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새 핵물질 공장 공개…“생산능력 종전의 2배”
美·이란 종전 협상 중 능력 과시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 의지 표명
시진핑 방북때 대화 권고 전망에
“돌이킬수 없다는 메시지” 해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핵물질 생산 공장을 시찰하며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핵물질 생산능력이 “종전의 2배에 도달했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시설 확장 사실과 핵물질 생산능력 확대를 대내외에 과시하며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 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새로 공개한 핵물질 생산 공장이 영변 핵단지 내 신축 공장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4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핵무기연구소 지도간부 등과 함께 새로 조업한 핵물질 생산 공장을 시찰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차 당대회에서 핵물질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핵무기를 늘리기로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할 절박함과 책임감이 한층 커지고 있는 만큼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대된 핵물질 생산능력을 토대로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8기 당 중앙위의 지도 아래 지난 5년간 핵무력 강화 과정을 거치며 핵물질 생산능력은 종전의 2배를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과시했다. 아울러 같은 날 현지 지도와 함께 진행된 핵무력 강화 관련 회의에서 “국가 핵무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강화할 계획 실행의 순서와 그 담보(근거)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외부에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중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처리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핵무기 생산능력을 과시하면서 비핵화가 더는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미국과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 간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자 북한이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실질적으로 좌절되는 가운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기 실험처럼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핵물질 증산·양산 체계’라는 전략적 카드를 통해 관점을 비핵화에서 군비 통제, 위협 감소 쪽으로 끌어오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번 메시지가 이달이나 다음 달 중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 주석이 방북할 경우 미중 관계를 고려해 북한에 ‘추가 도발 자제’나 ‘대화 재개’를 권고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방북 직전 ‘핵 문제는 중국이 통제하거나 타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돌이킬 수 없는 단계’라는 메시지를 못 박아 두려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찰한 새 핵물질 시설의 위치나 구체적인 생산능력을 밝히지 않았다. 기존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는 평안북도 영변과 남포시 강선, 평안북도 구성 등 3곳이 알려져 있다. 새 핵시설이 구성이나 제4의 소재지에 위치할 가능성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영변 내 신축 우라늄 농축 시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 교수는 “지난해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영변 단지 내에 새로운 우라늄 농축 시설로 추정되는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며 “미국 미들베리연구소 소속의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이 시설이 기존 영변 시설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있으며 구조는 강선과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한 만큼 김 위원장이 현지 지도한 시설이 이곳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도 “이번 공개된 시설은 영변 단지 내 강선을 복제한 신축 농축 건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변의 기존 시설과 신축 시설, 강선과 구성의 시설 등 ‘다중 농축 거점’이 동시에 가동될 경우 북한의 핵탄두 양산 능력이 기존 추정을 상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유승 기자 k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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