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만 짧게 공개하고 종영했는데...역대급 작품으로 호평받은 韓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종합 리뷰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연출 이창희, 극본 정은경·박수린)는 제목이 던지는 통속적인 첫인상을 단숨에 전복시키며, 현대인의 가식과 붕괴하는 관계를 서늘하게 해체하는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다.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치정의 외피를 내세웠으나, 극이 정작 겨누는 과녁은 그 이면에 웅크린 인간의 비틀린 소유욕, 자본주의적 위선, 그리고 통제 불능으로 폭주하는 삶의 아이러니다.

‘타인은 지옥이다’와 ‘살인자ㅇ난감’을 통해 서스펜스와 유머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입증했던 이창희 감독 특유의 완급 조절은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 김재철이라는 막강한 캐스팅과 만나 완벽한 시너지를 뿜어낸다.

극의 출발점은 겉보기에 완벽한 인플루언서 부부의 균열이다. ‘행복한 쇼윈도 가정’ 자체가 막대한 사업적 자산인 인테리어 회사 대표 박경희(김혜수 분)와, 아내의 그늘 아래 열등감을 삭이며 살아가는 무명 배우 남편 임재홍(김지훈 분)의 불안한 공존은 불륜 의혹이라는 뇌관을 만나 폭발한다.

그러나 남편의 뒤를 쫓던 경희가 맞닥뜨리는 진실은 단순한 배신에 그치지 않는다.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피부과 원장 안수정(조여정 분)과 그의 전남편 주보성(김재철 분)이 얽혀들면서, 극은 ‘불륜 따위는 차라리 사소해 보이는’ 감당 불가능한 범죄적 비밀의 수렁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전체 8회차에 이르는 호흡 동안 시리즈는 쉼 없이 서사의 외연을 확장한다. 초반부가 비밀을 은폐하려는 자와 캐내려는 자 사이의 숨 막히는 소동극이라면, 중반부 이후로는 수습을 위해 덧칠한 거짓말이 또 다른 참사를 낳는 연쇄 파국으로 진화한다.

네 남녀가 각자의 이해관계와 사회적 평판을 지키기 위해 결탁과 배신을 거듭하는 과정은 피카레스크(악인열전) 장르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들이 지키려 했던 ‘완벽한 삶’의 허상이 처참하게 벗겨지는 결말에 이르러, 작품은 값싼 권선징악 대신 씁쓸한 자화상을 남기며 묵직한 잔상을 아로새긴다.

이 시리즈의 가장 눈부신 성취는 단연 주연 4인의 연기 앙상블이다.

김혜수는 이미지 메이킹에 집착하는 성공한 사업가 박경희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우아하고 세련된 미소 뒤편으로 피어오르는 광기, 위기 앞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먼저 계산하는 서늘한 눈빛을 날카롭게 포착해 내며 캐릭터의 입체성을 완성했다.

조여정의 변신 역시 눈부시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단아해 보이지만,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잔혹한 선택도 불사하는 안수정의 내면을 서늘한 눈빛과 미세한 경련으로 표현해 낸다.

처절한 모성애와 극단적 이기심이 뒤섞인 모호한 경계를 섬세하게 짚어내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여기에 허세와 열등감으로 뭉친 배우 임재홍을 능청스러우면서도 비열하게 소화한 김지훈, 그리고 이혼 소송의 벼랑 끝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상황을 예측 불가능하게 흔드는 주보성 역의 김재철이 팽팽한 긴장감을 보탠다.

네 인물이 밀폐된 공간에서 독설과 가식을 주고받는 설전 시퀀스들은 배우들의 호흡만으로도 극강의 서스펜스를 형성한다.

딸들로 분한 전시현, 도영서를 비롯해 주인영, 최원, 이화겸, 그리고 특별출연한 양희경에 이르기까지 빈틈없는 조연 라인업도 블랙 코미디의 밀도를 한층 촘촘하게 채운다.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가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의 정수는 ‘당사자에게는 절체절명의 파멸이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한없이 유치하고 하찮은 촌극’을 기막힌 템포로 엮어냈다는 점이다.

인물들이 도덕적 파탄을 피하려 발버둥 칠수록 도리어 더 깊은 진흙탕으로 굴러떨어지는 아이러니는 억지스러운 슬랩스틱 없이도 정적과 엇갈린 대화만으로 날카로운 실소를 자아낸다.

특히 SNS 시대의 과시욕과 중산층의 모래성 같은 평판 의식을 해부하는 시선은 대단히 통렬하다.

‘불륜’이라는 윤리적 낙인보다 ‘실패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인물들의 기괴한 우선순위는 오늘날 사회가 앓고 있는 병폐를 정면으로 비춘다. 감각적인 미장센과 긴박감 넘치는 홍대성 음악감독의 스코어는 이 파멸의 촌극을 더욱 매혹적으로 조율해 낸다.

도발적인 소재로 진입 장벽을 낮춘 뒤, 그 내부에 촘촘히 벼려낸 인간 심리의 심연을 펼쳐놓은 작품이다.

정교한 각본과 연출의 뚝심,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 합이 어우러져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라인업 중에서도 독보적인 완성도를 각인시켰다.

평점: ★★★★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