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정부 “우유값 인상 요인 98% 유업체·유통업체 결정”…1ℓ 우유 3000원 시대 [이슈픽]

강주리 2022. 11. 2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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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보도 그 후] 농식품부, 정부 탓하며 우유 가격 최대 15% 인상 고지한 유업계에 “명백한 잘못 안내” 반박

“원유 5% 인상분 소비자가격에 2%만 반영”
“업계, 인건·물류비 추가…가격 더 많이 인상”
대리점 “정부가 원유인상” 최대 15% 인상 고지
‘1ℓ 우유 3000원’ 등장에 소비자 “불매해야”
우유 소비 175만t, 생산은 203만t…원유 과잉
남아도는 우유 보전에 혈세 연간 330억 지출 

밀크플레이션 온다… 새달 우유값 인상 - 17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유업체와 낙농가가 참여하는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오는 31일까지 끝내고 다음달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한다. 이에 따라 우유를 비롯해 치즈, 아이스크림, 빵 등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게 된다.뉴스1

‘1ℓ에 우유 3000원 시대’가 열린 가운데 정부가 최근 원유 기본가격 인상 폭보다 우유업체 일부 대리점들이 훨씬 더 높게 우유 가격 인상을 공지하며 ‘정부의 원유 인상’ 탓으로 명기한 데 대해 “명백히 잘못됐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는 “원유 기본가격의 5% 인상은 소비자가격에서 2% 정도의 인상 요인에 불과하다”며 인상 요인의 98%는 유업체와 유통업체가 과잉 인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17일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49원(5%) 인상했지만 가정에 우유를 배달하는 일부 대리점들은 ‘정부의 원유 인상’으로 최대 15%를 인상하겠다는 안내문을 소비자들에게 발송했다.<서울신문 11월 21일자 15면>

“가정에 배달 우유 인상폭 더 클 것”
“원유가격인상, 생산자+유업체가 결정”
“물류비·인건비 제반비용 상승 밝혀야”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원유가격이 흰우유 소비자가격의 40% 정도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원유 기본가격 5% 인상은 소비자가격에서 2% 정도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하지만 유업체와 유통업체의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추가로 반영되면서 대형마트 소비자가격은 이보다 높은 수준으로 조정됐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오른 데 반해 대형마트 기준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유업계별로 180~340원(6.6~12.8%)이 올랐다.

- 낙농진흥회가 지난 17일부터 원유 기본 가격을 ℓ당 49원(5%)을 인상한 가운데 세종시의 한 우유업체 대리점에서 보낸 지로통지서. ‘정부의 원유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5%에서 최대 15%를 올려 배달된다고 고지돼 있다.독자 제공

농식품부는 특히 “대리점에서 가정으로 배달된 유제품은 물류비와 인건비 부담이 더 높아 가격인상폭이 더 클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리점이 ‘유제품가격 인상 원인이 정부 원유가격’이라는 안내문을 소비자에 발송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부분으로 생산자와 유업체가 결정한 원유가격 인상폭과 물류비, 인건비 등 관련 제반 비용 상승을 밝히는게 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농식품부는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리점 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유업계에 요청했다.

서울신문이 앞서 입수한 한 우유업체 세종대리점이 가정에 발송한 우유 대금 지로통지서에는 “정부의 원유 인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12월부터 우유가격 5~15% 조정 배달한다”는 내용이 고지됐다.

가정에서 우유를 배달 주문하는 40대 주부는 “예전에는 매일 신선한 우유를 배달해줬는데 언젠가부터 인력 부족 이유로 우유를 3~4일치 한 번에 몰아주고 유통기한마저 좋지 않다. 가격은 계속 올랐는데 서비스는 나아진 게 없다”고 한숨 지었다.

-  우윳값이 ℓ당 49원(5%) 인상된 가운데 20일 한 대형마트 온라인 홈페이지에 고지된 우유가격. 서울우유협동조합의 대표 우유제품은 ℓ당 6.6% 올라 2800원대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우유 가격 인상이 이뤄진 다음날인 18일 기준 슈퍼마켓에서는 같은 우유가 ℓ당 3000원이 넘은 곳들도 나왔다. 온라인 홈페이지에는 국내 우윳값 상승에 대해 소비자들이 부담을 토로하며 1000원대(ℓ당 1480원)에 머물고 있는 폴란드산 멸균 우유를 찾거나 행사 물량을 늘려 달라는 의견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홈플러스 모바일 화면 캡처

원유 기본가격 ℓ당 49원 올랐는데
흰우유 소비자가 180~340원 껑충

우유가격 인상은 낙농가인 원유 생산자와 유업체가 원유 기본가격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데 인건비, 물류비에 대한 고려 없이 통계청이 발표하는 농가 우유 생산비 등을 고려해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사료값(생산비의 58%)만 반영됐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올해 1~6월 낙농진흥회 농가의 평균 원유수취가격(원유를 공급하면서 받는 가격)은 ℓ당 1107원이다. 반면 지난 6월 이마트 온라인몰의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1ℓ 환산 기준시 2700~2944원으로 농가의 원유수취가격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여기에는 유업체와 유통업체의 우유 가공, 집유, 운송 등의 각종 제반 비용과 기업이 챙겨야할 이윤까지 포함된다.

이번 원유 기본가격 인상으로 농가들의 원유수취가격은 ℓ당 1150원으로 43원 올랐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형마트 일반 흰우유 소비자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A업체(1ℓ)가 2710원에서 2890원(180원, 6.6%), B업체(900㎖)가 2610원에서 2860원(250원, 9.6%), C업체(900㎖)가 2650원에서 2990원(340원, 12.8%)으로 훨씬 더 많이 올렸다.

가정에서의 소비자 접근성이 더욱 좋은 슈퍼마켓에서는 가격이 더욱 올라 가격 인상 직후인 지난 18일 한국소비자원 공개 기준 서울우유, 남양유업, 파스퇴르우유의 경우 930㎖~1ℓ 기준 3000원이 넘기도 했다.

정부와 유업계, 유통업계 등은 1ℓ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2800원대에 맞췄다고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대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저지방우유, 칼슘우유 등 기능성이 조금이라도 가미된 우유의 경우 가격 인상폭은 더욱 높은 상황이다.

- 낙농진흥회가 이달 17일부터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49원(5%) 인상한 가운데 남양 ‘아인슈타인 키즈’의 세종시 대리점은 185㎖ 1개당 1300원인 우유 가격을 5~15%(65~195원) 오른 개당 1365~1495원으로 인상한다고 고지했다. 독자 제공
우유 가격 올랐다…1L에 2,800원대 -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 제품이 진열돼있다.유업체들의 이날 우윳값을 일제히 인상, 흰 우유 가격은 대부분 1L당 2800원대로 형성됐다. 2022.11.17 뉴스1

원유 과잉 생산에 연 330억 예산 지원
소비는 줄어드는데 쿼터는 찔끔 하락

저출산과 식품 선호도 변화 등으로 우유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난해 농가가 생산한 우유를 유업체가 의무적으로 사준 전국 우유 쿼터는 203만t이었다. 전체 220만t 중 줄어든 수요를 반영해 원유 과잉 생산을 막고자 그나마 감산을 추진한 결과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마시는 데 사용되는 음용유는 175만t에 그쳐 여전히 28만t이 남아도는 고질적인 원유 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유업체가 농가로부터 남는 우유를 사주는 데 지원하는 보조금으로 연간 예산 33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원유량의 4.5% 정도에 해당하는 차액을 일부 지원한 것이라는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2002년 도입된 우유 쿼터제
10년 전 225만t→현재 220만t

우유 수요에 맞게 우유 공급이 이뤄진다면 나가지 않아도 될 예산이지만 현재로서는 낙농계의 고령화와 젖소로부터 원유 생산을 하는데 2년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는 어렵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젖소는 원유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농가 사정상 확 줄일 수가 없다”면서 “암소 젖소가 송아지를 낳는 등 실제 젖소로부터 젖짜기를 할 때까지는 대략 2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산업 규모를 조정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20년 전인 2002년 도입된 우유 쿼터제는 2012년 낙농 쿼터이력시스템이 도입될 당시 225만t의 쿼터를 뒀었다. 그로부터 우유 소비가 점점 줄고 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유 쿼터는 220만t을 유지하고 있다. 유업체는 남아도는 원유를 분유로 만들어 재고 처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을 위한 낙농업계와 유가공업체 간 협상에서 가격 인상폭 최소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유 소비자 가격이 ℓ당 최대 500원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가 진열돼 있는 모습. 오장환 기자

“내년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대체재 찾는 소비자 “국산 우유 불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원유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낙농업계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먼저 우유 수요를 측정한 뒤 전국 공급업체에 우유 생산량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우유값 과잉 인상에 대해 “국산 우유 불매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가격이 저렴한 수입 우유 보급활성화 촉구와 함께 실온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한 멸균유 등 기존 국산 흰우유 대체재를 찾고 있다.

다만 2026년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유제품들은 무관세가 되더라도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흰우유는 유통기한 문제로 수입이 쉽지 않다는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원유가격 인상으로 빵,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는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현실화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도 울상 짓고 있다. 재료값이 오르면 결국 소비자가격에 최종 반영될 수밖에 없어 결국 우유값 인상에서 비롯된 유제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가의 마음이라도 대변하는 듯 - 25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 낙농가들이 사업 종료에 항의하며 투척한 우유곽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2022.10.25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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