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가성비로 무장해 중저가 시장까지 겨냥, 혼다 디오 125

모든 사람들의 지갑 사정이 여유롭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모터사이클을 구매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각자의 지갑 사정일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가장 좋은, 혹은 가장 갖고 싶은 모델을 고르겠지만, 결국 지갑 사정을 고려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게 된다. 물론 미래의 나에게 해결을 맡기는 ‘할부’라는 방법도 있낀 하지만, 아무리 할부라고 해도 결국 다 갚아야 할 빚이고, 무리해서 할부를 이용하다간 채 정도 들지 못한 모터사이클을 팔아야 하는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적당한 성능의 가성비 모델을 고르게 되는데, 스쿠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첨단 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는 제품을 누가 모르겠냐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문제. 그나마 스쿠터도 할부를 선택해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무리해서 선택하기보단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을 갖춘 모델을 선택해 중장기적으로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혼다를 대표하는 스쿠터는 역시 PCX지만, 아무래도 400만 원을 훌쩍 넘는 가격은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근거리 출퇴근이나 등하교 용으로 구입하는데 들이기에는 조금 과하다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을 위한 가성비 제품인 디오 125가 출시됐다. 혼다 제품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디오가 125cc로 나왔다는 사실, 그리고 확 달라진 모습에 놀랄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디자인과 성능, 그러면서도 여전히 합리적인 신형 디오 125의 시승차를 받아 품질과 성능을 직접 확인해봤다.

과거 디오 110은 조금은 애매한 포지션의 제품이었다. 디오는 앞뒤 모두 14인치 휠을 채택했는데, ‘빅 휠 스쿠터’라고 말하기엔 앞 16인치, 뒤 14인치를 사용하는 SH125가 있었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당시 일반적인 스쿠터들이 보통 10인치, 조금 크면 12인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그 둘 사이에 위치한 것이 디오 110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형에선 과거의 느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모터사이클 전체 디자인에서 큰 역할을 하는 부분인 바퀴 쪽이 이전보다 크게 작아져 앞 12인치, 뒤 10인치라는 평범한 구성으로 바뀌었다.

물론 디오 110에서 이어받은 건 이름 만은 아니다. 묘하게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의자에 앉은듯한 포지션은 그대로 이어진다. 물론 장거리를 탈 때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제품이 더 편하겠지만, 짧은 거리를 이동하고 신호가 많은 시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는 오히려 이렇게 허리를 새우고 플로어 패널에 발을 얹고 있는 자세가 발을 내리기 더 편하다.

전체적인 외관은 전면의 V자형 헤드램프나 차체 측면에 사선으로 넣은 라인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 헤드램프는 모두 LED로, 헤드라이트와 포지션 램프를 분리해놓아 스타일을 살리는 동시에 디오 125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플로어 패널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이번 신형 디오는 예전 모델처럼 평평한 플로어 패널이 적용되어 반갑다. 덕분에 타고 내리기도 한결 수월한 건 물론이고 필요에 따라 여기에 짐을 적재할 수도 있는데, 과거 비즈니스 모델인 벤리 110처럼 아주 여유롭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가끔씩 마트에서 장을 볼 때는 이 플로어 패널이 있으면 상자나 장바구니에 담아 플로어 패널에 싣고 올 수 있어 매우 편리한 요소다.

디오 125의 특징 중 하나는 주유구의 위치다. 보통 시트 하단이나 시트 앞쪽, 혹은 글러브 박스 위치에 주유구를 배치하는데, 디오 125는 시트 뒤편에 위치한다. 메인 스위치 옆 버튼으로 주유구 덮개를 오픈하면 시트 뒤쪽에 배치된 주유구를 만날 수 있다. 동승자가 있는 경우엔 내리지 않아도 주유를 할 수 있어 편한데, 최근 셀프 주유소가 늘어나는 추세기도 하고, 스쿠터 이용자 중 상당수가 헬멧 등을 보관하기 위해 탑케이스를 장착하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애매하긴 하다. 그래도 다행히 혼다코리아에서 슬라이드 캐리어나 위로 솟은 형태의 캐리어를 함께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계기판은 LCD창이 상하로 배치되어 속도와 엔진 회전수는 상단에, 주유계와 시계, 적산거리 등은 하단에 표시하고 LCD 상단에는 각종 안내등이나 경고등을 배치했다. 핸들바 아래로는 글러브 박스가 있고, 반대쪽에는 스마트키 적용으로 인해 키박스 대신 메인 스위치와 시트/주유구 열림 스위치를 배치했다. 시트는 낮은 굴곡으로 앞뒤를 구분해 키가 큰 사람은 뒷좌석 공간을 이용해 여유 있게 탈 수도 있고, 동승자가 있거나 플로어 시트에 큰 화물을 적재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접이식 스텝도 마련해놓았다. 시트 하단 수납함은 풀페이스 헬멧까지 수납 가능한데, 헬멧 형상이나 사이즈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지만, 제트 헬멧은 여유있게 들어간다.

엔진은 혼다 125cc 스쿠터에서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eSP 엔진이 적용됐다. eSP란 ‘enhanced Smart Power’의 머릿글자를 딴 것으로, 출력은 높이면서도 마찰은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킨 것이 특징인 엔진이다. 덕분에 디오 125도 60km/h 정속 주행시 49.5km/L라는 뛰어난 연비를 보여주는데, 놀라운 건 이 모델에는 아이들링 스톱 기능이 없음에도 이 정도 연비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기존에 eSP 엔진이 탑재된 모델 상당수에는 아이들링 스톱 기능까지 더해 연비를 더욱 끌어올렸던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리송한 부분. 그래도 스타트 모터와 제너레이터를 하나로 합친 ACG 스타터를 탑재해 부드럽게 시동이 걸리는 점은 다른 eSP 엔진 탑재 모델과 동일하다.

가장 궁금한 건 이전의 디오와 신형 디오의 성능 차이일 것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두 디오 모두 공랭식 엔진을 사용한다는 점인데, 디오 110은 배기량이 108cc였고, 디오 125는 124cc로 16cc의 차이가 난다. 16cc면 미미한 차이로 느껴지고 실제 수치에서도 디오 110은 최고출력 8.4마력, 최대토크 0.9kg·m에 디오 125도 최고출력 8.3마력, 최대토크 1.1kg·m로 성능이 별반 차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모델의 성능 간 가장 큰 차이는 발생 구간이다. 디오 110은 최고출력 발생 구간이 8,000rpm, 최대토크는 6,500rpm인데, 디오 125는 최고출력은 6,250rpm, 최대토크는 5,000rpm에서 발생한다. 즉 수치상으론 비슷해 보이지만 발생 구간을 앞당겨 실 사용영역에서의 성능을 강화했다.

이 차이는 직접 타보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전 디오 110에서는 점진적으로 속도가 오르긴 하지만 그 과정이 조금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디오 125를 타보니 그런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초반부터 쭉쭉 뻗는 가속감 덕분에 시내를 다니는 내내 가속으로 인해 아쉽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일찌감치 토크가 강하게 발생하는 부분 때문에 신호가 바꿔 출발하는 순간에 스로틀 레버를 조금 빠르게 당기니 앞바퀴가 가벼워질 정도로 여유있는 파워가 좋다.

휠 크기는 앞 12인치, 뒤 10인치로 줄었지만, 포장도로가 대부분인 국내 도로 상황을 생각하면 휠이 꼭 클 필요는 없다. 오히려 휠 크기가 작아짐으로써 좀 더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좌우로 기울이는 과정이 경쾌하게 이뤄지는데 외관에서의 스포티함이 단지 거기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실제 주행 성능에서도 느낄 수 있는 점은 반가운 부분. 숏 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라면 더욱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브레이크는 앞 디스크, 뒤 드럼 구성으로 제동력과 경제성을 모두 갖췄다. 물론 앞뒤 모두 디스크 방식인 것과 비교하면 제동력이 부족한데 이를 커버하기 위해 전후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CBS)를 탑재했다. 즉 급제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앞뒤 모두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에 각각 조작할 때보다 높은 제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여기에 오르막 경사로 등에 주차할 때 차량이 뒤로 밀리지 않도록 하는 파킹 브레이크 레버가 뒷브레이크 레버 안쪽에 장착되어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격일 것이다. 125cc 배기량에 우수한 연비의 eSP 엔진, LED 라이트, 스마트키 등 준수한 사양을 갖추고서도 가격은 269만 원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런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한 이유는 이번 모델이 혼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됐기 때문. 인도산이라 품질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동안 혼다 제품들은 세계 여러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왔음에도 품질 관리가 잘 되어온 만큼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이번 디오 125는 그동안 내수 시장용 제품만 생산해왔던 혼다 인도 공장에서 한국 시장 공급을 위해 처음으로 수출한 모델로, 이 때문에 혼다 인도에서도 첫 수출품인 만큼 더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이 혼다 관계자의 귀띔이다.

혼다의 대표 모델이자 효자 모델은 PCX지만, 중저가 시장을 위해 이번 디오 125를 들여옴으로써 부담을 던 가격의 스쿠터 선택지가 새로 추가돼 반가운 마음이다. 다만 우려되는 건 함께 판매중인 비전과의 가격 차이가 고작 26만 원밖에 나지 않는데, 물론 기능 차이 등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어도 그 차가 얼마 나지 않는 점 때문에 제 살을 깎아먹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혼다는 우수한 품질과 성능의 제품으로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판매 1위를 달성하고 있다. 여기에 놀랄만한 가성비까지 갖춘 이번 디오 125의 등장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온 경쟁 모델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되리라 본다. 물론 요즘의 모터사이클은 상향 평준화됐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혼다는 긴 역사에서 쌓은 노하우와 기술력, 이를 바탕으로 한 뛰어난 품질과 성능, 내구성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타 브랜드에서 따라오지 못할 뛰어난 네트워크로 전국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보통 노력으로는 디오 125를 쉽게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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