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엘리엇에 270억 지연손해금 안 줘도 된다···법원 “의무 없어”
삼성물산이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에 지연손해금에 대한 추가 약정금을 더 줄 의무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27일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270억원대 규모의 약정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엘리엇과 삼성물산 사이에 서로 이익이 합치돼 합의에 따랐다”며 “엘리엇의 지연손해금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10월 삼성물산에게 ‘267억2200여만원 규모의 약정금’ 반환청구 소송을 처음 제기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2016년에 맺은 ‘비밀합의 약정서’에 따라 받은 추가지급금 적용기간에 문제가 있어 ‘지연이자’를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정서에 따라 엘리엇이 받은 추가지급금 적용 기간은 2015년 9월 8일부터 2016년 3월 17일까지인데, 삼성물산이 다른 주주들에게는 ‘2022년 5월’까지 지연이자를 지급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삼성물산 측은 합의 약정서에 근거했기 때문에 지연이자가 발생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해당 사건은 ‘지연손해금 소송’이 아닌 ‘약정금 반환 소송’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삼성물산 측이 엘리엇 측에 이미 지급한 금액은 659억여원(세금 포함 약 724억원)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폭풍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중 하나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다. 엘리엇과 삼성물산 주주들은 2015년 삼성물산이 2015년 제일모직과 합병하면서 제시한 주식매수 청구가격(1주당 5만7234원)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며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조정’ 신청을 냈다. 대법원은 주식매수권 관련 재판에서 주주들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1주당 6만6602원 결정). 다만 1심에서는 삼성물산 측 손을 들어줬는데,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비밀합의 약정서’를 맺고 항소하지 않았다. 합의에 따라 약정금을 받았는데 엘리엇 측이 뒤늦게 삼성물산을 상대로 다른 주주들에게 지급한 방식과 동일하게 ‘미정산 지연이자 초과분’을 줘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재판부는 “(초과분 지급액 산정기준에 대한) 합의서 문언은 주식매수대금과 다른 명목으로 지급된 일체의 금액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될 뿐 지연손해금을 포함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합의서에 지연손해금을 주당 대가로 환산하는 정의 규정이나 계산 방식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회장 상대 ‘손배소’ 제기 소송 계속
엘리엇의 청구는 기각됐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 끝나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삼성물산 주가 저평가를 문제 삼은 엘리엇과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대에도 당시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이 합병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등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 주주들이 ‘부당 합병’을 문제삼아 이재용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현재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의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2심 결과를 보고 진행하겠다고 한 상태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문제는 이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규명할 핵심 관건으로 지목된다. 이 회장 출석 의무가 있는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30일 예정돼 있다.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121804001#c2b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22060004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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