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시사보도 프로그램 자막 정확도는 50%대
영상·그래픽, 진행자·패널 발언과 자막 일치도 낮아
방송심의규정에는 관련 조항 없어…"타율규제 병행돼야"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JTBC·TV조선·채널A·MBN 등 종합편성채널 4사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자막과 진행자·패널 발언, 영상·그래픽 일치도가 50%대에 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행 방송심의규정에는 자막 불일치를 제재할 수 있는 심의규정이 없다. 자막 불일치에 대한 심의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영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곽은아·김하늘·김은영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수료, 강지안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은 지난달 한국언론법학회 학술지 '언론과 법'에 '종합편성채널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자막과 영상 발화의 불일치에 대한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7월23일과 올해 2월17일 방송된 JTBC 썰전 라이브,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의 자막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영상·그래픽과 해당 내용을 설명하는 자막 일치도는 52.0%에 불과했다. 관련 시퀀스(발화가 시작되고 종료되는 시점) 419개 중 201개에서 불일치가 나타났다. 특히 하나의 시퀀스에서 4건 이상의 불일치가 발견된 경우는 57차례에 달했다.
채널A(186개), MBN(142개), TV조선(115개), JTBC(112개) 순으로 영상·그래픽-자막 불일치 수가 많았다. 연구진은 “4개 종편채널 시사프로그램의 자막이 영상·그래픽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밝혔다.
영상·그래픽의 출처가 표기됐을 경우 자막 일치도가 높아졌다. 출처 표기가 있는 시퀀스는 419개 중 102개(24.3%)다. 출처 표기가 있는 시퀀스 102개 중 영상·그래픽-자막 불일치가 발견된 경우는 32건(31.4%)이다. 반면 출처 표기가 없는 시퀀스 317개의 영상·그래픽-자막 불일치는 166건(52.3%)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패널 등 발화자의 발언과 자막이 일치하는 경우는 54.4%(247개)에 그쳤다. 한 시퀀스에서 4건 이상의 불일치가 발견된 경우는 52건에 달했다. 방송사별 발언-자막 불일치수는 TV조선(174개), MBN(141개), 채널A(133개), JTBC(111개) 순이다.
진행자보다 패널의 발언이 자막과 불일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진행자의 발언과 자막이 일치하는 경우는 170개 시퀀스 중 157개에 달했다. 반면 전문가 패널 관련 시퀀스 284개에서 자막과 발화 내용이 일치하는 경우는 90개(34%)에 불과했다. 또한 토론 진행에 대한 시퀀스보다 원인 진단·분석, 반응·평가에 대한 시퀀스의 자막이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사회자의 발화는 충실히 자막에 반영되는 데 비해 주장이나 해석, 논평의 비중이 높은 전문가 패널의 발언 내용은 자막으로 충실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자막이 발언의 내용을 간추려 전달하는 요약 제시 기능이 있기 때문에 발화 내용과 자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발언의 취지를 곡해할 우려가 있다. 종편 4개 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은 모두 발화자의 발언 내용이 왜곡되어 전달될 잠재적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 해결을 방송사 자율에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그래픽·자막 등을 담당하는 인력의 근무조건이 대체로 열악하고, 방송사의 아카이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방송 제작 과정의 구조적 한계와 관습으로 발생하는 문제일수록 방송사 자체의 노력과 자율 심의 개선에 기대를 걸기에는 해결이 요원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타율적 규제의 방식이 병행되어야 방송사의 자율적 노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심의규정에는 자막 일치와 관련된 조항이 없다. 연구진은 영상·그래픽과 발언 내용이 자막과 불일치해 시청자에게 오인의 소지를 주는 상황을 심의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뉴스 시청자가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는데 있어 혼란을 주거나 오인할 소지가 있는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정보전달 행위에 대해 심의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예시적인 근거 규정 마련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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