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가 떠나고 3년, 유가족은 군을 바꿨다

이은기 기자 2024. 8. 2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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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8일 3년 만에 이예람 중사의 장례가 치러졌다. 유가족은 지난 3년간 “딸을 살릴 수 있었던 시간”을 쫓았다. 유가족의 노력 끝에 군사법원법이 개정되고 군 대상 특검이 최초로 도입됐다.
7월18일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를 기리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이 중사의 어머니 박순정씨(왼쪽)와 아버지 이주완씨(오른쪽)가 반려견 예봉이를 닮은 인형과 함께 추모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발인 닷새 뒤인 7월25일, 박순정씨는 딸이 안치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딸 앞에서 그간 늘 하던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네 덕분에 빼곡하게 행복했는데 널 이렇게 아프게 보내서 미안해.” 박씨의 딸은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소속 부사관이었던 이예람 중사(사망 당시 23세)다. 2021년 3월2일 같은 부대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고, 두 달 뒤인 5월21일 부대 내 관사에서 사망했다. 유서에는 “조직이 나를 버렸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예람 중사는 성추행 피해 이후 급성 스트레스 반응, 불안장애, 불면증 등을 진단받았다. 군의 조직적인 2차 가해와 부실 수사로 인한 증상 악화가 사망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족들은 죽음의 진상이 드러나고 책임자가 처벌받은 뒤에야 이예람 중사를 보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7월18일, 이예람 중사의 장례가 삼일장으로 치러졌다.

이 중사의 죽음 뒤 3년 동안 가족들의 일상도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아버지 이주완씨는 3년간 딸이 있는 국군수도병원 빈소 한쪽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몸이 망가졌다. 장폐색으로 장을 30㎝쯤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어붙인 장기가 부풀어 오르고 피가 났다. 아직 딸의 죽음을 향한 아버지 이주완씨의 문제 제기는 끝나지 않았다. 몇몇 피고인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대로 쓰러져 딸의 장례를 치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이씨는 딸의 장례를 마치고 닷새 뒤인 7월25일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영양사로 일하던 박순정씨도 일을 그만뒀다. 딸을 떠올릴 때마다 일을 하기가 어려웠다. 공황장애 증상이 심각해지면 쓰러지곤 했다.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일도 생겼다. 가족들 사이에서 이예람 중사의 이름은 금기어가 됐다. 밴드 연주자이던 이예람 중사의 오빠는 꿈을 접고 엄마를 돌보기 시작했다. 박씨는 “우리 아들은 악기 연주할 때 제일 행복해 보였는데, 그게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7월18일 이예람 공군 중사의 빈소가 차려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모객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이예람 중사는 성추행 피해 이후 자신을 지키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 성추행 피해 직후 가까운 사람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가해자를 신고했다. 정신과 치료와 심리 상담을 받고, 다른 부대(공군 제15전투비행단, 15비)로 전출을 신청했다. 이 중사는 생전 “모든 질타와 비난은 가해자의 몫인데 왜 내가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지, 사건화가 되어 공론화가 되고 느껴질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난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맘을 다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그 사람이 단독적으로 행동한 명백한 범죄행위는 꼭 가감없이 처벌받기를 희망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이예람 중사 살릴 수 있었던 81일

피해자의 적극적인 도움 요청에도, 군은 강제추행 가해자를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 20비 군사경찰은 가해자 조사도 하기 전 불구속 방침을 결정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20비 군검사는 사건을 맡은 2021년 4월7일부터 이 중사가 사망한 5월21일까지 가해자 조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동안 이 중사는 사건 은폐 협박과 2차 가해 등에 시달렸다.

군은 이 중사 사망 이후 2021년 5월31일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론화되고 나서야 움직였다. 사건은 20비에서 공군본부 검찰부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첩됐다. 국방부는 공군본부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2021년 6월1일부터 진행한 수사를 같은 해 10월7일 종료했다. 수사 결과 사망사건 관계자 중 총 25명이 입건됐다. 그중 15명이 기소, 10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예람 중사의 유품. ⓒ시사IN 이명익

유가족은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 수사 결과, 사건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다수 기소됐지만 부실 수사 의혹의 당사자들은 제외됐다. 초동수사를 맡은 20비 군사경찰과 군검사를 포함해 군검찰을 지휘·감독하는 공군본부 법무실 지휘부는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다. 국방부 검찰단이 군의 수사 무마 의혹과 20비 내에서 발생한 2차 가해 등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리 예람이가 겪은 일이 왜 이렇게 단순하게 치부되는 걸까.’ 박순정씨는 국방부 수사 결과를 보며 의문을 품었다. 유가족은 지난 3년간 2021년 3월2일부터 5월21일까지 ‘81일’의 흔적을 쫓았다.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겪고 군에 신고한 이후 사망하기까지, “딸을 살릴 수 있었던 시간”이다. “우리는 예람이의 고통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 기간 이예람 중사는 가해자와 분리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가족들에게 토로하곤 했다.

유가족은 이예람 중사 사건 외에도 은폐된 군내 폭력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중사 사건을 통해 드러난 군내 허점을 바로잡는 일에도 나섰다. 대표적인 게 ‘평시 군사법원 폐지’다. 이주완씨는 적어도 전쟁 중이 아니라면 군이 수사와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군사재판에 가보면 군판사, 군검사, 가해자 변호사가 다 한편이다. 예람이 사건 초동수사를 부실하게 한 사람들, 부실 수사를 덮어준 책임자들이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유가족의 노력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법이 바뀌었다. 2021년 8월 군사법원법이 개정되고 관련 법령이 신설되면서, 2022년 7월1일부터 ‘3대 범죄(성범죄, 군 사망사건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입대 전 범죄)’는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에서 재판하게 됐다. 군은 사망사건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2023년 9월4일 이주완씨(왼쪽 악수하는 이)가 박정훈 대령(오른쪽)을 응원하기 위해 수원지방법원을 찾았다 ⓒ시사IN 이은기

지난해 7월 박정훈 대령(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수사한 ‘채 상병 사건’도 개정된 군사법원법이 적용되었다. 1차로 해병대 수사단이 해병대 채 아무개 상병의 사망 원인을 조사한 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의 혐의를 적시해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박정훈 대령은 이 과정에서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주완씨는 “박정훈 대령은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라) 제대로 할 일을 했다”라고 말했다. 2022년 7월1일부터는 독립적으로 군인의 인권 보호 관련 업무를 수행할 군인권보호관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신설됐다.

아버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군을 대상으로 하는 특검도 처음 도입됐다. 2022년 4월15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특검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재석 234인 중 찬성 234인). 이 중사가 사망한 지 330일이 지난 뒤였다. 2022년 6월15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은 그해 9월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8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특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이예람 중사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예람 중사의 직속 상급자였던 김 아무개 당시 중령(대대장)은 같은 레이더정비반 최선임 부사관이 이예람 중사에게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종용하고 사건 은폐를 시도한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1심 무죄, 2심 진행 중). 이런 틈을 타 성추행 가해자 장 아무개 중사는 이예람 중사에게 직접 연락해 “인간도 아닌 그런 행동으로 기억과 아픔을 줘서 너무 미안해. 하루 종일 죽어야 한다는 생각만 들어”라고 메시지를 남기는 동시에 부대 내 선배들에게는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신고를 당했다. 선배님들도 여군 조심하세요” “받아주니까 했죠”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2월2일 징역 1년 확정). 앞서 2022년 9월29일 장 중사는 군인등강제추행치상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2022년 9월13일 이예람 중사 사건을 100일 동안 수사해온 안미영 특별검사팀이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강제추행 가해자 장 중사의 명예훼손 혐의를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통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주된 증거가 된다. 따라서 피해자의 성정이나 행동을 왜곡하여 퍼뜨리는 행위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하여 성추행 신고 내용을 신뢰할 수 없게 하고 피해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으로서 피해자에 대하여 치명적이고도 직접적인 2차 가해가 된다…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의 발언은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 남성 중심의 인적 구성과 계급문화, 공동생활에 근거한 밀착성과 폐쇄성과 결합하여 빠른 속도로 전파되었고, 피해자는 중대한 피해를 당했음에도 오히려 거대한 조직 안에 홀로 고립되는 결과를 낳았다.”

특검은 이예람 중사 직속 상관이던 김 아무개 당시 대위(중대장)도 추가로 기소했다. 김 대위가 이예람 중사가 전입하려던 15비 중대장에게 ‘피해자가 좀 이상하고 20비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고 한다’는 등 허위사실을 이야기했다는 이유에서다(1심 징역 1년, 2심 진행 중). 이예람 중사 사건 담당 군검사 박 아무개 중위는 이예람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피해자 조사 일정을 지연한 데다 이후 이예람 중사가 조사 연기를 요청했던 것처럼 거짓으로 보고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2심 진행 중).

이예람 중사의 유품. ⓒ시사IN 이명익

특검은 전익수 당시 공군본부 법무실장 등 고위급 인물이 이예람 중사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전 전 법무실장은 수사 무마가 아니라 군검사에게 위력을 행사(자신을 수사 중인 검사에게 전화해 수사 내용을 알아내려고 함)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2심 진행 중). 1심 재판부는 현행법으로는 전씨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면서도, 판결문에 ‘전씨의 행동이 매우 부적절하다’라고 적었다. “피고인의 행동은 외관상으로 수사 중인 군검사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비춰지기 충분하고, 그로 인해 수사의 공정성이나 신뢰성에도 상당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전익수 전 법무실장에게 장 중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정보를 누설한 양 아무개 군사법원 군무원(1심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과, 이예람 중사 사망 후 공군에 쏟아지던 비난 여론을 무마할 의도로 기자들에게 이 중사가 부부 사이 문제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는 허위사실을 전한 당시 공보담당 정 아무개 중령(징역 2년)에 대한 2심 재판도 현재진행형이다.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의 싸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씨는 몸을 회복한 뒤 ‘평시 군사법원 완전 폐지’를 위해 다시 나서겠다고 했다. 이예람 중사 어머니 박순정씨는 딸의 장례 뒤 새로 일자리를 구하고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박씨는 “오래 버티는 게 강한 거라고 하더라.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잘 버티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예람 중사의 가족사진. ⓒ시사IN 이명익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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