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KIA 타이거즈 최원준
너를 믿는 나를 믿어
서울고 3학년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타격 재능을 갖고 있던 최원준은 크게 촉망받으며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그러나 처음 마주한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고, 그는 주변에서 기대하는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끊임없는 연구 끝에 2021시즌에는 드디어 자신만의 타격자세를 찾았지만, 시즌을 마치고서는 곧바로 상무 야구단으로 떠나야 했다. 타격에 눈을 뜨자마자 팀을 떠나야 했던 아쉬움의 크기만큼 독기를 품고 지난해 돌아온 그. 그의 한쪽 팔에는 ‘나 자신을 믿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앞으로 걸어갈 길에 문득 의심이 찾아올 때마다 당신을 믿는 팬과 동료, 가족을 믿어보길. 우리 모두 최원준의 재능과 노력이 반드시 빛을 발하리라 확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4년 만에 만나네요. 독자 여러분께 인사 부탁해요. (6월 5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KIA 타이거즈 최원준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 뵙게 돼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 사이 유부남이 됐어요. 어린 나이에 결혼한 건데, 일상도 많이 달라졌죠?
지금도 아직 어려요. (웃음) 아무래도 혼자 살 때와는 일상이 크게 달라졌지만요. 매일 같이 사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도 있고요. 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가 궁금해요.
아내가 (이)준영이 형 친동생의 제일 친한 친구여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부끄) 소개를 받았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그러다 제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 아내가 배울 점이 무척 많은 사람이라고 느껴져서였고요. 꼭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 싶었어요.
‘꼭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다’라니, 이런 말을 아내에게도 직접 하나요?
저는 잘하고, 또 자주 해요. 근데 제가 이런 말을 해도 아내는 제 앞에서는 무덤덤해요. (‘앞에서는’요? 그럼, 뒤에서는요?) 속으론 내심 좋아할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야구장에 출근할 때까지 루틴이 있나요?
루틴이라기보다는 늘 일상이 똑같아요. 집에서는 거의 안 씻고 바로 출근해서 샤워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나마 루틴이라고 한다면 나올 때 아내랑 포옹하는 정도요. 루틴을 중요시하지 않는 편이고 매번 일정도 다르지만, 샤워 후에는 대부분 전력 분석 미팅에 들어가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날은 운동도 하고요. 딱히 정해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지는 않아요.
시즌 초에 쾌조의 타격감을 보여줬어요. 시범경기와는 반전된 모습이었는데, 컨디션은 언제부터 올라왔나요?
사실 컨디션은 시범경기 때부터 계속 좋았어요. 근데 작년 성적이 안 좋았으니 불안한 마음이 아무래도 있었죠. 시범경기 성적도 안 좋아서 그때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나 봐요.
그렇다면 시범경기와 실제 시즌이 시작해서는 어떤 점이 달랐을까요?
사실 스프링 캠프부터 새로운 타격자세를 만드는 걸 도전했거든요. 근데 새로운 자세로 결과가 잘 안 나오다 보니, 잘 되던 시기의 제 폼을 다시 찾아봤어요. 시범경기 끝나고 정규 시즌 시작하기까지 사나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타격 코치님, 전력 분석 코치님이랑 상무 입대하기 전이었던 2021시즌 타격자세를 찾아보면서 다시 준비했어요.
시즌이 시작하고 두 달 정도 지났는데 ABS 존에는 좀 적응이 됐나요?
저는 처음부터 괜찮았어요. 타자마다 모두 성향이 다른데, 공이 보이면 치는 타자가 있고, 투수가 공을 놓을 시점부터 자기만의 존을 만드는 타자가 있어요. 저는 투수가 공을 놓는 시점부터 제 스트라이크존을 만드는 연습을 일찍부터 해왔거든요. 솔직히 ABS 존이 기존 스트라이크존보다 더 넓긴 한데, 그래도 모든 상황에 공정하니까 좋아요.
#여명의 시간
최근에는 25타석 만에 안타가 나올 정도로 잘 안 풀리던 시기도 있었죠. 하지만 그 침묵을 3루타로 깼고요.
사실 무안타를 깼다는 것에 대해서 큰 감흥은 없었어요. 왜냐면 그 시기에는 25타석 무안타라는 걸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그전에 나흘 정도 타석에 안 들어간 게 생각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됐거든요. 이범호 감독님께서 제 부담감을 지워주시려고 최대한 수비나 대주자로만 내보내셨는데, 그러니 타석에도 편히 들어갈 수 있었어요.
당시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안타가 안 나온다고 했는데, 멀티히트를 친 날에는 무언가 다른 게 있었나요?
솔직히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거든요. 근데 시합에 안 나가면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잖아요. 그럴 때마다 전력 분석 코치님이 제 현재 타격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당장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또 어떤 부분을 연습하면 좋을지 알려주셔서 그걸 보고 훈련을 꾸준히 했어요. 점차 연습 때도 원하는 스윙이 나왔고, 경기에서도 제 스윙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어요.
그 타격 영상에서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요?
아무래도 타자들이 조급하면 투수가 던지는 공을 빨리 치려고 몸이 투수 쪽으로 쏠리는데, 그런 걸 ‘타격하면서 손을 많이 쓴다’라고 얘기하거든요. 손보다는 몸을 써야 해서, 손을 쓰지 말아야겠다고 의식하고 연습하니 좋아졌어요.
생각이 깊은 성격인 것 같던데, 복잡한 머릿속을 어떻게 푸는 편이에요?
이 방법이 안 좋다고 하는 사람도 꽤 있는데, 솔직히 제게는 컴퓨터 게임이 가장 좋아요. 제가 야구가 잘 안될 때는 집에 와서도 야구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서 정신적으로 힘들거든요. 근데 게임을 하면 야구 생각을 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본인만의 취미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팔에 새긴 ‘나 자신을 믿자’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자신을 믿으면서 야구하고 있나요?
모르겠어요. 이 말이 좀 어렵더라고요. 자신을 믿는다는 게 어떻게 보면 되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무척 어려워요. 야구가 잘 안될 때도 많잖아요. 그때마다 스스로 의심하죠. 지금 하는 걸 계속 이어가도 되는지, 바꿔야 하는지요. 사실 오락가락해요. 믿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신인 시절부터 선배로, 타격 코치로, 올해부터는 스승으로 함께하는 이범호 감독은 어떤 말을 주로 해주나요?
사실 제겐 아직도 감독님 같지 않아요. 저는 상무에 다녀왔으니, 코치님으로 함께한 시간도 4개월 정도로 짧았거든요. 근데 갑자기 올해 감독님이 되신 거예요. 지금 감독님으로서도 거의 4개월 됐잖아요. 그래서 아직도 선배 같아요. 감독님은 제가 고민이 깊은 스타일인 걸 잘 아시니까 시즌 초에 고민을 털어놓으면 “너 전광판부터 봐라. 지금 3할 넘게 치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라는 말도 해주시고요. 경기에 못 나갈 때도 “하루 쉬면 또 좋아질 거야”라는 긍정적인 얘기를 잘 해주세요. 제가 더 조급해지지 않게요.
이범호 감독의 선수 시절과 현재 느낌이 다른가요?
사실 어떤 감독님이더라도 대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근데 제게 이범호 감독님은 가장 어렵지 않은 감독님이죠. 사실 선배이실 때부터 저한테는 코치님이자 감독님 같은 존재였거든요. 어릴 때는 지금보다 잘 안되는 날이 많았고 솔직히 감독님, 코치님들께도 혼나면서 컸거든요. 이범호 감독님은 그럴 때마다 옆에서 긍정적인 얘기를 해주시던 선배였어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여라”, “너 자신을 믿어라” 같은 말들이요.
#챔필의 꼰주? 공주!
KIA 대표 MBTI 박사잖아요. 어쩌다 이렇게 됐나요?
원래는 관심이 없었는데 군대 가니까 애들이 자꾸 얘기하는 거예요. 제가 군대를 좀 늦게 갔으니까 대부분 저보다 어리잖아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MBTI 얘기만 하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MBTI를 알게 되면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고요. ‘어떻게 사람이 이러지?’ 싶을 정도로 이해가 안 됐던 타인의 행동도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는 마음으로 바뀌더라고요.
팀 내에도 ‘어떻게 사람이 이러지’ 싶었던 동료가 있었나요?
(박)찬호 형이요. 남들은 ‘괜찮아’라고 위로할 만한 타이밍에도 항상 “그건 당연한 거고”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솔직히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왜 이렇게 못됐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MBTI를 알게 되니까 찬호 형 입장에서는 그게 최고의 위로고 상대를 생각해서 나온 답변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형이 말할 때는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이해하려고 하죠. 이런 사람도 있구나…
김도영이 표지모델을 맡은 지난 158호를 본 적이 있나요? 팬들이 156호의 윤영철과 비교하던데 동료 선수로서 두 표지를 보자면 어떤가요?
도영이는 좀 건방지네요. (웃음) 영철이는 귀여워요. 순수하고요. (이따 화보 촬영할 건데 둘 중 어떤 스타일로 찍고 싶나요?) 저는 그냥 알려주시는 대로요. 그래도 저는 도영이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아요. 얘는 좀 특별해서, 지금 찬호 형이랑 비슷해요. 좀 건방지잖아요.
‘공포의 주둥아리’를 줄여 ‘공주’, 거기에 꼰대까지 합쳐져서 ‘꼰주’라 불린다고요. 팀 내 중간 연차가 되면서 후배들의 행동이 성에 안 찰 때도 있나요?
사실 진짜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면 후배들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 때는 없어요. 도영이가 저보고 꼰대라고 하는 건 장난치는 거죠. 갸티비에서도 말했지만 진짜 꼰대한테는 꼰대라고 말 못 하잖아요. ‘저 사람이 꼰대예요’라고 누가 대놓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렇다면 ‘꼰주설’은 완전 헛소문인가요?
도영이한테는 일부러 장난을 자주 치긴 했어요. 대화할 때면 도영이가 맨날 “아닌데요?”, “뭐요”라고 하면서 얄밉게 대답하거든요. 그럼 저는 도영이 옷장에 걸려있는 옷을 막 빼요. 그거 보고 “완전 꼰대네”라고 하더라고요. 대놓고 그러는 거니까, 서로 장난치는 거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도영이 “원준이 형은 도루 실패도 자주 하는데 맨날 뛴다”라고 했어요. 퓨처스리그 도루왕, 40도루 경험자로서 억울하지는 않나요?
근데 솔직히 도영이가 말도 안 되게 빠르긴 해요. 제가 진짜 좋아했던 (김)주찬 선배(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보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빠르지, 싶을 정도였거든요? 저는 야구하면서 앞으로 주찬 선배 전성기만큼 뛰는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근데 제가 느끼기에는 도영이가 거기에 버금가는 것 같아요. 정말 놀랄 정도로 빠르더라고요. 근데 제가 도루 실패를 자주 한다는 건 왜 굳이 덧붙이는지 모르겠어요. 제 도루 실패 개수보다도 도영이 실책이 더 많을걸요? 저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데. 도영이는 지금 한 20-20-20, 아니 30-30-30도 할 것 같은데요. 30홈런 30도루 30실책이요. 역사에 남을 것 같던데. (웃음)
그래도 바로 옆에서 김도영의 월간 10-10을 지켜봤잖아요. 홈런이나 도루 목표 개수도 있나요?
사실 월간 10홈런 10도루라는 게 아마 야구선수라면 말은 안 해도 모두가 갈망하는 숫자거든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아무나 할 수 없는 기록이에요. 그래서 도영이가 부럽다기보다는 진짜 대단하게 느껴지죠. 그리고 도영이가 이제 3년 차인데 야수로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말도 안 돼요. 저는 3년 차에 이렇게 해내는 야수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KT 위즈 강백호 정도만 봤던 것 같아요. 그만큼 어렵고 힘든 건데 선수로서 도영이는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저런 능력이 있을까 가끔 놀라울 정도예요. 주루나 타격 보면 주찬 선배 같아요. 재능은 이미 진작에 인정했어요. 우리와 다른 세상의 선수더라고요.
그런 강백호가 서울고 시절 천재 타자라고 말했던 최원준 본인은요?
그건 고등학교 때니까요. 지금은 뭐, 백호는 KBO리그의 스타잖아요. (최원준은 KIA의 스타인가요?) 아니요, 저는 스타가 되고는 싶은데 실력으로 아직 멀었죠.
그렇다면 팀 내에서 최원준 선수보다 심한 공주가 있을까요?
저희 팀에 말수가 많은 사람 자체가 별로 없어요. 그나마 (나)성범이 형이나 (이)의리 정도? 저보다 말 많은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선수들의 자녀들과도 자주 붙어있던데 아이들과는 무슨 얘기를 하나요?) 찬호 형 딸 새얀이 같은 경우는 이제 말을 조금 알아듣는 정도라 저 혼자 계속 말을 하는 거죠. 이준이(최형우 아들)나 서준이(김선빈 아들)랑 만나면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니 딱 그 눈높이에 맞춰서 말하려고 해요. 그렇다고 제가 애교를 넣어 말하진 않는데, 아이들이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발상에 맞는 질문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똥 얘기요. 아이들이 먼저 ‘삼촌 똥 아니야?’라고 물어보면 제가 맞다고, 삼촌 똥이라고 하거든요. 그럼, 애들이 저한테 똥 더러우니까 저리로 가라 그래요. (웃음)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도 늘 주변 선수들과 대화하고 있던데, 주로 어떤 얘길 나누나요?
야구 얘기만 하죠. 동생들에게도 그런 대화를 하는 게 유익할 거거든요.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경험도 다양해지잖아요. 저도 지금까지 선배들한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이범호 감독님, 서동욱 선배, (이)명기 형, 주찬 코치님, 선빈이 형도 그렇고 (안)치홍이 형도 있고요. 상황마다 제가 미처 몰랐던 것을 얘기해주셔서 크게 배웠거든요. 그래서 저도 후배들에게 자주 얘기해주려고 하죠. 제 경험에 기반해서 상황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를 공유하고 있어요.
#광주의 함성
KIA가 시즌 초부터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어요. 팀원으로서 지난 시즌과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보나요?
시즌 시작 전에 감독님, 코치님부터 선수들까지 올해는 1등을 목표로 하자고 정한 게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선수 구성도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1등을 향한 단결력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버지도 오랜 KIA 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올해 야구를 보면서 뭐라고 하던가요?
연락은 자주 하는데, 일상 얘기 위주라 야구 얘기는 별로 안 해요. 그렇지만 항상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즐겁게 야구 하라고 말씀하세요. 사실 예전에는 어떻게 해보라는 식의 얘기도 하셨는데 이제는 저도 프로에서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야구 얘기를 하기 조심스러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제 시즌의 3분의 1이 지났는데, 올 시즌 조금 더 보완하고 싶은 점은 어떤 건가요?
모든 부분에서 보완하고 싶은데, 그중에서도 더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가 중견수로 제대로 된 한 시즌을 치르는 게 거의 처음이라서요. 수비로 나갔을 때 투수 형, 동생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요.
2021시즌 엄청난 활약을 펼친 만큼 상무에 가기 전에 팬들이 아쉬워했어요. 스스로는 어떤 마음으로 입대했나요?
솔직히 무척 아쉬웠죠. 당연히 가야 하는 거지만 그 당시 팀도 하위권에 있어서 더 발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으니까요. 아쉬움은 뒤로 하고 그만큼 열심히 더 했죠. 오히려 아쉬운 만큼 더 독하게 운동했어요. 상무 동기 야수 중에서 제가 가장 나이가 많았는데 그 어린 친구들에 뒤지지 않게 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2022년에는 퓨처스리그를 폭격했고, 2023년에는 조정 기간이 있었어요. 모두 지나고 보니 상무 시절은 어떤 시간이었나요?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말하면 아까운 시간이었죠.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팀을 위해 뛰었다면 더 많은 안타를 쳐서 도움이 됐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다른 팀 선수들과도 친해질 수 있었고 사회에서는 겪어보지 못한 생활을 해보면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얻은 것도 꽤 있고요. 상무엔 타 종목 선수들도 있잖아요. 그런 선수들을 보면서 ‘나는 우물 안 개구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종목 선수들과 친해졌나요?
배드민턴 선수들이랑 훈련소를 같이 가서 친해졌어요. 덕분에 배드민턴을 잠깐 해봤는데, 이 힘든 걸 어떻게 3세트씩 하나 싶었어요. 폐가 찢어질 것 같더라고요. 축구선수도 꽤 있었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야구도 물론 어렵지만 야구는 체력적으로는 덜 힘든 종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앉아서 쉴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다른 선수들이 야구는 운동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배드민턴이나 축구 같은 종목보다는 비교적 편하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무척 크죠. 150km/h로 날아오는 공을 맞혀서 친다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다른 종목 선수들이 해보면 알 거예요. 일단 과학적으로 말이 안 돼요. (지금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걸 하는 거예요?) 그렇죠.
주변에서도 장타형 타자라고 자주 평가되고, 상무에서도 장타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잖아요. 지금도 그 목표는 유효한가요?
사실 말은 그렇게 하고 입대했는데, 장타라는 게 제가 치고 싶다고 치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시도해 보고 그것보다는 선구안을 늘리는 데 더 집중했어요. ABS가 시행될 줄 몰랐지만, 공을 좀 더 정확히 보고 싶었거든요. 장타를 늘릴 수 없다면 선구안이라도 좋아지자는 결의로 상무에 있는 동안 열심히 연구했는데 좋아진 것 같아요. 확실히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는 비율이 크게 줄었어요.
#신인의 마음으로 오래오래
등번호 1번은 서울고 투수 시절에 쓰던 번호라고 했는데, 지금 단 16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사실 제가 주찬 선배를 정말 동경해서 16번에 대한 마음이 좋았어요. 또 이전에 1번하고 6번을 달아봤으니까 둘을 합친 16번이 낯설지 않기도 했고요. 그리고 몇몇 분이 오해하시는 게, 제가 번호를 바꾸고 싶다고 해서 바꾼 적은 없어요. 모두 선배들에게 양보하다가 받은 번호거든요. 근데 앞으로는 선배들에게 양보할 일이 없는 이상 계속 16번을 쓰고 싶어요. 원래 한번 쓴 등번호를 끝까지 달고 싶었거든요.
이번 코너 이름이 ‘더그아웃 스토리’예요. 최원준의 야구 인생은 어떤 이야기로 만들어 가고 싶은가요?
멀리 내다보면 당장 눈앞에 있는 걸 놓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크게 생각한 건 없는데 매해 신인 같은 마음으로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늘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인사하며 마치겠습니다.
항상 응원과 사랑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저희가 높은 순위에 있는데, 이걸 끝까지 유지해서 지금까지 받은 응원과 사랑을 다시 돌려드릴 수 있는 한 시즌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9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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