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려한 액션이나 거대 자본 없이도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단면을 파고들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힌 영화가 있다.
2015년 개봉한 조치언 감독의 약장수는 대리운전과 일용직을 전전하던 신용불량자 가장이 떴다방이라 불리는 홍보관에 취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일범은 아픈 딸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선택지로 건강식품 판매 홍보관을 택한다.
신용불량자라는 낙인 때문에 평범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그에게 홍보관 점장 철중은 처자식을 위해 목숨 걸고 팔라며 독설을 내뱉는다.
처음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던 일범도 자식들에게 외면받으면서도 홍보관에서만 웃음을 찾는 어머니들을 보며 점차 묘한 보람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끼기 시작한다.

극 중 홍보관 점장 철중 역을 맡은 박철민은 기존의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냉혈한으로 변신해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그는 돈 앞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부모를 방치하는 자식들의 실상을 꼬집으며 일범을 다그친다.
특히 검사 아들을 뒀지만 홀로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옥님과 일범의 관계는 현대 사회 가족 해체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배우 김인권은 자존심을 버리고 어머니들 앞에서 재롱을 떠는 가장 일범 역을 맡아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는 실제 가장으로서 느꼈던 책임감을 연기에 투영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과거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다뤘던 방가? 방가!에 이어 이번에는 약장수를 통해 벼랑 끝에 몰린 서민의 고단한 삶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약장수는 개봉 당시 대작들 사이에서도 관객들로부터 평균 8점대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관람객들은 영화 내내 먹먹했다, 부모님의 쓸쓸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며 호평을 쏟아냈다.
자본주의의 비정함과 노인의 고독을 교차시킨 연출은 이 작품이 단순한 신파극을 넘어 웰메이드 사회 고발극으로 불리는 이유다.

비록 제작 규모는 작고 촬영 기간은 짧았지만 조치언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홍보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통해 우리 시대 부모와 자식 간의 일그러진 관계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 작품의 리메이크나 후속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영화 약장수는 가장의 무게와 노인의 고독이라는 두 가지 비극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수작이다.
누군가에게는 사기꾼인 그들이 누군가에게는 유일한 말동무가 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씁쓸한 숙제다.
공식 매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이 영화의 진심을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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