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아 PV5 테크데이, 모빌리티의 판을 바꾸는 '유연한 기술'의 현장

기아 첫 번째 전동화 PBV 'PV5 테크데이. 사진=기아

"PV5는 플랫폼 설계부터 고객 사용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구조를 다시 짠 차량입니다"

류재천 기아 MSV프로젝트7팀 책임연구원은 지난 22일 경기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 기아 PV5 테크 데이'에서 목적기반모빌리티(PBV) 개발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에 대해 이와 같이 강조했다.

기아는 이날 행사에서 전동화 기반 첫 번째 PBV인 'PV5'의 개발 과정을 기술 중심으로 상세히 공개했다. 연구개발본부, 상품부문, 바디설계, 컨버전개발팀 등 실무 부문 책임자들이 참석해 △E-GMP.S 플랫폼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안드로이드(AAOS) 기반 인포테인먼트 △컨버전 프로세스 등을 직접 설명했다. 현장에는 패신저, 카고, 하이루프 등 전시차는 물론 플랫폼과 구조 모듈이 부품 단위로 전시돼 기술 설명에 힘을 실었다.

PV5의 전동화 플랫폼 ‘E-GMP.S’는 현대차그룹이 최초로 적용한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모터·인버터·감속기를 통합한 120㎾급 표준 PE 시스템과, 71.2㎾h·51.5㎾h 삼원계(NCM) 배터리와 43.3㎾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스템이 조합된다.

특히 배터리는 중국의 CATL, 현대모비스와 함께 개발한 셀투팩(CTP) 구조가 적용돼 공간 효율을 극대화했고, 전륜 서브프레임으로 배터리 충격 보호 구조까지 확보했다.

기아 PV5에 적용된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S’. 사진=기아

서스펜션은 전륜 더블위시본, 후륜 연결형 토션빔(CTBA) 방식이다. 승차감과 내구성을 양립하기 위해 분리형 CTBA 부싱, 듀얼 범프 스토퍼, 비선형 스프링을 적용했다. 실내 플로어는 완전 평탄한 풀플랫 구조로, 슬라이딩 도어 스텝고는 399㎜, 테일게이트 적재고는 419㎜까지 낮췄다. 이해훈 MSV차체설계1팀 책임연구원은 "기존 대비 슬라이딩 도어 열림량을 775㎜까지 확보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PV5는 전장 4495㎜(컴팩트)와 4695㎜(롱·하이루프), 휠베이스 2995㎜의 차체에 저상 플로어와 운전석 전방 배치 구조를 적용해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 패신저 모델은 3열까지 헤드룸과 레그룸이 각각 1000㎜ 이상이며, 슬라이딩 도어는 스텝고 399㎜, 열림 폭 775㎜로 어린이와 휠체어 이용자도 쉽게 승하차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1330ℓ에서 2열 폴딩 시 3615ℓ까지 확장되며, 카고 모델은 실내고 1520㎜(컴팩트·롱), 1815㎜(하이루프), 적재고 419㎜, 최대 적재 용량 5165ℓ(하이루프 기준)를 확보했다.

기아 PV5에 적용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 전시물. 사진=기아

PV5에 처음 적용된 플렉시블 바디 시스템은 차체 뒷부분을 모듈화한 구조다. 테일게이트, 쿼터글라스, 리어 오버행 등을 블록처럼 조합할 수 있어 최대 16가지 바디 타입 구성이 가능하다. 현재는 패신저 롱, 카고 롱·컴팩트·하이루프 모델 등 7개 기본 사양이 먼저 출시된다.

이 시스템은 정비성과 충돌 대응 측면에서도 설계가 최적화됐다. 조립형 가니쉬, 외골격 환형 구조, 듀얼 보강 구조가 뒷부분에 적용돼 바디 강성을 유지하면서 충돌 손상을 최소화한다. 이시영 PBV컨버전개발팀 책임매니저는 "모듈 결합식 구조는 제조 공정 혼류에 유리하고, 도너 모델 전략과 연계해 외부 협력사와의 컨버전 생태계 확장까지 고려된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PV5를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자율주행 기반 플릿 서비스와의 연계까지 고려한 통합 운영 플랫폼으로 정의하고 있다. 류 책임은 "향후 플릿 시장에서 자율주행 수요가 증가할 것을 고려해 내부 기술뿐 아니라 외부 자율주행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PBV AAOS 기반의 '플레오스 플릿' 시스템. 사진=기아

운영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되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는 자체 개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됐으며, 전용 앱마켓과 차량 제어 기능을 갖춘 '플레오스 플릿(FMS)'도 함께 탑재됐다. 김재관 PBV사업개발팀 책임은 "전기차의 운행 관리, 충전 계획, 유지보수 등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향후 OTA를 통해 '플레오스 커넥트'로 진화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 확장성도 오픈소스 기반 '기아 애드기어'와 'L-트랙' 시스템을 통해 확보됐다. 적재함과 실내 마운팅 포인트에 기성 장비나 사용자 정의 부품을 장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류 책임은 "개조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마운팅 구조와 전력 포트를 모두 반영했기 때문에 고객이 추가 비용 없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PV5를 활용한 컨버전 모델을 자사 주도로 개발하는 동시에 외부 특장 생태계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기아 PBV 컨버전 센터에서는 레저 캠퍼, 프라임 패신저, 냉동탑차, 오픈베드 등 6종의 전용 컨버전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 과정에서 차체 설계에는 컨버전 마운팅, 전용 배선, 제어기, 전력 포인트 등도 사전 반영됐다.

기아 PV5 기반의 교통약자 이동 차량 ‘WAV’. 사진=기아

외부 업체를 위한 '도너 모델'도 출시 예정이다. PV5 도너 모델은 불필요 부품을 제거한 상태로 출고되며, 전용 인터페이스 모듈(PIM)을 통해 외부 제어와 차량 연동도 가능하다. 이 책임매니저는 "기존 컨버전 시장이 겪어온 저품질·고비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완성차 수준의 품질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기아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아 PV5 판매 가격은 패신저 모델 기준 베이직 4709만원, 플러스 5000만원이며, 전기차 세제혜택과 정부·지자체 보조금 반영 시 3000만원대 후반까지 낮아질 수 있다. 카고 모델은 스탠다드 4200만원, 롱레인지 4470만원으로, 보조금 적용 시 일부 지역에선 2000만원대 후반 구매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