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하러 갔는데, 연기해야죠"…김희애, 보통이 아닌 배우

김지호 2024. 10.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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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김지호기자] "진짜 소름이 돋았죠. '방법이 없다'며 그렇게 열심히 하더라고요." (설경구)

"너무 놀랐어요. 신인 배우도 저렇게까지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장동건)

"연기 경험이 제일 많은데도 겸손했습니다. 리허설도 현장에서 그렇게까지 몰입해서 하는 걸 처음 봤죠." (허진호 감독)

세 사람 모두, 영화계에서 잔뼈 굵은 베테랑들이다. 그런데도, 촬영 중 놀라운 순간들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희애. (무려) 데뷔 41년차 배우다. 신인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배우임에도, 신인의 열정과 견주는 호평들이 나왔다.

그 모든 찬사에도, 정작 김희애는 겸연쩍게 미소짓는다.

"제가 그랬나요? 저는 제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잘 몰랐어요. 다들 그렇게 하시지 않나요? 연기 하러 갔는데, 연기 해야죠." (김희애)

'디스패치'가 최근 김희애를 만났다.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연경 역을 연기한 소감을 들었다. 그녀의 겸손함, 그리고 연기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보통 아닌 여자, 연경

'보통의 가족'은 가족 서스펜스극이다. 연경은 재규(장동건 분)의 아내이자, 성공한 프리랜서 출신 번역가. 평온했던 일상이 아들의 범죄로 무너진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희애는 "(허진호는) 배우들이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감독"이라며 "오래 부름을 못 받다가, 나이 먹어 불러주시니 반가웠다"고 말했다.

"허 감독님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시는 분입니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에 대한 열의를 느꼈어요. 그 분의 예술 세계에 저도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연경은 현실에 있을 법한 여자다. 선행을 베풀고, 시모 간병을 하는 천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수(수현 분)를 은근히 혹은 대놓고 무시하고 경멸한다. 아들의 범행도 합리화한다.

"착한 게 뭘까요? 생각해보면, 연경이란 여자는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 해요. 솔직하고, 치열하죠. 직설적이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좋은 일을 할 때도 물러서지 않아요."

여기에 '스노비즘'(Snobism, 상류층의 오만과 타인 경시 태도)을 녹여넣었다. "잘난 체하고, 아닌 척하며 거들먹거리고, 예의 바른 척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경과 재규가 딱 그런 사람들이에요. 뒤에선 속물인데, '우린 그런 사람 아닌데?', '우린 봉사도 하고, 예의도 차려' 하죠. 자신조차 미처 몰랐던, 상류층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보통 아닌 노력

출연진들은 모두, 김희애의 노력을 칭찬했다. 특히, 3번의 디너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다. 김희애가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순간에도, 소름돋는 연기를 펼쳤다는 것.

김희애는 겸손 그 자체였다. 칭찬에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 전, 이 작품이 두 형제의 이야기라 생각했다"며 "작품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디너 테이블이 크고, 모니터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어요. 왔다갔다 하기 힘들어 제 포지션을 유지했을 뿐이에요. 그게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나 봅니다."

다만, 베테랑에게도 디너 신은 쉽지 않았다. 특히 3번째 디너. 연경의 감정을 극한으로 지속해야 했다. 감정을 분출하고 화를 내는 테이크를 수 차례 가야 했다.

"이 영화는 사실, 처음엔 '밥 세 번만 먹으면 끝나겠다'고 (가볍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 세 번이 정말 진을 다 빼놓더군요. 감정도 그대로 해야 하고…."

김희애는 "그러나 결과적으론 쉽게 가는 것보다, 과정이 고통스러운 것이 낫다"며 "돌이켜보면, 과정이 힘든 게 결과가 훨씬 보람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 회상했다.

"촬영 첫 테이크를 가장 좋아해요. 많이 (테이크) 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 편이죠. 하지만 허 감독님 스타일을 좋아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배우라면 기꺼이, 얼마든지요!"

보통 아닌 배우, 김희애

믿고 보는 배우. 진부하지만, 가장 어려운 수식어다. 그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의심 없이 선택하게 된다는 것. 베테랑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김희애는 항상 해낸다.

그 바탕에는, 김희애의 성실과 열정이 있었다.

"어휴. 저도 대사가 많으면 고통스러워요. 하지만 대사가 단 한 마디만 있더라도, 숫자가 있는 건 마찬가지죠.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어요. 계속 연습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계속, 계속요."

41년차 베테랑의 마인드는, 그렇게 단단했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어요. 너무 감사했죠. 오래 버티면 좋은 날도 있구나, 싶었어요. 옛날 같으면 제 나이는 할머니에요. 뒷방서 고모나 이모를 연기하죠.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멋진 샤넬 드레스를 입고, 상을 받다니!"

그는 "허 감독님도 그 자리에 계셨다. 제 젊은 날의 로망이신 분"이라며 "이 나이에 부름 받고 연기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하다"고 전했다.

"초심엔 철이 없어서, (연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었어요. 세월이 흐르며 점점 더 소중하고 감사해요. 나이 먹었으니 잘 해야죠. NG 나면 안 돼요."

배우로서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있을까? 이 질문에, 김희애는 보통 아닌 답변을 남겼다. "잊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절대 이뤄지지 않을 목표를 전했다.

"현재 진행형으로 활동하는 배우라는 것만 해도 축복이에요. 제가 '어떻게 남겨질까' 라는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그냥, 소모품이랄까요? 그 대단한, 쩌렁쩌렁한 배우 분들도 공평하게 세월 앞에선 사라집니다. 하물며 저 같은 사람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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