깝다.
물론 현재 당장 손실이 반영된 것은 아니다. 되레 지난해 3분기 장부에는 37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다만 라퀄리아 52주 주가가 301엔에서 1465엔까지 큰 폭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조정 시 언제든 손실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곽달원 HK이노엔 대표는 "라퀄리아 지분 인수를 통해 양사가 신약 연구개발 분야에서 더욱 긴밀한 협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더불어 케이캡의 일본 시장 진출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협력 기회를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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