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1억 줬다는데"…삼성 성과급 들여다보니 '대반전' [인더스토리]

홍민성/김대영 2026. 5. 1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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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10% 이상 성과급" TSMC 거론한 삼성 노조…'속사정'은 달랐다
삼성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
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재계 "성과급 눈높이 오를라" 촉각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편에 잠정 합의하면서 당면했던 총파업 위기를 일단 넘겼다. 노사는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문별로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 노조는 협상 과정에서 대만 TSMC 등 경쟁사 보상 체계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SMC는 매년 '이사회 판단'으로 성과급 총액을 정하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노사 합의를 통해 성과급 산정 구조를 '제도화'하는 쪽으로 한 발 나아갔다. 눈앞에 닥친 파업은 피했지만 성과급 고정비화, 재계 전반에 걸친 보상 눈높이 상승이란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TSMC는 '1억 성과급' 어떻게 줬나

사진=로이터 연합

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 이사회는 지난 2월 직원 사업성과 보너스와 이익배분 총액으로 2061억4592만 대만달러를 승인했다. 한화로 약 9조원대 규모다. 이 가운데 절반은 분기별 성과 보너스로 이미 지급됐고 나머지 절반은 이익배분 형태로 오는 7월 지급될 예정이다.

대만 내 임직원 약 7만8000명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약 264만 대만달러가 된다. 원화 기준으로는 1억원대. 전체 임직원 수를 기준으로 나눠도 1인당 수천만원대 후반에서 1억원 안팎의 성과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다. 영업이익 자체가 삼성전자보다 작았기 때문인데, TSMC의 영업이익 대비 성과급 총액 비율은 약 10%대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협상 과정에서 TSMC 사례를 거론한 것도 이 같은 비율 때문이다. 노조는 '글로벌 경쟁사도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직원 보상에 쓴다'는 논리를 폈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노사 합의로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을 영업이익의 10%로 고정하고 지난해 PS 상한제 폐지까지 합의한 점도 삼성전자 노조 요구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TSMC의 보상 제도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는 방식과는 다르다. 매년 이사회가 실적, 현금흐름, 투자 계획, 주주환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액을 정한다. 성과를 크게 나누되, 지급률 자체를 제도적으로 고정하진 않는 구조다.

TSMC가 1987년 창립 이후 사실상 무노조 경영 기조를 유지해온 점도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배경으로 꼽힌다. TSMC 사례가 '성과를 크게 나누는 글로벌 경쟁사'라는 점엔 주목했지만,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자는 요구와는 결이 다른데 삼성전자 노조는 후자엔 무게를 싣지 않았다.

 삼성은 특별성과급 신설…방식은 달랐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뉴스1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는 내용의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는 방식이다. 재원은 DS부문 공통 40%, 각 사업부 60%로 나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적용된다. 2026~2028년엔 매년 DS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달성, 2029~2035년에는 매년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 달성이 조건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2025년도분 OPI 확정 지급률을 DS부문 기준 47%로 공지하고 같은 달 지급했다. 전년도 14%에서 세 배 이상 오른 수치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직원 평균 급여 1억5800만원에 47%를 적용하면 1인당 OPI 추산액은 7426만원. 단순 계산상 TSMC의 절반 수준이다.

DS부문 전체로 넓히면 규모가 커진다. 2025년 말 DS부문 인력은 7만8064명. 업계에서는 실제 OPI 지급 총액이 4조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개인별 연봉과 직급 구성이 제각각인 만큼 단순 계산과 실제 지급액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OPI 총액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이번 잠정 합의로 삼성전자 DS부문의 성과급 체계는 기존보다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메모리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경우 직원 보상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다만 회사 안팎에서는 성과급이 실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지급되는 보상을 넘어 사실상 '준고정비'처럼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스마트폰, TV, 가전, 하만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파운드리 단일 사업 구조인 TSMC와는 다르다. 이번 같은 호황기에는 성과급 확대 요구를 어느정도 수용할 수 있다 해도, 대규모 투자 국면에서 보상 재원이 경직되면 비용 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테크 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업은 피했지만 재계는 '보상 도미노' 촉각

사진=연합뉴스

잠정 합의로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사업부별 성과급 격차와 자사주 지급 방식, 매도 제한 조건 등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메모리사업부에는 유리하지만 비메모리와 지원 조직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내부 불만도 흘러나온다.

재계는 이번 합의가 삼성전자 안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졌는데,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삼성전자에서 유사한 구조의 합의가 나오면서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주는 '보상 도미노'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임금·보상 체계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더욱 클 전망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삼성도 이만큼 주는데 우리도 달라'는 식의 비교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재계 우려다. 자동차, 배터리, 조선, 정유화학 등 주요 업종에서도 호황기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되풀이돼왔다.

경영계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인재 경쟁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된 사례를 산업 전반의 기준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잠정 합의 직후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을 피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경총은 "이번 합의는 삼성전자의 특수한 상황이 반영된 것인 만큼 노동계가 이를 일반화해 과도한 성과급 요구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더스토리(industry+story)'는 격변하는 산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 안에서(in the story) 의미와 재미를 쏙쏙 골라 풀어냅니다. 테크부터 제조업까지, 일견 딱딱하고 나와 관계 없는 얘기 같지만 실은 흥미진진하고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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