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끝나고도 서장훈 감독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전광판에는 71대 73이 남아 있었습니다.
지난 30일 밤 11시 5분 방송된 SBS '열혈농구단2' 최종회에서는 전국 최강전 준결승이 그려졌습니다. 안양 정관장아레나로 홈구장을 옮긴 라이징이글스가 결승 진출을 놓고 수도권 최강으로 꼽히는 제이크루와 맞붙었습니다.
앞선 경기 패배로 4위에 머물러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팀이었고, 상대와의 통산 전적은 1승 1패였습니다. 선발로는 정규민, 박찬웅, 정진운, 문수인, 줄리엔 강이 나섰습니다. 발목 인대를 다쳤던 정규민이 돌아오면서 오랜만에 완전체가 갖춰진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쿼터마다 앞선 팀이 바뀌었습니다

초반 흐름은 라이징이글스 쪽이었습니다. 1쿼터를 19대 17로 앞선 채 마쳤습니다.
다만 그동안 약세를 보여온 2쿼터에서 흐름이 넘어갔습니다. 31대 36으로 역전을 허용했고, 코트에서는 양 팀 선수 사이에 거친 신경전이 벌어질 만큼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3쿼터에 라이징이글스가 꺼내 든 카드는 '쓰리가드'였습니다. 줄리엔 강의 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뒤 1점 차로 앞서 나갔고, 이후로는 리드가 몇 번이나 손바뀜했습니다. 오승훈의 동점 3점슛이 터졌고, 쿼터 마지막 공격에서는 박찬웅이 버저비터를 꽂아 넣으며 3쿼터를 가져왔습니다.

종료 20초, 그리고 1.5초
4쿼터도 끝까지 붙어 갔습니다. 종료 3분 전 오승훈의 3점슛이 들어가며 라이징이글스가 리드를 잡았고, 서장훈 감독은 들뜬 선수들을 가라앉히려 2분을 남기고 타임아웃을 불렀습니다.
종료 55초 전 동점을 허용했지만, 상대 반칙으로 얻은 문수인의 자유투로 다시 한 걸음 앞섰습니다. 승부가 뒤집힌 건 종료 20초 전이었습니다. 제이크루의 3점슛이 그대로 들어가며 점수는 71대 73이 됐습니다.
같은 장면에서 오승훈은 충돌로 쇄골을 다쳤습니다. 라이징이글스에게 남은 시간은 1.5초였고, 마지막 슛은 링을 비껴갔습니다. 2점 차였습니다.

전광판에 남은 숫자, 그리고 감독의 말
방송 화면에 잡힌 전광판에는 개인 기록도 함께 떠 있었습니다. 오승훈이 26점, 박찬웅이 24점, 문수인이 16점이었습니다. 두 선수가 50점을 합작하고도 2점이 모자랐던 경기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찬웅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고, 문수인은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서장훈 감독은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수고했고, 열심히 잘해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이걸 겪어내는 것도 우리 몫이다. 너무 아깝다, 아까워"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경기 전 그가 선수들에게 했던 말과 겹쳐 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서장훈 감독은 이날 훈련에서 "최선을 다하고 납득이 가는 경기를 해야 한다"며 "무의미하게 끝나버리면 너희 남은 인생에도 버릇이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2013년 사직에서 유니폼을 벗은 뒤 13년이 지난 지금도 선수 시절이 매일 후회된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며 선수들을 붙잡았습니다.

이날 안양 정관장아레나에는 매니저 산다라박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와 아이돌 그룹 리센느의 축하 무대가 더해지며 분위기가 달아올랐습니다. 그만큼 마지막 1.5초의 여운도 길게 남았습니다.
결승 진출은 무산됐지만, 서장훈 감독이 붙잡고 싶었던 건 결과보다 그 과정에 가까워 보입니다. 여러분은 이 경기를 어떻게 보셨나요. 마지막 20초의 3점슛이 아쉬우셨나요, 아니면 2점 차까지 따라붙은 과정이 더 크게 남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