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누리호 성공에 자극받은 北, 위성 조급하게 쏴 실패”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23. 5. 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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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서두르다가 그르쳤나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해군함이 나가 있는 곳은 북한이 이날 쏜 발사체가 비정상 비행 후 추락한 공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청도는 전북 군산항에서 서쪽으로 약 66㎞ 거리에 위치한 섬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 우주발사체가 31일 서해에 추락한 원인은 신형 로켓의 기술적 결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최근까지 우주발사체와 기술적으로 동일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잇달아 성공했지만, 아직 장거리 로켓 기술이 완전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오는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압박 등 때문에 무리하게 서둘러 발사했다가 실패를 자초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이날 이례적으로 발사 후 2시간 30여 분 만에 ‘우주발사체의 1단 분리 후 2단 발동기(엔진)의 시동(점화)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천리마-1′형의 신형 엔진과 연료에 사실상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시인한 것이다. 기술적 준비를 완벽히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발사를 서둘렀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김정은의 압박’ 등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해 진행한 '중요시험'에서 발사한 발사체의 모습./news1

국정원도 이날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북한이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면서 횡(橫)기동을 통해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변경을 하다가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누리호 발사 성공에 자극 받아 통상 20일가량 소요되는 준비 과정을 수일로 단축하며 조급하게 (발사를) 감행한 것도 (실패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보고했다.

통상 1단 로켓은 강한 추력으로 우주발사체를 2단 로켓 분리 지점까지 비행시키면 제 역할을 다하고 분리된다. 이후 2단 로켓이 바로 점화되어 위성체를 탑재한 3단 부분을 대기권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 북한 보도대로라면 북 발사체의 1단은 정상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1단 엔진은 정상 작동 및 단(段) 분리를 했고, 2단 엔진의 점화가 제대로 안 돼 추진력을 얻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1단 추진체와 위성발사체 동체(2·3단 추진체 및 탑재위성 포함)가 모두 예상 낙하 지점 인근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정원은 “엔진 이상 점검 보완에 수주 이상 소요될 걸로 보이지만 결함이 경미할 경우 조기 발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당초 위성 발사를 예고했던 시한인 6월 11일 이전에도 2차 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2012년 4월 은하 3호 로켓 발사에 실패한 뒤 8개월 만에 재발사에 성공했었다.

북한이 정찰위성에 집착하는 것은 한미 군 최신 동향 등 전쟁 준비 및 수행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군 정찰위성을 확보하면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 전략 자산을 비롯해 패트리엇 발사대 등 한국에 배치된 주요 전력 위치와 타깃을 지금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 등 대남 타격 무기를 개발한 만큼, 정찰위성까지 확보하면 보고 때릴 ‘눈’과 ‘주먹’을 다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미 정찰위성과 조기 경보 위성, GPS 위성 등을 교란하고 무력화하는 ‘킬러 위성’ 개발 등 본격적인 우주전 전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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