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바다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섬
고흥 애도 꽃정원길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 면적 0.32㎢의 아주 작은 섬 ‘애도’. 나로도항에서 배로 단 3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지만, 발을 들이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섬 한 바퀴를 도는 **2.4km ‘애도 꽃정원길’**은 하늘과 맞닿은 듯한 정원과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다도해 바다를 함께 품은 천상의 길입니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30분 남짓, 난이도 ‘하’의 여유로운 트레킹 코스죠.
천상의 화원을 거니는 길

애도 꽃정원길의 시작은 애도항에서부터입니다. ‘환희의 언덕’을 지나 ‘별정원’, 하얀 등대를 거쳐 다시 항구로 돌아오는 순환 코스.
길 위에서는 연중 300여 종의 꽃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합니다. 봄에는 램즈이어·작약·플록스가, 여름에는 수국·노랑참나리·백합이, 가을에는 해바라기·칸나가, 겨울에도 란타나·핫립세이지·공작아스타가 꽃망울을 틔웁니다. 어느 계절에 찾아도 ‘꽃의 시간’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숨겨진 풍경과 ‘반전의 매력’

섬 정면만 본다면 평범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산을 지나 뒤안길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다도해의 섬들이 층층이 겹쳐 보이는 절경, 그 사이를 감싸는 짙푸른 바다. 섬 전체가 하나의 산처럼 솟아 있어, 걷는 내내 시야가 탁 트입니다.
꽃정원에 깃든 애달픈 사연

이 아름다운 정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고흥 백양중학교 국어교사였던 故 김상현 선생 부부의 손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김 선생의 어머니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평생 공장에서 일하며 네 남매를 키웠습니다. 외조부모님의 고향이 바로 쑥섬(애도의 옛 이름)이었고, ‘딸을 잘 보살펴 달라’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김 선생은 어머니와 함께 고흥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쇠락해 가는 어머니의 고향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섬 곳곳에 꽃을 심어 오늘의 ‘천상의 화원’을 만들었습니다. 입장료의 일부는 마을 발전기금과 장학금으로 쓰이며, 그 뜻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와 번영의 기억

애도는 한때 ‘돈섬’이라 불릴 만큼 부유한 섬이었습니다. 1960년대까지 안강망 어업이 성황을 이루었고, 갈치·민어·병어·삼치 등 다양한 어종이 잡혔습니다. 어민들이 번 돈으로 육지에 논을 사기도 했죠. 그러나 어장이 황폐화되면서 어업이 쇠퇴했고, 주민 수도 줄어 지금은 13 가구 남짓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0년, 봉호도였던 이름을 ‘애도’로 바꿨지만, 예전부터 ‘쑥섬’으로 불렸던 만큼 지금도 섬 곳곳에서 쑥 향기가 은은하게 풍깁니다.
천년 숲이 품은 고요

섬 중앙의 당산 숲에는 동백·육박·후박나무가 어우러진 원시림이 울창합니다. 400년의 숨결을 품은 이 숲은 ‘제1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누리상을 받았을 만큼 가치 있는 난대림입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당제를 지냈지만, 지금은 숲만이 그 기억을 고요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행 팁

출발지 : 전남 고흥군 나로도연안여객터미널
이동 : 쑥섬호(편도 3분)
입장료 : 성인 6,000원 (뱃삯 별도)
코스 : 애도항 → 환희의 언덕 → 별정원 → 등대 → 애도항 (2.4km)

애도 꽃정원길은 단순히 꽃이 예쁜 섬이 아닙니다. 한 가족의 헌신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탄생한, 그리고 바다·숲·꽃이 조화를 이룬 특별한 여행지입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이야기가 있고,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그림이 되는 곳. 고흥을 찾는다면, 바다 위 비밀의 화원 ‘애도 꽃정원길’을 꼭 걸어보시길 권합니다.

Copyright © 여행 숙소이야기